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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Aug 04. 2016

여행의 가장 큰 장애는 음식이다.

보스포러스 해협을 배로 건너다.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사진의 많은 부분은 음식이다.

내가 좋아하는 어느 여류 소설가 컬럼에서 읽었다. 사람들은 모이면 음식을 소재로 한참 대화하다가 섹스와 관련된 대화로 모임을 끝낸다고... 음식과 섹스에 공통점이 많단다. 예쁘게 장식된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보면 우린 섹시하다고 느낀다. 음식을 먹으면서 섹스를 상상하기도 한다. 그래서 음식 사진이 페북에 그렇게 많은가 보다.

음식이 문제다. 여행 다닐 때...

내게 음식이 문제가 안되는 여행도 있었다. 미국대륙을 자동차로 네 가족이 횡단 여행할 때이다. 네 식구 중 가장 심한 밥순이인 딸과 딸을 먹여야 한다는 의무감에 어떤 상황에서도 밥 하는 것을 마다 않는 아내가 있었다. 나와 아들은 그냥 가만히 있어도 음식걱정은 없다.

아들이 졸업하고 회사연수하기 전에 온 식구가 뉴질랜드 2주 여행한 것은 그야말로 내겐 황제같은 시간이었다. 아들이 캠핑카 운전하고 딸이 인터넷으로 목적지와 숙박할 캠핑사이트 찾아 정하고 아내는 밥만 한다. 떡볶이, 떡라면, 찌게와 고기 완전 한식이다. 캠핑카에서...
나는 경치좋은 캠핑사이트에 도착하자 마자 테이블과 피크닉 의자 꺼내 놓고 와인 반병 정도를 애피타이저로 마신다. 얼큰한 기분에서 잘 차려진 밥상을 받는다. 설겆이를 비롯한 모든 잡일은 셋이 알아서 다한다. 가끔 딸이 그런다. 아빠두 뭐 좀 해야지!

난 돈 냈잖아!

그런 여행 또하고 싶은데 이젠 기회가 없을 것 같다. 딸도 결혼하면 자기 아이들 챙기느라 바쁠 것이고 아들은 이미 아주 독립적이라...

결국 그 때를 놓치면 기회는 다시 안온다. 더 좋은 기회가 있을까 하고 기다려 봐야 다른 기회지 그 기회는 아니다.

먹는 것이 완벽하게 해결된 여행...
내가 항상 꿈꾸는 여행이다.

트라브존에서 비행기 타고 이스탄불 사비하 공항에 내렸다. 카파도키아 가는 비행기를 탔던 공항이라 낯익어서 마음이 편하다. 호텔 픽업을 부탁할까 하다가 요금이 25유로라길래 관두라 했다. 도착시간도 훤한 오후 4시라 터키 아줌마 아저씨 도움을 받아 버스타고 가려고 마음 먹었다. 공항로비에 Information booth 가 보인다. 술탄아흐멧가려면 몇 번 버스 타야 하냐고 물었다. E-10 이나 E-11 버스를 타고 카디코이에 내려서 페리보트를 타고 시르케시에 내려 트램을 타고 가란다. 유럽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방법이라며...

아줌마 아저씨 도움으로 그대로 했다. 시간은 조금 더 걸렸을지 모르지만 3가지 교통수단을 모두 이용하는데 13리라 밖에 안들었고 보스포러스 해협을 페리로 건너며 군것질도 하며 관광했다. 이스탄불은 참 아름다운 도시라고 다시 한번 감탄했다. 보스포러스 해협에는 참 다양한 배들이 정말 많다. 사람만 실어나르는 배, 자동차도 함께 나르는 배, 해협투어 하는 배, 레져보트와 요트, 경찰순시선에 화물선까지...

터키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무엇을 먹을지가 걱정이다. 갈라타 다리 밑의 고등어케밥이 유명한데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 아니 안했다. 그러나 먹고 싶지 않다. 케밥은... 호텔로 걸어가며 무지하게 많은 식당들을 지나간다. 손님이 없다. 빨간 소스를 얹은 스파게티가 보인다. 최악의 경우 spicy 한 빨간 스파게티를 먹기로 마음먹었다.

처음 이스탄불 도착하여 3일을 머무른 호텔을 예약했다. 이 위치에 이 시설에 하루밤에 23유로라니... 싼 가격보다는 익숙함이 좋아서다. 낯익음이 편해서다. 다시 이스탄불을 찾는다면 그때도 아마 이 호텔을 예약할 것이다. 그래서 여행지는 두번째로 찾았을 때가 가장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처음과 같은 긴장감이 없어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만 하면 되니까..

결국 20분 걸어서 한국식당 찾아갔다. 땀 뻘뻘 흘리며 된장찌게 먹으러...

아야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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