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DI Open Water 자격증
난 어릴 때부터 물이 무서웠다.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 물은 끔찍하게 무섭다. 깊은 수영장, 깊은 계곡물, 저수지, 바다 모두 무섭다.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30대 후반, 집 근처 수영장에서 6개월 정도 수영을 배우다(심지어 접영까지) B형 간염이 재발하면서 그만두었다. 그 당시 내게 수영은 매우 과격한 운동이었다. 그 이후 발이 닿는 수영장에서 조차 머리를 물에 담그고 수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수영, 마라톤, 자전거 타기 같은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헬스장에서 근육을 키우는 것만큼이나 내게는 재미없는 운동이다.
한 때는 무척 가까웠으나 지금은 친한(?) 지인이 서귀포 토평동에 스쿠버 다이빙 샵(상상바당, https://sangsangbadang.com/ )을 열었다. 오래되어 낡은 주택을 지인이 6개월 동안 직접 손을 보아, 상상바당이란 아담하고 우아한 다이빙 샵으로 거듭났다. 장비실의 랙에 주렁주렁 걸려 있는 다이빙복과 스쿠버 장비들이 눈길을 끈다. 나도 할 수 있을까? 깊은 물이 겁나서 수영도 못하는 내가 다이빙할 수 있을까? 다음 달에 67세가 되는 노인이 할 수 있을까? 바닷속 세계가 흥미진진할 것 같기는 한데...
다이빙샵 홈페이지의 콘텐츠들을 둘러보니, 공기통을 이용하여 물속에서 호흡을 하는 스쿠버다이빙은 수영할 줄 알면 좋지만 수영을 못해도 가능하다는 구절이 있다. 그리고 PADI Open Water(개방수역) 자격증을 따는 과정 소개 동영상( https://youtu.be/bZhsKoAeB9s?si=_xVyNuUf3YWTP1WV )을 보니, 얕은 물 수영장에서 공기통을 비롯한 다이빙 장비를 착용하고 교육이 시작된다. 그다음에 깊은 물(3미터 깊이) 수영장에서 하고, 마지막에 바다(Open Water)에서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수영장에서 할 수 있다면 바다에서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수영장에서 하다가 정 겁나서 못하겠으면 그때 그만두면 되지 않을까?
할까 말까 망설일 때는 하는 것이 답이다.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평생 찜찜한 후회를 하다가 죽는다. 시도조차 하지 않고 평생 후회하는 것보다는 실패하더라도 시도하는 것을 추천한다. 시도했으나 실패했던 것에 대한 미련은 오래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재미(Fun)는 어느 정도 위험(Risk)을 감수해야 한다. 모바일이나 PC 게임 말고는...
다이빙 샵 오픈 기념으로 교육 프로그램 수강료를 할인 중이다. 서귀포 앞바닷속에 들어갈 수 있는 11월 말까지.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일단 신청했다. 수강료 보내고 비행기표도 끊었다. 체험다이빙이라고 강사와 함께 바닷속에 들어가는 일회성 체험 말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PADI(Professional Association of Diving Instructors)에서 인증하는 첫 번째 자격증 Open Water를 신청했다. 이론은 사이버강의로 미리 학습하고, 다이빙 샵에서는 딱 이틀 동안의 실습과정과 시험이다.
물속에서는 압력이 높아 공기통을 이용하여 호흡을 한다 해도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높은 압력에서 호흡을 하다가 너무 빨리 상승하여 수면으로 나오면 공기의 과팽창으로 폐(허파)가 손상된다. 천천히 공기방울의 상승속도보다 느리게 호흡을 하면서 상승해야 한다. 30미터 이상의 깊이에서 오래 있으면 호흡하면서 피에 녹아든 질소에 의한 마취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은 술에 심하게 취한 것과 같아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여 치명적인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높은 압력에서 혈류에 녹아든 공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배출된다. 다이빙하고 바로 비행기를 타면 안 되는 이유다. 비행기 안의 압력은 해발 2,500미터 전후로 맞춰져 있어 갑작스러운 압력의 변화로 인하여 혈류 속에 아직 남아 있던 가스가 기포가 되어 피의 흐름을 막을 수 있다. 따라서 다이빙하고 18시간 이후에 비행기 탑승을 권장한다.
200 기압으로 압축된 알루미늄 공기통을 메고 물속에서 호흡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는데, 대기압보다 높은 압력에서 귀와 코 속 공간의 압력을 수압과 평형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을 이퀄라이징이라고 하는데, 이퀄라이징이 안되면 귀가 아프다. 코를 잡고 숨을 내쉬며 참는 동작(발살바법)을 자주 수행하거나 침을 삼키는 동작을 통하여 압력평형을 이룰 수 있다. 많이 걱정했지만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중성부력을 유지하고 유영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 BCD란 장비에 공기를 넣고 빼면 상승하거나 가라앉는데 아주 조금씩 천천히 조정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다.
물속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면 안 되지만 내 공기통의 공기가 고갈되면 버디(항상 둘이서 유영해야 한다)의 보조호흡기를 통하여 호흡을 할 수 있다. 물속에서 그 상황을 연출하여 내 호흡기를 빼버리고 버디의 보조호흡기를 물고 함께 천천히 상승하는 과정을 실습한다. 나침반을 이용하여 물속에서 직선으로 유영했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오는 것도 한다. 5미터 정도의 바닷속에서 교육과정을 마치고 잠깐 유영을 했다. 예쁘게 생긴 까만 도미가 내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 워낙 교육생 다이버들이 많은 바닷속(서귀포항 동부방파제)이라 물고기도 다이버들에 익숙하다.
입수할 때는 긴장해서 몰랐는데 교육과 유영을 끝내고 출수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중성부력을 유지하기 위해 9 kg의 무게추를 차고 공기통을 비롯한 장비의 무게도 제법 된다. 입수와 출수를 쉽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계단을 오르는 순간, 강사님 왈 "지구를 들어 올리세요!" 물에 젖은 전신 다이빙복을 입고 35 kg 이상의 무게추와 장비를 물 밖으로 들어 올리면서 생각했다. '좀 더 나이 들면 지구 못 들겠네!'
문제는 두려움이다. 두려움을 극복하면 누구나 다이버가 될 수 있다.
이제 새로운(바닷속) 세상을 탐험할 준비가 되었다. Open Water 과정은 수심 18m까지 허용된다. 다음 과정인 Advanced 과정을 이수하면 수심 40 m까지 가능하다. 이제는 소위 Fun Diving을 전 세계 바다에서 할 수 있는 것이다. 무수히 많은 산들이 제각각의 매력을 갖고 있듯이 무수히 많은 바닷속 다이빙 포인트 역시 각각의 매력을 갖고 있다. 여생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기에 다이빙 기회가 온다면 마다하지 않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