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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Aug 02. 2016

존재하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Nur hotel 의 Rooftop


트라브존 Nur hotel 의 rooftop 에서 오늘도 일출을 보고 있다. 어제도 봤는데...

이 호텔 너무 맘에 든다. Rooftop 식당은 아침식사 때 상차려 지지만 24시간 터키차와 커피머신이 있다. 보통 rooftop 은 가리개가 없는 옥상이지만 이곳은 반 이상이 가려져 있다. 햇빛을 싫어하는 나는 항상 그늘 밑에 있다. Rooftop 의 열린 방향이 북쪽 흑해를 바라보고 있다. 흑해에 떠있는 저 화물선은 내가 온 날부터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늘도 진황색의 달걀노른자 같은 태양이 오른쪽 건물과 나무 사이로 떠오른다. 흑해 Black sea 라는데 일출때 보는 물색깔은 하늘색에 회색물감을 약간 풀어놓은 것 같다. 누구나 좋아하는 화투짝 팔공산은 보름달인데 왜 지금 그것이 생각날까? 모든 사람이 감동하는 동해바다 일출의 광경이 어제도, 오늘도 눈 앞에 있다.

어제 밤에도 rooftop 에 한참 앉아 있었다. 흑해에 떠있는 배들의 조명과 서쪽 저 멀리에서부터 날아오는 비행기의 불빛이 나를 차분하게 만든다. 오직 나를 방해하는 것은 밤 열시면 시작하는 광장의 정치집회에서 나오는 소음이다. 쿠데타 이후 이주도 지났는데 현 대통령을 지지하고 개헌하자는 정치집회가 데모크라시를 외치며 터키 전역에서 밤마다 계속되고 있다.

관광보다 여기서 바다보고 비행기 뜨고 내리는 것 보며 있는 것이 너어무 좋다. 또 rooftop 에는 부엌이 있어 만약 내가 좀 더 바지런하면 음식재료를 사다가 해 먹을 수도 있다. 캄차카와 남미를 동행 했던 친구가 있었으면 저 부엌을 애용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뜻하지 않게 이런 호텔을 만나니 트라브존이 더 좋아보인다. 다시 방문하고픈 내 도시목록에 올려야겠다.

존재는 생각하는 것과 느끼는 것으로 증명된다.
관광지 앞에서 찍은 사진이 아니고...

존재하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미국 워싱턴 D.C. 에 사촌누이가 살고 있다. 결혼하자마자 남편과 함께 미국 이민간 간호사다. 미국에서는 간호사가 경력이 쌓이고 시험을 쳐서 통과하면 약처방전을 발행할 수 있는 자격이 된다. 가정의와 유사한 자격까지 갖고 있을만큼 열심히 살았다. 미국에서 아이 둘을 낳고 열심히 일해서 자리잡은 대표적인 이민가정이다. 우리 가족이 미국에 있을 때 추수감사절에 방문했다. 이른 저녁을 먹고 누나딴에는 우리 가족 구경시켜 준다고 드라이브 가잔다. 가장 가까운 공항인 포토맥강변의 로날드 레이건 공항으로 향한다. 공항 활주로의 끝지점 부근이다. 머리 위로 비행기가 지나간다. 굉음을 내며... 끊임없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를 가까이서 한동안 보고 있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누나는 여기 잘 온다고 했다. 혼자서도... 말 안해도 안다. 돈 벌기 위해, 잘 살기 위해 미국 왔지만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지금도 나는 뜨고 내리는 비행기를 보며 마음이 설레인다. 다음엔 어디를 갈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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