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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 Kyrgizstan

by 재거니

오늘 밤 자정 넘어 비슈케크를 떠나 귀국한다.


오전에 배드민턴 치고, 점심은 콩국수, 초밥, 간짜장, 막국수 내지는 풀무원(CJ 것보다 맛있다) 냉면을 먹고, 저녁은 돼지고기와 소주, 생선회와 사케 등을 먹을 수 있는 일상으로 돌아간다니 생각만 해도 침이 돈다. 행복하기 그지없다. 완벽한 일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일상 속에 있을 때 난 끊임없이 방랑을 꿈꾼다. 그리고 지금 같이 방랑이 끝나가는 때 일상을 그리워한다.


콜수 호수를 보고 네 시간의 비포장 도로를 냅다 달리다, 나린에 가까워져 포장도로에 들어선 순간, 운전기사 Kojo와 나는 동시에 탄성을 질렀다. "우와!" 에어컨도 안되는데 먼지가 너무 나서 창문도 제대로 열지 못하고, 넘어가는 태양빛에 부신 눈을 찡그리며 더운 차 안에서 인내가 필요한 시간이었다. 아스팔트 도로 위로 차가 올라선 순간, 포장도로의 안락함과 고마움을 절실하게 깨닫는 것이다. 일상적으로 결코 인식하지 못하다가.


보통 마지막 날은 숙소에서 여유 잡고 방랑을 정리한다. 마음의 정리? 일상에 대한 기대?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맥북에어를 들고 아래층 넓은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무료로 제공되는 인스턴트커피를 타 마시며 실존의 엄숙함을 느끼는 순간이다.


브런치 글들을 정리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키르기스스탄의 거의 모든 숙소의 아침식사는 8시부터다. 아침식사를 하러 건장한 두 명의 남자가 식당으로 들어온다. 한 명은 좀 나이가 들어 보인다. 둘의 관계가 친구사이가 아니고 부자지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역시 폴란드에서 온 부자지간이다. 아버지는 62세고 아들은 35세다. 공항에서 렌터카(Nissan Patrol)를 해서 일주일 동안 키르기스스탄을 일주하고 오늘 떠나는 길이란다. 운전은 주로 아버지가 했단다. 아버지는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지 아들하고만 대화했다.


거의 모든 아버지가 아들과 여행하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아들이 아버지 하고 단 둘이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순전히 내 생각이다. 그래서 아들인 당신이 좋은(Good enough) 아들임에 틀림없다고 추켜 세웠다. 2년 전에 아버지가 처음 비행기 타고 여행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스탄불에서 환승하며 10시간 걸려 비슈케크에 도착했다고 했다. 내가 여기 텐샨의 경치나 조지아의 코카서스 경치나 비슷하다고 했더니 조지아도 가봤다고 한다.


부부인지 커플인지 모를 남녀가 옆 테이블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그들은 지금 막 이 호스텔에 도착했다. 남자가 내게 말을 건다. 키르기스어로 고맙다를 뭐라고 하는지 아느냐고 묻는다. 키르기스어로는 '라흐맛'이고 여기 사람들이 대부분 러시아어를 할 줄 아니까 '스빠시바'라고도 한다고 했다. 그러자 고맙다며 '라흐맛'한다.


이제는 내가 물었다. 어디서 왔냐고? 네덜란드. 몇 살이냐고? 남자는 63세고 여자는 59세란다. 각자 자식이 둘 씩 있으며, 서로의 자유를 위해 결혼하지않고 같이 산지는 16년 되었단다. 남자는 (주로 요양원에서) 기타치고 노래부르는 뮤지션이고, 여자는 섭식장애를 가진 사람을 치료하는 치료사란다.


둘은 자전거 타고 한 달간 키르기스를 여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와"하고 내가 감탄했다. 자전거 타고 포르투갈, 스페인, 슬로베니아, 노르웨이를 여행했지만, 모두 기차 타고 가서 자전거를 탔단다. 비행기로 자전거를 운반하기는 처음이라고 한다.


마당에서 커플이 큰 박스에서 자전거를 꺼내 조립한다. 내가 한 손으로 들어보니 자전거가 묵직하다. 아주 튼튼한 자전거란다. 특이한 것은 보통 자전거에 보이는 체인이 쇠가 아니고 고무벨트다. 그리고 뒷바퀴의 가운데에 변속기가 있다고 가르쳐준다. 유럽 대륙은 거의 평지지만 여기는 제법 고개가 많은데 대단한 체력 임에 틀림없다.


호스텔 주차장에 캠프카가 주차되어 있다. 타일랜드 번호판을 달고 있다. 도요타의 HiLux를 개조한 차량이다. 당연히 자동차 핸들도 오른쪽이다. 차량 옆면에 유라시아 대륙의 지도가 그려져 있는데, 동남아시아에서 유럽까지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다. 태국에서 여기 비슈케크까지 끌고 온 것이 틀림없다. 아직 태국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커플일 수도, 어린아이를 동반한 일가족일 수도 있다.


호스텔에 숙박하는 많은 여행객이 자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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