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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Feb 05. 2024

인터섹스

운동으로 배드민턴을 제법 오래(만 2년) 즐기다 보니, 세계적인 선수들의 환상적인 배드민턴 경기를 시청하는 것이 취미가 되었다. BWF(Badminton World Foundation)의 경기는 거의 매주 수목금토일 진행된다. 토요일은 준결승이 열리고, 일요일에 결승전이 열린다. 경기 종료 후 몇 시간 뒤에 BWF 유튜브 채널에 10분 내외의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이 올라온다. 하이라이트만을 몰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드민턴은 주로 아시아 선수(한국 선수 포함)들의 경합이다. 간혹 덴마크를 비롯한 유럽선수들이 보인다.


지난 인디아 오픈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안세영 선수가 2세트에서 기권했다. 그전 주의 말레이시아 오픈에서 우승했는데... 무릎부상 때문이다. 작년 가을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다친 무릎이 아직 온전치 못한 것이다. 이전의 16강전부터 난 알아보았다. 무릎이 불편한 것을 무릅쓰고 경기하고 있다는 것이 보였다.


아파본 사람이 아픈 사람을 알아본다.


매일 오전 배드민턴 동호회에서 두 시간을 꼬박 경기하다 보면, 어느 날 오후에 오른 무릎이 약간 시큰거린다. 걷는 것이 좀 불편하다. 무릎 연골은 재생되지 않는다. 쓸수록 계속 닳아서 최악의 경우 뼈와 뼈가 마주 닿아 아파서 걷지 못하게 된다. 나이 들어 생기는 이런 질병을 퇴행성 관절염이라고 한다. 조심조심 아껴서 사용하고 특히 허벅지 근육을 키워 무릎 연골에 가해지는 힘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배드민턴 코트를 열심히 뛰다 보면 허벅지 근육이 커진 것을 느낄 수 있다.


오른손 라켓으로 셔틀콕을 치다 보면 특히 오른 무릎에 큰 힘이 가해지는 것을 느낀다. 배드민턴을 잘 치기 위해 오른 무릎을 과사용하고 있다. 배드민턴으로 무릎을 보호하기 위한 허벅지 근육 강화운동을 하고 있다. 일종의 '딜레마'다. 배드민턴 때문에 무릎을 과사용하고 있는데, 무릎보호를 위한 허벅지 근육강화 운동을 배드민턴으로 하고 있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허벅지 근육 강화운동을 배드민턴 아닌 다른 운동으로 하고 배드민턴 치는 시간을 좀 줄여야 한다.


배드민턴 게임이 너무 재미있는 것이 문제다. 중독된 것이다. 중독의 특징은 나쁜 것을 알면서도 끊거나 줄이지 못하는 것이다. 배드민턴 중독이다. 중독의 나쁜 점은 다른 좋은 경험을 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크게 마음먹고 정형외과병원에서 무릎 엑스레이 사진을 찍었다. 혹시 퇴행성 관절염 진단을 받으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불안했지만 아직 괜찮다고 한다. 사진 상으로는 무릎 연골에 이상 없단다. 아직 무릎에 물이 차거나 붓지도 않았단다. 그렇지만 이미 퇴행성 관절염이 시작되고도 남을 나이니 조심하란다. 엑스레이 사진에는 이상 없지만 아픈 증상이 있으면 퇴행성 관절염 1기라고 인터넷에 나와 있다. 관절염이 심해지면 진통소염제 먹고 좀 쉬거나, 연골주사를 6개월마다 맞으며 버텨야 한다. 마지막 단계는 끔찍한 수술이다. 결국 무릎을 살살 달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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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같지 않은 남자 배드민턴 선수는 거의 없지만, 여자 같아 보이지 않는 여자 배드민턴 선수들은 제법 여러 명이 보인다. 소위 성징이라는 봉긋한 여자의 가슴도 없고, 허리와 엉덩이가 구분되지 않는 여자 선수들이 자주 눈에 띈다. 특히 중국 선수들 중에 많다. 그래서 찾아보았다. 인터섹스(Intersex) 또는 간성이라는 것에 대해서...


인간이 남성과 여성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이다. 출생증명서를 비롯한 많은 서류(입국신고서 등등)에 남성이냐 여성이냐를 체크한다. 다른 것은 아예 없다. 그렇지만 선천적으로 남성과 여성 모두(자웅동체) 거나 남성과 여성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을 인터섹스라고 한다. 인터섹스는 남성 또는 여성이라는 전형적이고 이분법적인 “규범”에서 벗어난 성별적 특징을 지닌 사람들을 통틀어 이르는 포괄적 용어다. 인터섹스가 전체 인구의 1.7%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인터섹스나 트랜스젠더가 이슈가 되는 분야가 스포츠다. 모든 스포츠가 남자와 여자 사이에 장벽을 치고 남자끼리만 경쟁하거나 여자끼리만 경쟁한다. 근력에 선천적인 차이가 있으니 당연한 것 아닌가? 그렇지만 남성호르몬이 남자만큼 많은 여자나 성전환을 한 트랜스젠더가 경기에 참여하면 문제가 된다. 현대에 와서 이런 문제가 자주 생기자 혈액 속의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의 농도를 기준으로 구분하기 시작했는데, 호르몬 치료를 오래 받고 있는 트랜스젠더는 문제가 더 복잡하다고 한다.


남성과 여성만 있는 것이 아닌데 모든 사회 시스템은 이 둘만 있다고 전제하고 만들어져 운영되니 남성도 아니고 여성도 아닌 사람들은 온갖 차별에 노출된다. 다름이 틀림이 아니거늘 다르다는 것이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이 아닐까 싶다. 만약 당신이 태어났는데 남성도 아니고 여성도 아닌 인터섹스라면 어떻겠는가? 왕따 당하거나 은따 당하지 않고 학교를 다닐 수 있을까?


남성과 여성만 있다고 생각하는 이 사회에서 무사히 살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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