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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Aug 03. 2016

정착하고자 하는 마음과 떠돌아 다니고 싶은 마음

선택의 순간 망설인다.


이즈음 전원주택을 마련하고 지인들을 초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것도 없던 땅에 집을 짓고 정리하여 사람이 살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드는데 돈뿐 아니라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누가 여행을 떠난다고 하면 또는 여행에서 돌아왔다고 하면 우리는 대부분 부러워한다. 누구나 훌훌털고 떠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일이 해결되지 않아서, 고3 아들에게 미안해서, 시간을 낼 수 없어서, 같이 갈 사람이 마땅치 않아서...

우리 마음에는 두가지 모두 하고 싶어한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고 싶은 마음과 무작정 정처없이 어디론가 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항상 공존한다.

떠나보면 안다. 생소하고 낯선 곳에서 혼자 모든 것을 처리하며 살아야 하는 불편함을...
집을 지어보면 안다. 집을 살만하게 만들기 위해 끝없이 이어지는 처리해야 할 일들을...

알면서도 오늘 수많은 이들이 집을 떠나고, 많은 사람들이 집을 짓기 시작한다.

인간은 모순이다.

사전적으로 모순은 말이나 행동의 앞뒤가 일치하지 않음이나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선하기도 악하기도 하다. 자비롭기도 하고 잔인하기도 하다. 착하기도 나쁘기도 하다. 강하기도 약하기도 하다. 무뚝뚝하기도 하고 친절하기도 하다. 우리 생활 속의 불편한 모순을 해결하면 위대한 발명가가 되고, 우리 마음 속의 모순을 이해하면 성인군자가 된다.

항상 모순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고민하는 것이 인간인가 보다. 오늘 다시 방문하고 싶은 도시 트라브존을 떠난다. 내일 여인들이 반겨주는 터키를 떠난다. 떠나서 좋다. 냉면과 생선회가 그리워서...

공항가는 택시를 불러놓고 시원한 호텔 로비에 앉아 있다. 끊임없이 사람들이 첵아웃 하고 나가고 첵인 하러 들어온다. 음식점도 그렇고 공항도 그렇고 항구도 그렇다. 이렇게 정주하고 기다리는 직업도 있고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영업하는 직업도 있다. 기다리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기다리는 것이 지겹고, 돌아다니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돌아다니는 것이 지겹다. 남이 하는 일이 내 일보다 쉬워보이고 좋아보인다. 남의 떡이 커보인다.

둘이서 케익을 반으로 나누어 갖는 공평하고 좋은 방법이 있다. 한사람은 칼을 쥐고 가운데를 짤라 반토막을 내고 한사람은 기다렸다가 선택하는 것이다. 진짜 솔로몬의 지혜다.

살면서 매 순간 선택하지만 이런 선택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선택의 순간 망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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