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알림이 열개 이상이란 표시가 보인다.
예상했듯이 대학동기 단체방에 부친상 안내가 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가 새끼줄에 묶인 굴비처럼 줄줄이 달려 있다.( https://brunch.co.kr/@jkyoon/599 ) 부친상을 맞은 동기와는 4년 전 코로나 팬데믹 직전에 쿠바여행을 함께 했다. 시아버지와 함께 사는 며느리인 동기의 아내도 함께 했다.( https://brun ch.co.kr/@jkyoon/287 ) 그 당시 부친은 아주 건강하시다고 했다. 부의안내장을 보니 92살에 영면하셨다. 한국 남자 평균 기대수명이 80대 초반이고, 평균 건강수명 역시 70대 초반이니 아주 건강하게 장수하셨다. 이렇게 가까운 동기면 당연히 조문을 가야 한다. 장례식장도 집에서 멀지 않은 신촌 세브란스병원이다.
문상을 가려면 오늘이나 내일 가야 한다. 그런데 문상 가는 것이 영 내키지 않는다. 은퇴하고 나니 이런 의례적인 모든 것이 하기 싫다. 문상 가려면 차려입고 가야 한다. 장마철이라고 반바지에 슬리퍼 신고 갈 수는 없다. 검은색 넥타이를 매고 가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구두는 신고 짙은 색 셔츠를 찾아 입어야 한다. 방명록에 이름 남기고, 부의금 봉투를 전하고, 한 번도 뵌 적 없는 망인의 사진 앞에서 분향하고 묵념하고, 동기를 포함한 상주들과 인사하고, 육개장에 밥 한 그릇 말아먹고 오면 된다. 그런 형식과 절차에 내 여생이 조금이라도 구속받는 것이 싫은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내키지 않는 것이다.
장례의 역사나 의미를 모르는 바 아니다.
개인톡으로 문상했다. 부의금은 카카오톡 송금으로 보냈다. 대학동기의 부의나 혼사축의금은 보통 10만 원이다. 나도 받아봤다. 거의 90%의 동기가 부의금을 전하고, 90%의 동기가 10만 원으로 마음(?)을 전한다. 난 사실 그런 일률적인 관행(관습인가?)에 거부감이 있다. 너무 까칠한가? 20만 원을 보냈다. 관행을 깬 마음을 표함으로써 문상가지 않은 것에 대한 용서를 구했다. 그리고 나 자신을 위로했다. “20만 원이나 보냈잖아! 문상 안 가도 괜찮아! 동기도 니 마음 충분히 이해할 거야. 시간 내서 문상 안 갔으니 니 시간 아니 니 인생 벌었잖아. 너만을 위해 그 시간을 사용해. 뭐 하고 싶니? 영화라도 보러 갈까? “
하고 싶은 것만 하기에도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마음 내키지 않는 것을 관습에 얽매여 습관적으로 할 이유 없다.
무엇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