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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ul 30. 2016

중국아줌마 아닌가 보다.

갈길을 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


울루데니즈는 터키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을 갖고 있는 곳이다. 우리로 치면 경포대나 해운대에 상응하는 곳이다. 아름다운 물색깔과 따뜻한 지중해 해변을 갖고 있다. 이곳의 패러글라이딩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는 해변 바로 뒤에 2000미터에 육박하는 바바다그산이 우뚝 서 있어 산 정상에 마련된 활강장에서 일년내내 패러글라이딩이 날아오르기 때문이다. 색깔도 화려한 패러글라이더가 정말 매일 많이 떠있다.
 
바다색깔은 짙은 푸른색이다. 영어로는 Deep blue 아닐까? 그러다 얕은 해변 가까이는 에메랄드 녹색빛을 띤다.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색깔은 우유빛이다. 해변에서 여름을 즐기며 수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파란 지중해에 엄청난 난민들이 지금도 빠져죽고 있다. 거의 갇힌 바다인, 그래서 지중해인 이 바다의 물이 어떻게 이렇게 깨끗할까? 아프리카와 유럽에서 그리고 중동지역에서 오수와 하수들이 유입될텐데...

울루데니즈에서 패러글라이딩 말고는 하루 종일 배를 타고 근처 섬들을 돌면서 수영하고 점심먹고 또 수영하는 보트투어가 유명하다. 난 관심 없다. 수영을 못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배 난간 위에서 바다로 바로 점핑할 수 있을 만큼의 수영실력과 잠수실력이 있어야 재미있다. 물 속에서 눈도 못뜨고 수영도 개구리헤엄 수준에다 배멀미도 어떨때는 심해서... 이 땡볕에 보트투어는 싫다.

바로 호텔 방문을 옆으로 밀고 나가면 호텔 수영장이 있다. 수영장 옆에는 Bar 를 겸한 식당도 있어 하루 세끼를 여기서 해결할 수도 있다. 아침을 먹고 수영장 선베드에서 커피를 우아하게 마시고 있는데 길이가 20미터쯤 되어 보이는 수영장에 중국아줌마가 혼자 열심히 왕복하고 있다. 수영모자와 물안경까지 제대로 갖추고 계속 자유영과 평영을 섞어가며 우리나라 실내수영장의 아줌마들처럼 수영하고 있다. 제대로 배운 솜씨다.  

난 수영을 못배웠다. 어릴 때 배웠어야 하는데... 물에 들어가면 온 몸이 뻣뻣해진다. 물이 무서워서... 대전 연구소 다닐 때 한빛아파트 수영장에 6개월정도 다녔던 기억이 난다. 접영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뻣뻣한 몸이 영 아니다. 제법 열심히 새벽수영을 하고 연구소를 다녔더니 몸에 무리가 와 간염이 재발했다. 그 당시는 수영조차 내게 무리한 운동이었다. 수영도 한번 배우면 한동안 끊어도 금새 옛실력이 나온다는데 나는 아니다. 머리를 물에 담그는 것이 싫다.

어릴 때 다리가 땅에 닿지 않은 상태에서 머리가 물에 빠진 기억이 몇번 있다. 몇번 죽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접시물에 코 박고 죽을 수 있다는 속담도 있는데... 수영도 어릴 때 누가 가르쳐 줘야 한다. 물을 무서워 하지 않게... 자전거타기도 어릴 때 누가 가르쳐 줘야 한다.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게...

헉 아까 아침에 혼자 열심히 수영하던 중국아줌마가 젊은 터키 남자 손을 잡고 수영장을 지나 호텔을 나간다. 중국아줌마 아닌가 보다. 그럼 뭐지?

이제 터키에 쿠데타 난지 두주가 지난다. 내가 터키여행을 시작한지 벌써 두주가 지나간다는 것이다. 이제는 이렇게 무작정 발길 닿는대로 갈 수 없다. 귀국하는 비행기 시간에서 역으로 일정을 정해야 한다. 이스탄불에 귀국 하루전에는 돌아가서 하루 자고 귀국하는 아시아나항공 타야지. 터키 동북쪽의 트라브존에서 이스탄불 가는 비행기표를 스마트폰으로 예약했다. 흑해 연안에 있는 트라브존은 절벽 중간에 있는 수멜라수도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내일 울루데니즈를 뜨자. 보트투어 안할거니까... 동쪽으로 바닷가따라 가다가 안탈랴에서 트라브존으로 비행기 타고 가자. 비행기표도 샀다. 스마트폰으로... 정말 편한 세상이다. 스마트폰으로 안되는 것이 없다. 스마트폰이 주는 또하나의 편리함은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도 얼마든지 글이나 메모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수첩에 메모조차 하기 힘든데...  

큰 중요한 일정은 다 정해졌다. 이제는 그것에 맞춰 그때그때 소소한 것들만 정하면 된다. 인생도 큰 것만 정하면 된다. 가장 크고 중요한 언제 마칠 것인지를 내가 정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여행처럼 끝나는 시간에 맞춰 역순으로 할 일을 정하면 편할텐데... 앞으로의 갈길을 정하고 나니 마음이 훨씬 안정된다. 이제 루트에 대한 중요한 결정은 없다. 오늘 푹 잘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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