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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Jun 25. 2024

키르기스스탄 2

공항에서 이코노미석 승객들을 줄 세워 기다리게 하는 것에서 나는 차별을 느낀다. 체크인 카운터에서 줄을 길게 서야 하고, 모바일 체크인을 했으면 백드롭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탑승구 게이트에서도 이코노미석은 줄을 길게 세운다. 줄 서서 멍하니 기다리는 것을 인간들은 싫어한다. 모든 인간을 줄 세우는 것이 아닐 경우 나는 차별을 느낀다. 테마파크(놀이동산)의 자유이용권과 스키장의 리프트이용권에도 차이가 있어, 줄 서지 않고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이 문제 된 적 있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테마파크 간지도 스키장 간지도 너무 오래전이라...


티웨이항공이 키르기스스탄의 비슈케크로 직항한다.


티웨이항공은 티웨이 플러스라는 구독서비스를 만들었다. (돈을 내고) 구독을 하면 (좋은 좌석은 미리 구매해야 하는데) 모든 좌석지정을 무료로 할 수 있다. 그리고 공항에서의 줄 서는 것을 최소화해준다. 프리미엄 공항서비스라고 이름 붙여, 전용카운터 체크인서비스, 게이트 우선 탑승서비스, 수화물 우선수취서비스가 포함된다. 다른 많은 할인이나 특별한 혜택들도 주어지지만, 비슈케크 직항 편을 구매하기 직전에 티웨이 플러스를 구독한 가장 큰 이유는 공항에서 줄 서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그래서 1년 동안 티웨이에 코가 꿰였다.




비행기는 문제 많다고 소문이 자자한(심지어 새 비행기 두 대가 추락까지 한) 보잉 737-8이다. 7시간 반을 날기에는 정말 작아서 답답한 비행기다. 제일 앞줄 오른쪽 창가 좌석에서 석양을 쫓아가면서 간신히 버텼다. 비행기는 구름층과 구름층 사이를 계속 날았다. 비슈케크의 마나스 국제공항은 신선했다. 입국카드도 없고 세관신고서도 없다. 여권과 타고 온 비행기 보딩패스를 보여주는 것으로 입국심사가 처리되고(물론 얼굴사진은 찍는다), 녹색 표시된 출구로 나가는 것으로 세관검사도 끝이다. 이렇게 입국절차가 간단했던 경험이 있었나?


등에는 큰 배낭, 앞에는 작은 배낭을 멘 어르신이 혼자 공항 로비로 나오니 너무나 반갑게 맞이하는 사람이 있다. 택시 필요하냐? 어디 가느냐? 카라콜(키르기스스탄의 주요 관광도시)로 바로 데려다줄 수 있다느니 하면서 얘기하란다. 다 들어줄 수 있다고... 호텔까지 이동할 택시비가 필요해서 환전소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공항은 환율이 안 좋다며 환전소까지 따라붙는다. 일단 100불을 환전하고 얀덱스 앱으로 카카오 택시 부르듯이 택시를 불렀다. 그제야 나를 포기했다.



비슈케크 시내의 호스텔에 자정 넘어 도착했다. 호스텔은 보통 이층침대가 여러 개 있는 도미토리 룸으로 구성되지만 호스텔 중에는 개인실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난 호스텔의 개인실을 선호한다. 호스텔은 공용주방을 사용할 수 있고 주로 배낭여행객들이라 동행을 구하거나 정보를 얻기가 수월하다. 단독 배낭여행을 호텔에서 묵으면 말을 할 기회조차 얻기가 어렵다. 경치구경도 좋지만 더 재미있는 구경은 역시 사람구경이다. 최근에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해서 모든 것이 거의 완벽한 호스텔인데, 개인실은 침대와 옷장만 있지, 샤워와 화장실은 공용을 사용해야 한다. 그것까지 예약하면서 확인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후회하거나 낙담할 일이 그것뿐이겠는가?


비슈케크 시내는 러시아 느낌이 너무 나서 도로를 비롯한 도시계획, 정부청사와 아파트를 포함한 건물, 러시아 키릴문자가 만연한 간판들을 보면, 모스크바의 변두리나 러시아 소도시와 아주 흡사하다. 다른 것이라고는 인종뿐이다. 키르기스인의 고향이 바이칼호 동쪽의 예니세이강 부근이라 특히 몽골인과 아주 흡사하다.


현대와 기아 자동차가 널렸다. 운전대가 반대인 일본자동차도 간간이 보이지만 깔끔한 자동차는 대부분 현기차다. 오래된 독일차나 심지어 러시아 아니 소련 시절 자동차도 제법 보인다. 굴러다니는 자동차의 수준을 보면 그 나라의 소득 수준을 엿볼 수 있는데, 비슈케크 시내의 수준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 시내버스는 산뜻한 녹색으로 칠해진 중국의 저상버스로 거의 교체된 듯하지만, 오래된 미니버스 벤츠의 스프린터들도 아직 현역으로 달리고 있다.


시차적응도 하고 생소한 나라의 시스템 적응도 해야 해서 일단 비슈케크 호스텔에 3박을 예약했다. 자정 지나 늦게 체크인하고 낯선 환경에서 4시간 정도 밖에는 자지 못했다. 일요일 아침 유난히 일찍 잠이 깨듯이 키르기스스탄의 첫날 일찍 일어났다. 도착 다음날이 일요일이다. 하늘이 너무 화창하다. 하루 종일 뒹굴 생각이었는데 마음이 변했다. 일단 유명한 시장(오쉬 바자르)으로 향했다. 10분 거리였다. 시장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한국 여행객들의 유튜브 영상을 하도 많이 봐서 들어갈 마음은 애초에 없었다.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시장 입구의 2층 식당으로 올라갔다.


일요일 오전 10시 키르기스스탄에서 제일 큰 재래시장의 입구 2층 식당은 넓고 한산했다. 메뉴판을 구글 사진 번역기를 돌려 유명한 라그만(덜 매운 고기 짬뽕)을 주문했다. 서빙하는 여인이 영어도 제법하고 심지어 센스도 있다.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계산하면서 물었다. 몇 살이냐고? 13살 8학년이란다. 우리나라에서 중학생도 일할 수 있던가?


라그만
마나스(신화 속 인물, 우리나라의 단군?)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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