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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Aug 03. 2016

소유 하지말고 존재하라.

가치는 인식이지 계산되는 것이 아니다.


어디서 읽은 것 같다. "소유하려 하지말고 존재하려 하라." 소유하는데 돈쓰지 말고 존재하는데 돈을 써라 였나? 우리는 항상 무엇인가를 갖고 싶어한다. 솔직히 말해 나는 메르세데스벤츠가 갖고 싶다. 자동차와 관련있는 연소공학을 전공했고 여지껏 살면서 26대의 자동차를 소유해 봤지만 메르세데스벤츠는 없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그렇게 명품인지 시험해보고 싶다. 

미국을 여행하다보면 하얀 캐딜락은 백인 노인이 운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의 베이비부머들은 어릴 때부터 보아왔던 캐딜락이 은퇴후에 우아하게 운전하고 싶은 차라고 한다. 아틀란타에서였다. 미국에선 흔하지 않은 검은 캐딜락이 보인다. 누가 운전석에서 내리나 보니 점잖게 생긴 흑인 노인이다. 

가치는 인식이지 계산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한때는 코카콜라가 세계 제일의 가치를 가진 브랜드였는데, 지금은 애플이나 구글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비교를 위해 브랜드 가치를 정량적으로 환산하기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스운 짓이다. 같은 상품을 파는 것도 아닌 브랜드를 돈으로 환산하여 비교한다는 것이 말이다. 유사한 상품을 취급하는 브랜드는 서로 상대 비교가 가능하다. 벤츠와 폭스바겐이 BMW 와 아우디 처럼 말이다. 벤츠와 삼성을 비교하고 구글과 코카콜라를 비교할 수 있다는 경영학자들이 나는 이해가 안된다.

명품이란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는 칭찬이 나오는 물건이나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자동차로서 모든 면에서 칭찬이 나올만한 물건인지 시험해보고 싶다. 자동차는 10년 이상 소유하고 몰아봐야 그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다. 10년 이상을 타도 처음 탔을 때의 동력성능이나 소음 등이 유지되고 그 많은 부품들의 내구성이 함께 해주는지를 확인해 보고 싶다. 에어콘을 개발하는 후배가 그랬다. 에어콘의 주요구성품 하나의 수명이 오래가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라고 모든 구성품이 최소한 10년은 버텨주고 한번에 수명을 다하는 것이 잘한 설계이고 잘 만든 것이라고... 

육신도 그랬으면 좋겠다. 모든 장기가 한번에 수명을 다하고 정신도 함께 갔으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비교하면 나는 유아적 취향이 있어서 로고나 비행기 색깔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을 더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빨간색과 회색의 조화는 아시아나 비행기를 타고 싶은 욕구를 내게 불러 일으킨다. 그러나 외국에서 스마트폰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접속해보면 짜증이 난다. 체크인을 하기 위해 접속하여 예약을 확인하고 체크인으로 넘어갔는데 웬 로그인 화면이 나와 5분째 돌고 있다. 이즈음 우리는 너무 신속하고 정확한 서비스에 익숙해서 이런 답답함을 견디지 못한다. 아시아나항공은 겉모습만 화려했지 모바일 홈피의 운영은 아주 꽝이다. 해외여행객의 입장에서 빨리 모바일 보딩패스 받고 싶은데 마냥 기다리게 하고 다시 접속하게 하는 아시아나항공에 욕 나온다. 이런 작은 부족함이 명품브랜드가 되지 못하게 한다.

소유의 기쁨은 잠깐이라고 한다. 집사면 3년 기쁘고, 새차 사면 3달 즐겁고, 새 평면 TV 사면 3주 재미있고, 결혼하면 평생 좋더라고...

소유하는 순간 물건의 가치는 중고품으로 떨어진다. 소유하는 순간 유지하고 돌보는 책임이 내게 온다. 소유하는 순간 기쁨은 잠시 그 다음에는 아까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골치덩이가 된다. 그래서 소유에 돈쓰지 말고 존재에 돈쓰라 한 것 같다.

존재에 돈 쓴다는 것은 경험을 사는 것이다. 새로운 경험을 하며 느끼는 기분과 감정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무지하게 비싼 경험도 있고 아주 저렴한 경험도 있다. 하고나니 별거 아닌 것도 있고 매일 하고 싶은 경험도 있다.


오늘도 경험을 쇼핑하러 호텔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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