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어른은 팔순 되기 전 해 여름 폐암 4기 진단을 받으셨다. 그리고 6개월을 투병하시다 돌아가셨다. 병원 면회를 가보면 항상 골프채널을 보고 계셨다. 2009년 당시 골프채널은 케이블 TV에 딱 한 개였다. 하루 종일 채널을 고정하고 TV만을 보다 가셨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오래전부터 거의 누워계셨다. 만 94세를 6개월 남기고 가셨으니 거동이 힘들어진 것은 그보다 거의 10년 전이다. 아버지 침대 머리맡에는 항상 라디오가 켜져 있었다. 무슨 방송을 그렇게 종일 듣고 계셨는지는 내가 효자가 아니라 기억하지 못한다. 집 안의 FM신호가 좋지 않아 잡음이 섞인 라디오 방송을 눈감고 누워 그렇게 오래 듣다가 가셨다.
나는 어떻게 될까?
장인어른처럼 어느 날 갑자기 건강수명이 끝나 병원신세를 지거나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될지 모른다. 어쩌면 아버지처럼 천천히 건강수명이 끝나 집에만 있고 누워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날지도 모른다. 만약 지금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상상해 보았다.
나는 무엇을 할까?
지금이라면 유튜브를 종일 보고 있을 것 같다. 거실의 큰 평면 TV를 통하여 여행 관련 콘텐츠를 무한 검색하여 보고 있을 것이다. 얼마 전만 해도 나는 유튜브를 거의 보지 않았다. 시답지 않은 영상콘텐츠를 계속 보고 있는 것은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컴퓨터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을 하는 것처럼... 네이버나 구글 검색보다 유튜브에서 찾는 것이 더 좋다고 아들이 내게 말한 적 있다. 그렇지만 정보를 찾을 때 나는 네이버와 구글 검색을 고집했다.
검색을 유튜브에서 하라는 아들의 말을 실천한 계기는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 왕복비행기표를 사고 나서다. 키르기스스탄의 여행 정보를 얻기 위해 네이버나 구글 검색을 했지만 시원찮은 정보에 심한 갈증을 느꼈다. 우연히 유튜브 검색을 해보니, 여행을 가서도 보기 힘든 근사한 영상들과 정보가 유튜브에 차고 넘쳤다. 드론으로 촬영한 'Bird's eye view' 영상이 사진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경이감을 선사한다.
자작 캠핑카로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고 남미대륙의 남쪽 끝 우수아이아에서 지금 알래스카로 이동하는 부부가 있다.(캠핑카로 세계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제법 많다) 간간이 드론 영상도 곁들여 정보제공을 넘어 근사한 경치를 보여준다. 구독자는 11만 명이고, 동영상은 2024. 7월 현재 432개다. 부부의 영상 마지막 클로징 멘트가 인상적이다.
"뷰자 되세요!"
보는 풍경이 부자인 사람 뷰자 되세요. 내가 바로 뷰자라고 생각했다. 근사한 경치를 직관하며 커피나 맥주 마시는 것을 즐기는 사람. 전방의 윈드실드를 통하여 경치를 보느라 운전하는 것이 힘들거나 전혀 지겹지 않은 사람. 바로 View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다.
다양한 여행 스타일 중에 자동차(렌터카) 여행을 가장 좋아하고, 배낭여행을 떠나 이동 중에는 시야가 좋은 자리를 찾고, 비행기 좌석지정은 항상 창가자리를 고집하고, 설산과 에메랄드빛 호수가 빚어내는 경치에 감탄하고, 고산병을 걱정하면서도 고산의 풍광에 매료되고, 아직 보지 못한 경치를 찾아 끊임없이 새로운 여행지를 찾아 나서는 내가 뷰자다.
그렇다면 지금 아직 건강수명이 남아 있을 때 무엇을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