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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joy your sports life!

One day it will just be a memory!

by 재거니

호주 동부 해안의 쏘텔비치 근처의 캠핑장이다. 캠핑장과 붙어 있는 넓은 잔디밭에 게이트볼 클럽이 있다. 아침 선선한 시간에 호주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게이트볼을 즐기고 있다. 하얀 운동복과 빨간 셔츠를 차려입고 양말과 신발도 제대로 갖춰 신었다. 드레스 코드가 있는 것이 확실하다.


할머니 여러 명이 경기하고 있는데 반하여 할아버지는 딱 두 명이서 심각하게 경기 중이다. 제대로 차려입은 정식 운동복이 내 눈길을 끌었지만 더 놀라운 것은 할아버지 한 명이 보행보조기를 끌고 다니면서 경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 차례가 아니라 대기할 때는 보행보조기에 걸터앉아 기다린다.


이 동네 할아버지들이 틀림없는데 게이트볼이 얼마나 재미있으면 복장을 제대로 차려입고, 보행보조기를 끌면서 시합을 하고 있을까? 할아버지 둘이는 내기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니 저렇게 심각하게 경기에 열중하고 있겠지. 점심내기일까? 아니면 맥주 한 잔 내기일까? 궁금하네…


게이트볼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여 경기 규칙과 유래를 AI에게 물었다. 게이트볼의 유래는 일본이고, 게이트볼은 크로케의 규칙을 일본 사람이 단순화시킨 것이라고 한다. 크로케는 프랑스에서 시작되었지만 영국에서 꽃을 피웠다고 한다. 영국의 식민지였고, 영연방인 호주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아침에 즐기고 있는 것이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멀리 떨어진 볼을 할머니가 친 공으로 딱 맞추니 벤치에 앉아 있던 할머니들이 일제히 박수를 쳐준다. 내가 보기에도 저렇게 멀리 떨어진 공을 맞추겠다고 감히 시도하고, 심지어 성공한다는 것은 오랜 기간의 연습과 실전이 필요해 보인다.


브리즈번과 시드니 사이의 작은 바닷가 마을 쏘텔에서 보행보조기를 끌만큼 나이 든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아침마다 모여서 크로케를 하면서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재미를 잃어버리고 요양원을 가게 될지 모른다.




아침마다 난 배드민턴을 친다. 3년 전에 배드민턴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난 무엇을 했을까 궁금하다. 배드민턴은 크로케보다 훨씬 힘든 운동이다.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음을 난 안다. 그렇지만 지금은 너무 재미있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동호회에 출근도장 찍고 있다.


배드민턴에 열심이다 보니 페북이나 인스타의 빡쎈 배드민턴 경기 영상에 자주 눈길이 간다. 배드민턴 홍보 사진도 내 눈에 자주 띈다. 페북이나 인스타 AI의 추천으로. 오늘 아주 인상적인 표어가 실린 사진을 보았다. 갈무리를 하며 영어 문장을 여러 번 되뇌었다.


‘Enjoy your sports life, because one day it will just be a m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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