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거니 Jul 30. 2016

참 쉽고 빠르다.

아무도 내 머리에 관심이 없다.


작년 가을 딸과 둘이서 네팔을 여행중일 때였다. 포카라에서 카트만두로 이동하는 버스를 타고 있었는데 앞 자리에 중국인 가족일행이 네자리를 잡고 앉았다. 중국인 아빠의 티셔츠에 중국의 학교이름이 새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그의 직업이 선생님이란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야구 모자를 쓰고 있다가 자리에 앉자 벗었는데 완전 대머리는 아니었고 머리숱이 아주 듬성듬성 했다. 더욱이 내 바로 앞자리라 내 눈과의 거리는 50센티 이내였다고 생각한다. 그 때 딸에게 물었다.
 
"지민아 아빠 머리숱이 이 중국아저씨보다는 많지?"

그때의 딸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어이 없다는, 아빠가 안쓰러운, 황당하다는, 이렇게 모를수가 하는 그 표정을...

대머리 유전자가 우성이라 우리나라도 점점 대머리가 늘어난다. 대머리총각들도 늘어난다. 하나 있는 내 아들도 아빠처럼 될까봐 걱정인 것 같다. 특별한 샴푸를 사용하는 것 같고 이즈음 약도 먹는 것 같다.

후배가 페북사진을 바꿨다. 자타가 공인하는 확실한 대머리 후배가 근사한 가발을 덮어쓴 것이다. 한 20년은 젊어 보인다. 현대차 연구소에서 일하다 중견기업 연구소장으로 자리를 옮긴지 얼마 안되었다. 너무 근사해서 "Before & after 내게 보내주라." 라고 댓글을 달았더니 메신저로 Before & after 를 보내왔다. "여름이 다가오는데 안 덥냐?" 고 물었다. 장난 아니란다. 따로 두피케어를 할 정도란다. "선배님, 그 정도는 각오하셔야 합니다." 바로 포기했다. 그런 각오 안하기로 했다. 올 가을 결혼하는 딸이 아빠도 한번 시도라도 해보라던 말이 기억나서 나도 잠시 흔들렸지만 평상시 모자도 거추장스러워 하는 내가 상시 털모자를 쓰고 견딘다는 것을 할 자신이 없다.

그런 말도 있잖은가? 가발을 쓰는 사람은 집 현관문 들어서면서 신발보다 가발을 먼저 벗는다고...

외모지상주의란 말도 있다. 외모도 중요한 경쟁력이고 첫인상으로 사업과 결혼의 성패가 결정되기도 하니 틀린 말만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워낙 어려운 취업시장에서 스펙을 올리는 것과 성형을 하는 것이 동등하게 이루진다고 한다. 한때는 성형외과가 의과대학에서 가장 선호하는 분야였던 적도 있잖은가? 중국의 많은 관광객이 한국와서 쇼핑하듯 성형시술 받고 간다고 한다. 워낙 많이 이루어지다 보니 심심찮게 사고가 나서 뉴스거리가 된다.


우리집 여자들도 마찬가지지만 머리숱 많은 사람들은 매일 아침에 머리 말리는데 "드라이 드라이(보통 난 이 소리에 아침 잠이 깬다.)" 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사용한다. 난 수건으로 한번 털면 그만인데...

참 쉽고 빠르다.

외모에 투자되는 시간과 노력을 생각해보면 과연 가치가 있는 것인지 재고해 보아야 한다. 인생의 1/3 을 잠자는데 쓴다지만 잠을 줄일수는 없다. 새로 재생하고 회생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라이 드라이 하는 시간은... 누구는 그랬다. 자기는 오랜 시간 드라이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고... 오늘 할 일에 대하여. 하긴 나는 화장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니 그 사람은 화장은 아주 빨리 할 것이다.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가 없는 사람이 있을까? 외모로 먹고사는 사람들도 컴플렉스가 있고 나이 들어감에 따라 추락하는 외모 때문에 더 걱정이 많을 것이다. 외모의 나이들어감을 늦추기 위해 엄청난 관심과 관리를 하느라 하루가 모자랄지도 모른다.

그 시간과 노력을 다른 곳에 투자하면 인생의 모습이 바뀌지 않을까?

외모는 생긴 것 뿐 아니라 소위 패션이라는 헤어스타일, 옷, 구두, 모자 등을 비롯한 많은 액세라리까지를 다 포함한다. 벗겨진 머리를 감추기 위해 모자를 쓰고 가발을 쓴다. 아침에 감지 못한 머리를 감추기 위해 오전 강의시간에 모자를 쓰고 있는 학생들이 제법된다. 그 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집을 나서는 나를 어쩌다 본 아내나 딸은 한마디 한다. 그게 모냐구... 아래와 위를 어떻게 그렇게 매칭했냐구? 속에 입은 셔츠색깔이 위 아래와 어울린다구 생각하냐구? 나더러 패션테러리스트란다. 어디가서 자기가 내 아내라고 말하지 말란다. 창피하다고... 난 내가 좋아서 입었을 뿐인데... 어제 입은 셔츠 오늘 한 번 더 입고 빨래통에 내놓겠다는 것인데... 빨래 걱정 말란다. 세탁기가 하지 자기가 하는 것 아니라고...

유명한 원로인사가 있었다. 그 분은 나름의 신조를 갖고 있었다. 소위 청색이 자신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양복을 청색만 여러벌 갖고 있다. 물론 청색의 범위도 넓어 곤색, 진곤색, 딥블루, 등등 조금씩은 다르지만... 그래서 와이셔츠도 흰색과 하늘색만 있단다. 넥타이조차 청색계열만 갖고 있어서 매칭할 필요가 없단다. 옷장 안이 모두 청색이란다. 항상 모든 것이 청색으로 매칭된다. 괜찮은 생각이라고 생각했다. 있는 것 아무것이나 줏어 입어도 최소한 패션테러한다는 소리는 안들을테고 옷 맞춰 입는데 시간이 안걸릴테니...

터키에는 대머리가 많다. 완전히 스킨헤드로 가버린 대머리도 많지만 소위 이부가리 정도로 밀어버린 젊은 대머리 들이 아주 흔한다. 나는 눈썰미가 좋다. 그래서 가발을 아주 잘 식별해낸다. 한국에서는 심심치 않게 아니 쉽게 가발 쓴 사람들을 찾아낼 수 있다. 아직 터키에서 가발 쓴 사람 못 봤다. 하긴 이렇게 더운데 털모자 쓸 정신 나간 터키남자가 있을까 싶다.

아무도 내 머리에 관심이 없다. 나 보다도...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의 스타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