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여행하는 스타일이 다르다.
터키를 혼자 여행하면서 나의 여행스타일을 확실히 알았다. 이제 내 스타일이 정착되는 것 같다. 우선 장거리 이동하는 야간버스는 싫다. 돈을 두배 내지 세배를 주더라도 비행기를 이용한다. 낮에 종일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할 만하다. 끊임없이 변하는 주변의 경치와 광경이 나를 지루하지 않게 한다. 직항 비행기가 없는 장거리는 반으로 나누어 낮버스를 이용하고 중간에서 하루 잔다. 굳이 시내버스가 있는데 택시를 타지는 않는다. 시간도 많고 진짜 현지인을 볼 수 있으니...
숙박은 2박 내지 3박을 같은 곳에서 한다. 그래야 온전한 하루나 이틀이 내 마음의 여유를 준다. 한 도시 한 달을 여행하는 부부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좋은 발상이다. 큰 도시를 한달 머무른다면 관광객이 흔치 않은 구석구석을 볼 것이다. 그리고 그 도시의 문화와 분위기에 흠뻑 젖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큰 도시는 싫다. 큰 도시는 보통 복잡하고 모든 것이 비싸다. 내가 아직 뉴욕, 런던, 파리, 베를린 등을 관광하지 않은 이유이다. 아마도 못하고 아니 안하고 인생을 마칠 것 같다.
여행지의 경치와 분위기를 가슴에 담기 위해 그 곳만의 독특한 activity 를 한다. 골프를 가장 선호하지만 래프팅이나 트레킹, 낚시, 온천욕, 스쿠터, ATV, 자전거 등등... 이제는 패러글라이딩도 할 수 있다. 그냥 주마간산식의 그 일대 전부를 보여준다는 옵션투어는 안한다. 사진 밖에는 남는 것이 없는데 그 사진을 다시 볼 가능성이 별로 없다. 사진이나 비디오를 찍는데 너무 열중하지 않는다. 결국 나중에는 다 버려질 것이다. 아마 나 죽은 뒤에 자식들이 한번 슬쩍 보고는 잠깐 망설이다 과감히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삭제버튼을 누를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지는 한 여름의 스키리조트나 한 겨울의 해수욕장도 포함된다. 우선 사람이 없다. 겨울의 해수욕장은 너무 사람이 없어 심지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그런 여유와 한가함이 좋다. 어릴적 혼자 극장의 조조할인을 보러간 적이 많았다. 그 빈자리의 여유가 좋아서... 법정스님의 조조할인이라는 수필이 있다. 법정스님도 그런 여유와 한가로움을 즐긴다는...
지금 터키는 테러와 쿠데타로 인하여 동양 관광객은 거의 없고 유럽의 관광객들도 보면 터키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독일이나 프랑스에 이민가서 여름휴가를 터키로 오는... 쿠데타 이후 몇만명의 공무원을 해임하고 휴가도 금지시켰다. 그래서 파묵칼레 펜션집 주인 아저씨의 하소연도 들었다. 나는 여유속에 터키의 여름을 즐기고 있다. 아마 터키의 여름이 이렇던 적이 없을 것이다.
여행은 천천히 하는 것이다. 그래야 좋은 경치보며 맥주 한잔 할 수 있고 그 때 그 순간의 생각과 감정도 기억할 수 있다. 그 때 그 순간 떠오른 생각과 느낀 감정이 중요하다. 결국 산다는 것은 생각과 감정의 총집합 아니겠는가? 죽으면 다 사라질 것들이지만... 순간을 즐기고 음미해야 한다. 그 순간들이 나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