2018년 9월 배드민턴 Japan Open 여자 단식 준결승에서 Nozomi Okuhara와 Aya Ohori가 맞붙었다. 그 당시 오쿠하라는 23살이고 오호리는 21살이다. 오쿠하라는 신장 156센티에 나가노 출신이고, 오호리는 169센티의 후쿠시마 출신이다. 굳이 어느 지방 출신을 알려주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오쿠하라가 오호리를 2:0(21:12, 21:12)으로 완승했다.
내가 좋아하는 오호리와 오쿠하라를 동시에(일타쌍피) 보기 위해 유튜브에서 검색했다. 이 경기를 거실에서 보고 있었다. 외손주 도민이가 왔다. 도민이는 할아버지가 유튜브 보고 있는 꼴(?)을 못 본다. 자기가 좋아하는 포켓몬 영상을 보여달라고 조르기 시작한다. 할아버지 보던 것 끝나면 보여주겠다고 좀 기다리라고 했다.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중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결코 내 맘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달에 만 다섯 살이 되는 도민이에게 물었다.
“도민아 저 누나들 가슴에 국기가 그려져 있는데 어느나라 국기 같아?“
“일본” 도민이는 요새 전 세계 국기를 외우고 있다.
“딩동댕! 우와 도민이 정말 똑똑하네. 그러면 도민아 저 두 누나 중에 누가 더 예쁜 것 같아?"
"음... 이 누나가 더 예뻐!"
도민이가 가리킨 선수는 오호리였다.
"그래? 아야 오호리란 선수인데, 어디가 더 예쁜 것 같아?"
"머리 하고 얼굴이 더 예뻐!"
깜짝 놀랐다. 머리라는 것에. 이쁜 얼굴의 공통점은 있지만, 사람의 얼굴에 대한 선호는 상당히 주관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긴 머리를 묶은 오호리와 길지 않은 커트 머리의 오쿠하라 중에 다섯 살 남자아이도 긴 머리를 좋아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남자는 긴 머리의 여자를 좋아한다. 그래서 많은 여자들이 손 많이 가는 긴 머리를 거의 평생 유지한다. ( https://brunch.co.kr/@jkyoon/497 )
둘 중의 어느 것을 선호하느냐를 결정하는 방법을 '이안비교법'이라고 한다. 많은 아이디어 중에 가장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방법으로 사용된다. 일단 둘 만을 비교해서 좋은 것들로 반을 추리고, 다시 둘 만을 비교해서 반을 추려나가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가장 선호하는 것을 결정할 수 있다.
스포츠 경기의 토너먼트 방식이 제일 잘하는 선수를 찾아내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그렇지만 토너먼트 방식에서 제일 센 선수와 1회전에서 맞붙으면 결승까지 갈 선수가 바로 탈락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래서 대진표가 중요하기에 보통은 대진표를 추첨으로 정한다. 추첨으로 해야 공정하다고 사람들이 생각한다. '운'에 따른 결정이다. 다른 방법은 현재까지의 성적(세계 랭킹 같은)으로 제일 좋은 선수와 가장 안 좋은 선수를 대진시키는 방식이다. 그래야 준결승이나 결승이 아주 팽팽하게(싱겁지 않게) 이루어질 수 있다.
아야 오호리와 노조미 오쿠하라 모두 젊고 예쁜 선수들이다. 젊고 예쁜 선수가 배드민턴 코트를 사뿐사뿐 스텝을 밟으며 뛰어다니는 것이 정말 보기 좋다. 받기 어려운 공을 받아 내거나 상대방 코트의 구석으로 매섭게 찔러 넣는 스매싱을 보는 것이 정말 재미있다. 내게 둘 중의 누가 더 예쁘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오호리를 선택할 것 같다. 이유를 대라면 나는 오호리의 늘씬함(169cm)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도민이가 지적한 긴 머리일지도 모르겠다. 손자와 의견일치를 보았다는 것이 신기하다. 어쩌면 유전자의 1/4을 공유하기에 유사한 취향을 갖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https://www.youtube.com/live/-QSXPxnAuwQ?si=o58vqoechP8hiL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