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거니 Aug 03. 2016

앙카라 국립대학교는 등록금이 없다.

비빌 언덕이고 기댈 언덕이라...


오전에 수멜라 수도원 갔다 왔더니 호텔프런트 직원이 예쁘고 젊은 터키 여자로 바뀌어 있다. 나더러 안녕하세요 하고 한국말로 인사한다.


이여인은 뭐지?

이름은 수메이야.
나이는 21살.
앙카라국립대학교 일학년이고 일본어 전공이란다.
어떻게 한국말을 하냐니깐 개그콘서트랑 일박이일을 열심히 본단다. 밑에 터키자막 있는 것으로...
진짜 한국 좋아하고 관심있는 터키 여인들 많다.
케메르의 마사지사 애슈랩의 딸 지나도 그렇고...

대학교 일학년 미팅 나갔을 때처럼 호구조사 했다. 트라브존이 고향이고 아버지, 엄마, 여동생이랑 산단다. 방학때 호텔프런트에서 세달 아르바이트 하고 있단다. 오빠 셋은 전부 프랑스에서 자리잡고 있고 못본지 한참 됐단다.

앙카라 국립대학은 등록금이 없다. 한학기에 기숙사비 200리라(8만원이 좀 안된다)만 내면 식사까지 해결된다. 언어, 문학, 역사, 지리가 하나의 단과대학으로 묶여있고 터키의 수도 앙카라 중심에 캠퍼스가 있다. 학생이 전부 5000명쯤 되는 앙카라 국립대학교에서 제일 큰 단과대학이고 한국어랑 중국어전공도 있다. 공학이나 법학 같은 것은 캠퍼스가 떨어져 있어서 학생이 얼마나 되는지도 잘모른다. 일본어는 전공이고 한국어는 좋아서 배우고 있고 중국어까지 할 생각이란다.

자기가 도와줄 것 없냐고 묻는다. 트라브존에 한국식당은 당연히 없고 혹시 중국식당이나 일식당 있냐고 물었다. 트립어드바이저에는 없길래... 전혀 없단다. 트라브존 식당은 전부 케밥집 밖에 없단다. 그러고 보니 거리에 음식점 정말 많은데 모조리 케밥집이다. 그럼 할 수 없으니 터키말로 케밥을 아주 spicy 하게 해달라는 것을 써달라고 했다.

집에 갈 날이, 일상으로 돌아갈 날이 가까워질수록 한국음식이 더 그리워진다. 괴레메 한국식당에서 완전히 시어빠진 김치 몇점 먹은지도 그러고보니 한참 됐다. 파묵칼레 터키카페에서 컵라면 먹은지도...한국에서 가져온 네개의 오뚜기 쌀떡국이 어제 저녁에 세개째를 먹어치워 이제 내게 하나 남았다.

하나가 있다는 것이 엄청 위안이 된다.

그 하나가 있고 없고가 내 심리상태의 안정을 크게 좌우한다. 비빌 언덕이고 기댈 언덕이라...

매거진의 이전글 존재하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