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즐거운 순간
너무 덥다. 터키가...
오전에는 호텔 풀장에서 스마트폰 갖고 놀다가 점심 먹고 더 더워지길래 방으로 돌아와 빨래 한판하고 에어콘 밑에서 잤다. 깨보니 5시다. 호텔 입구에 터키탕 10불이라고 써 있던 것이 기억났다. 어제 프런트에서 첵인할 때 마사지까지는 20불이라고 했다.
지하의 터키탕으로 가니 문은 활짝 열려 있는데 아무도 없다. 관광객이 정말 없다. 로비 밖에 두남자가 담배피고 있길래 혹시 터키탕 주인 어디갔냐고 물었다. 한 친구가 손들며 자기란다. 엄청 반가운 눈빛 이길래 얼마냐고 물었다. 마사지까지 25불이란다. 무슨 소리냐며 20불 하니 좋단다.
탕 없는 터키탕 하맘에서 기다리라고 하길래 열심히 더운물을 바가지로 끼얹으며 몸을 달궜다. 15분쯤 뒤에 덩치좋은 아까 나한테 돈 받은 주인이 들어오더니 가운데 대리석 평상에 누우란다. 우리 것보단 약간 부드러운 때수건으로 때를 밀고 엄청난 거품으로 온 몸을 덮은 뒤 세게 문질러 준다. 팔힘이 장난 아니다. 더 늙으면 아파서 이것도 못하겠다 생각했다. 딱딱한 대리석 평상도 엎어지니 무릎 등의 관절이 아프다. 바가지로 물을 끼얹어 행구고 큰 수건을 두르고 나왔다. 휴게실에서 차를 마시며 좀 쉬란다.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땀이 진정되자 마사지 침대에 누우란다. 머리 놓는 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는 흔히 보던 침대이다. 머리까지 포함해서 온 몸을 주물러준다. 계속 수영복을 안에 입고 있으니 척척하고 꿉꿉하다.
38살의 애슈랩은 마사지사 자격증도 여러개 갖고 있다. 자기는 메디칼마사지 한단다. 마사지하며 내 오른쪽 어깨근육과 오른쪽 허벅지 근육에 문제가 있단다. 알고 있다. 나이들어 그런 것이다. 여러번 메디칼마사지를 받으면 좋단다. 내일도 오란다. 난 내일 트라브존가는 비행기타러 아침부터 안탈랴로 이동해야 하는데...
애슈랩의 딸 지나는 20살이다. 한국을 엄청 좋아 한단다. 한국말을 인터넷을 통하여 배울 정도이다. 끝나고 같이 담배피는데 애슈랩이 딸에게 전화해서 나를 바꿔준다. 애슈랩도 딸바보인가 보다. 지금 샵에 한국사람 왔으니 얘기해보라고 전화한 것이다. 안녕하세요로 시작한 지나의 한국말은 어설프다. 특히 아버지의 나이를 물었을 때는 잠깐만 하더니 찾아보는 것 같았다. 사실 어느 언어에서나 숫자가 어렵다. 무조건 외워야 하니까... 애슈렙에게 딸이 모하냐니까 그냥 집에 있단다. 터키도 직업을 갖기가 쉽지 않단다.
탕이 없는 터키탕 하맘은 남녀 공용이란다. 수영복을 입거나 큰 천으로 가리고 하니까... 사실 북유럽의 사우나도 남녀 공용이다. 추운 지방에서 사우나시설은 보통 마을에 하나 있었단다. 자연히 사우나를 남녀 같이 할 수 밖에 없고 사우나 안에서는 다 벗는 것이 편하다. 핀란드에서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장모와 사위가 다벗고 함께 하는 것이라고 어디서 읽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결정된 도시가 독일의 바덴바덴이다. 바덴은 영어로 'bath' 이다. 우리말로 목욕목욕이다. 로마시대에서부터 유명한 온천이었다. 바덴바덴에서 유명한 카리큘라탕에 갔을 때 큰 온천탕은 수영장 같이 운영되지만 사우나는 'Naked only' 란 팻말이 붙어 있고 남녀공용이었다. 홀딱 벗고 큰 수건 한장만 갖고 들어간다. 젊은 여자는 잘 없지만 나이든 유럽 아줌마 아저씨들이 가득했다. 영 어색해서 큰 수건으로 어설프게 가리고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큰 수건은 가리는 용도가 아니고 사우나 안에서 깔고 앉아 떨어지는 땀을 받아내는 것이다. 늘씬한 독일 젊은 여자 관광객 몇 명이 함께 들어왔다. 난 시선을 어디둘지 몰라 당황했다.
개운하다. 아까 때도 엄청 나왔다. 끝나고 팁으로 5불 줬다. 너무 좋아하고 고마워 한다. 이런 순간을 난 즐기는 것 같다. 사실 고마운 것은 난데... 내 인생의 순간을 즐겁게 해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