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다시 날자꾸나!
울루데니즈 미니버스 종점에 내려 호텔로 걸어오면서 Gravity 와 Reaction 은 가격을 알아 보았다. 대충 감이 와서 이번에는 미니버스에서 비디오 광고를 하던 Infinity 에 용감하게 전화를 걸었다. 내 이름이 제이케이이고 Tonoz 호텔에 있는데 내일 오전 가격이 얼마냐고 물었다. 220 리라란다. 사진과 비디오는? 130 인데 전부 합해서는 310에 해주겠단다. 지금도 할 수 있단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다고 했다. 내일 오전 시간대를 물으니 아침 8시와 10시란다. 8시는 호텔의 포함된 조식을 못하니 내일 열시에 하겠다고 했다. 흥정해서 300 정도가 베스트라고 생각했는데 전부 310 이라니...
나는 전화걸어 영어로 일처리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갑자기 당황하면 쉬운 단어도 생각나지 않을 수 있고, 상대방의 발음을 못 알아 들어 엉뚱하게 이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긴말 필요치 않은 예약이면 모를까 내가 무엇인가 정보를 얻거나 흥정이 필요하거나 하면 면대면으로 해야지 전화로는 사실 두렵다. 면대면에서는 최종 확인하기 위해 써달라고도 할 수 있지만...
용감한 한국 아줌마가 단독으로 유럽배낭여행을 두달간 마쳤다. 귀국후 친구들과의 첫 모임에서 친구들이 물었다. "학교 다닐 때 영어도 잘못했는데, 니 영어가 유럽에서 통하디?" "응 통하던데. 아주 잘 알아듣던데. 아아 마지막 여행지인 영국에서는 애들이 못알아들어서 고생 좀 했지. 영국애들 영어 못하나 봐."
전화로 예약한 Infinity 회사가 괜찮았다. 활강장으로 오르는 미니버스 안에서도 조용하고 믿음직한 내 파일럿 이즈마일... 착륙장은 울루데니즈 해변 서쪽의 한가한 비치에 있었다. 하늘에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게 녹색매트를 넓게 깔아놓았다. 사무실은 15명의 파일럿과 방금 내려 사진과 비디오 확인하는 사람들, 날려구 대기하는 사람들로 불난 호떡집 같다. 12시 시간대를 나는 파일럿과 손님들이 나가자 갑자기 한가해진다. 좋은 사진 두장만 메일로 받고 싶은데 사진용량이 하나가 5메가인데 인터넷속도는 엄청 느리다. 구글에 사진 첨부되는 것을 기다리며 마음이 흔들린다. 한 번 더 날까?
처음 어떤 곳을 여행할 때는 긴장한다. 제대로 못찾을까봐... 긴장하다 새로운 경치를 보면 엄청 감탄한다. 그러나 다시 긴장한다. 돌아갈 것이 걱정되어... 패러글라이딩도 마찬가지였다. 날아 오를 때 사실 긴장했다. 터키로 출발하기 몇 주전에 한국에서 61살인 어떤 분이 동력패러글라이딩 이륙하다 시화호 인근에서 추락한 사고도 떠오른다. 그러다 하늘을 날자 이 상황이 난생 처음이다. 비디오 셀카봉을 잡으라지 않나 이제 헬멧 벗게 선글라스를 벗으라지 않나 사진기보고 웃으라지 않나 저기가 무슨 섬이라지 않나... 심지어 손과 발을 아무것도 잡지말고 다 쫙 뻗으란다. 사진 잘 나오게... 후덜덜하며 제대로 여유있게 즐기지 못하였다. 다시 착륙할테니 헬멧 쓰게 선그라스 벗으란다. 비행기는 착륙이 이륙보다 훨씬 안전한데 이것도 그럴까? 제대로 즐기지 못한 기분이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계속 긴장했다. 지중해 바다를 보기는 보았으나 여유있게 음미하지 못했다.
그래 한번 더 날자.
이번에는 사진도 비디오도 필요 없으니 진짜 즐길수 있겠다. 그냥 눈에 담고 가슴에 담자.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워낙 감탄할 만한 경치를 보면 내가 하고 싶은 것. 그것은 여유있게 그 경치보며 담배 한대 피는 것이다. 하늘에서 지중해의 아름다운 색깔을 보며 담배 한대 피고 싶다. 오후 두시의 시간과 오전에 함께한 파일럿 이즈마일을 예약했다. 시간여유가 있어 사장과 얘기를 나눴다. 사장은 1995년부터 이 바닥에서 일했고 회사를 올해 차렸단다. 직전에는 그 유명한 Hector 란 회사에서 총괄매니저 했단다. Hector 사장이 신경질 적이란다. 일년에 5200유로를 지방정부에 낸단다. 영업허가 및 온갖 보험료 명목으로... 손님의 만족이 최고의 목표란다. 패러글라이딩을 하고나서 만족을 안하는 경우가 있을까 싶다. 파일럿하고 싸울 일도 없고 하늘을 날았는데... 파일럿들 하고 어울려 점심도 얻어 먹었다. 홈메이드 진짜 터키음식이라며... 빵 뿐 아니라 밥도 있었는데 밥이 익다 말았다. 터키사람들은 쌀을 데쳐서 먹나보다.
점심까지 얻어 먹고 두시에 다시 바바다그산 정상에 올랐다. 경사진 활강장 아래부분까지도 가서 봤다. 담배와 라이터를 이즈마일에게 맡기고 날아 올랐다. 두번째는 역시 쉽다. 내 발이 지상과 떨어지는 순간도 느꼈다. 여유가 있다. 바다쪽에서 불어오는 상승기류를 타면서 떠오르고 내리기를 계속했다. 발 아래 바짝 마른 산의 나무들이 보인다. 여기서 담배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라도 내 불씨가 떨어져 산불이라도 나면 한국에 못돌아가겠구나 싶다. 그러나 산에서 멀어지면서 녹색빛의 지중해 위로 나간다. 이즈마일이 담배피우란다. 자기는 원래 담배 안피우는데 내가 담배불을 붙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자기가 먼저 붙여 물었다. 그리고 내 담배를 자기 담배로 불 붙이란다. 함께 담배 피우며 지중해와 저 멀리 토러스산맥을 바라 보았다. 마지막 모금을 빨고 재털이는?
이즈마일이 손으로 껐다.
"1000 미터 넘는 상공에서 날면서 담배핀 한국관광객은 내가 처음 일거야!"
울루데니즈에서는 일년내내 패러글라이딩을 할 수 있다. 눈오거나 비오는 날이 거의 없고 구름끼는 날도 잘 없기 때문이다. 언제가 제일 좋으냐니까 파일럿 입장에서는 5월이 적당히 따뜻하고 좋단다. 지금은 너무 덥단다. 마지막으로 이즈마일과 악수하며 팁을 두둑히 줬다. 정말 고맙다고...
여기저기 걸려 있는 패러글라이딩 사진을 보니 구름 위에서 찍은 사진이 있었다. 구름 위에서 날아 올라 구름 속을 지나가 보고 싶다. 구름 맛이 어떤지 보고 싶다. 비행기에서만 보던 나를 받아줄 것 같던 구름 속으로 지나가면서 구름을 만져보고 싶다. 여름 우기 지나자마자 네팔의 포카라 사랑곳에 가기만 하면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