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음 더 좋을 수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불안하다. 어느 날 갑자기 내 건강수명이 끝났다는 통보를 받을까 봐...
아침에 눈 뜨면 아침 먹고 양치질만 하고 바로 체육관으로 간다. 동호회원들과 두 시간 이상을 배드민턴을 친다. 땀에 흠뻑 젖어 황홀한 샤워를 한다. 개운한 몸을 이끌고 점심식사로 혼밥을 한다. 콩국수, 짜장면, 중국냉면, 초밥과 메밀국수, 막국수...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오후에는 아무 일정도 없다. 오늘은 손주들 하원이나 학원 등원시켜 줄 일도 없다. 이제 뭐 할까?
요새 영화는 뭐 하나?
초밥집 주차장에서 아리랑 시네센터와 씨네큐브를 스마트폰으로 검색했다. 씨네큐브에 'Before sunrise'란 영화포스터가 보이는데 어디서 본듯하다. 데자뷰!! 아주 익숙한 장면이다. 영화 포스터의 남녀 주인공과 장면이 아주 친숙한데 영화 제목은 영 기억이 없다. 곰곰이 서서 기억을 더듬었다. 내가 한 때 즐겨 본 뮤직비디오의 장면 같은데 노래가 영 기억이 안 난다. 난 원래 음악을 즐기지 않는다. 아니 즐기지 못하는 것인지도... 음악을 들으면서 다른 일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장거리 운전을 할 때도 음악을 듣지 않는다.
음악이 운전을 방해한다.
금세 노래를 찾을 줄 알았다. 유튜브 검색창에 'Before sunrise'를 치면 내가 봤던 뮤직비디오가 바로 떠오를 줄 알았다. 그런데 없다. 영화의 장면 클립들은 분명 내가 뮤직비디오에서 봤던 것인데 들었던 노래가 없다. 영화의 OST도 처음 듣는 것이다. 내가 청음이 영 꽝이지만 인상적이었던 멜로디 정도는 기억한다. 아무리 뒤져도 내가 들었던 노래를 찾지 못하겠다. 그렇게 똘똘하던 재거니가, 암기력과 기억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재거니가 기시감이 드는 영상을 배경으로 들었던 노래를 기억 못 하다니... 절망스럽다.
집에 돌아와 맥북으로 검색과 탐색을 시작했다. 영화 클립영상을 돌려보다 보면 기억해내지 않을까? 챗GPT에게도 물었다. 영화 'Before sunrise'를 배경으로 한 뮤직비디오가 무엇이냐고? 그런데 답이 안 나온다. 노래와 영상이 참 잘 어울리는 뮤직비디오였는데 왜 검색이 안 되는 것일까?
영화 'Before sunrise'는 유럽의 기차 안에서 미국 남학생과 프랑스 여대생의 만남이다. 마음이 통한 둘은 비엔나에서 내려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는 줄거리다. 젊은 남녀의 풋풋한 러브스토리다. 진부한 스토리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의 환상 속 러브스토리다. 암컷과 수컷이 우연히 만나, 평생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사랑을 키워가는 이야기. 로망이다.
소파에 앉아 4시간을 탐색과 검색했다. 내 기억을 더듬기도 했다. 영상을 보며 가장 어울리는 멜로디를 생각해 내려고 머리를 쥐어짰다. 데자뷰! 우리말로는 기시감이라고 번역된다.
기시감(旣視感, 프랑스어: Déjà Vu 데자뷔 또는 데자뷰)은 처음 보는 대상이나, 처음 겪는 일을 마치 이전에 보았다는 느낌을 받는 이상한 느낌이나 환상을 말한다. 데자뷔는 프랑스어로 "이미 본” 이란 뜻으로 최초의 경험인데도 불구하고, 과거에 이와 같은 경험을 경험한 것 같은 착각을 일컫는 말이다. 인간의 뇌는 일상생활에서 엄청난 양의 기억을 저장하는데, 이 엄청난 양의 기억을 저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인간의 뇌는 일상생활에서의 기억을 간략하게 저장하는데, 간략하게 저장된 엄청난 양의 정보는 비슷한 기억이더라도 인간의 뇌는 같은 기억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생긴다는 견해가 있다. 보통 데자뷔 현상을 겪은 사람들은 대부분 꿈속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데 이것을 데자뷔 현상이라고 한다. - 위키피디아에서 발췌 -
유튜브의 지난 시청 기록을 뒤졌다. 거의 일 년 치를 뒤졌는데 없다. 유튜브 내 계정으로 본 뮤직비디오가 아닌 것 같다. 구글 검색창에 이것저것 영어 단어를 넣다가 'Jonny Stimson'이란 이름이 보였다. Jonny Stimson이 누구인지 검색했던 기억이 났다. 그리고 Jonny Stimson의 대표곡 리스트를 보니 'Honeymoon'이 보인다. 맞다. 바로 그 노래다. 유튜브 검색창에 'Honeymoon'을 처넣었다. 노래는 맞는데 영화 'Before sunrise'를 배경으로 한 콘텐츠는 없다. 내 환상은 결코 아니다. 내가 꿈속에서 보고 들은 것 아니다. 그렇다면?
아마도 누가 'Honeymoon'을 영화 'Before sunrise'의 영화 클립을 이용하여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한동안 많은 사람들이 보다가 저작권 문제가 생겨 콘텐츠를 내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나는 그 뮤직비디오를 여러 번 보았다. Jonny Stimson의 'Honeymoon'을 오랜만에 수십 번 반복해서 들었다. 노래 가사에 데자뷰가 나온다.
그리고 노래가사에 캘리포니아에서 팀북투(Timbuktu)로 간다는 구절이 나왔다. 팀북투가 어디인지 궁금하다. 구글맵에서 찾았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바로 아래에 있는 지명이다. 13세기말부터 서아프리카에서 융성한 말리제국의 수도로 이슬람학교가 번성했던 곳이란다. 많은 고서가 남아 당시 학생의 수가 2만 명을 넘었다는 상황을 알려주고 있단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한 번 가볼까 했는데, 말리라는 나라에 말라리아가 창궐(?)하고 있고, 2013년에는 북부의 반군을 프랑스 도움으로 소탕했고, 2020년에도 쿠데타가 일어나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여 조용히 마음을 접었다.
내일 오후에 영화 'Before sunrise' 보러 가야겠다!!!
https://youtu.be/sQ4PbRoKEWk?si=LrPrK5OCxSm2xouC
https://youtu.be/urrpMc3UrUM?si=jfQ74t0q2IV7DtX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