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넬슨베이 근처의 바닷가이다.
태평양을 향하여 고급 주택들이 늘어서 있다. 주택들과 바다 사이 암초해변 뒤에 공동묘지가 조성되어 있다. 공동묘지에는 하얀 대리석으로 세운 작은 비석들이 촘촘히 나란히 서 있다. 그렇지만 조성된지 얼마 안되었는지 아직 빈 자리들도 제법 많다. 매일 바다 일출을 볼 수 있는 고급주택들의 거실에서 바로 앞 공동묘지가 보인다.
공동묘지와 바다가 보이는 집에 사는 기분이 어떨까 궁금하다. 공동묘지에 어쩌면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누워있을지 모른다. 아니면 사랑(?)했던 배우자가 묻혀 있을지도 모른다. 저 빈자리에 내가 묻힐지도 모른다.
'부모를 땅에 묻고는 살 수 있어도, 자식을 땅에 묻고는 못 산다'는 말 있다.
자식들을 재산으로 생각하던 가부장적 사회에서는 자식을 가능한 한 많이 낳았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자식들이 많다 보면 전쟁터에서 죽거나, 사고로 죽거나, 전염병으로 죽은 자식들이 있었을 것이다. 자식을 잃는 것이 키우던 가축을 잃는 것만큼이나 일상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식을 하나나 둘 낳는 현대사회에서 애지중지하며 키운 자식을 잃으면, 그 마음이 어떨지는 당사자가 아니고는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아직도 사는 것이 사는 것 아닐지 모른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페이스북에서 어떤 엄마가 15살 아들을 잃었다는 것을 밝혔다. 세 아들을 둔 전문직 여성인데 큰 아들을 잃었단다. 우울증을 앓으며 힘겹게 살아내던 아들이었다고 한다. 페이스북에는 담담하게 썼지만 그 마음이 어떨지 나름 상상해 본다.
호주를 캠핑카 여행지로 정한 가장 큰 이유는 뉴질랜드보다 가깝기 때문이었다. 10여 년 전에 뉴질랜드 북섬을 캠핑카로 2주 여행한 경험이 너무 좋았기에 다시 계획했는데, 또 뉴질랜드 북섬을 갈 수는 없고 뉴질랜드 남섬은 한국에서 직항 편이 없다. 환승을 해야 한다. 3살과 6살 손주들과 환승을 하기에는, 그리고 직장 때문에 늦게 합류하는 사위도 있어 직항 편이 있는 호주를 선택한 것이다.
많은 캠핑카 대여회사들이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동시에 영업 중이다. 그만큼 호주와 뉴질랜드의 캠핑카와 인프라는 거의 같다는 말이다. 똑같은 구조의 캠핑카들이 호주와 뉴질랜드 양국에서 돌아다니고 있다. 역사적으로 뉴질랜드도 호주 연방에 합류할 뻔했다고 한다. 그만큼 아주 가까운 나라란 것이다.
새벽 최저기온이 15도 이하면 난방기를 틀지 않고는 캠핑카에서 새벽에 춥다. 캠핑카 대여회사에서 제공하는 담요만으로는 새벽녘에 떨면서 잠 깬다. 캠핑카의 천장에 달린 전기 냉난방기(unpowered site에서는 당연히 사용불가)는 소음도 크고 난방효과도 시원치 않다. 차라리 개인용 경량 슬리핑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전에 캠핑카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여한 캠핑카의 사용법에 익숙해지는데 여러 날 걸렸다. 며칠을 고민해서 찾아낸 기능도 있고, 반납할 순간까지 제대로 이용 못한 기능도 있다. 미리 동영상 매뉴얼을 여러 번 봐야 캠핑카에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캠프장마다 다른 배치와 다른 구조의 공용시설들에 적응하는 것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두 밤 정도는 한 캠프장에서 지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결론은 호주(브리즈번에서 시드니)가 뉴질랜드 북섬에 비해 다양한 경관과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했다.
뉴질랜드 남섬이나 호주의 태즈메이니아와 멜버른 일대는 어떨지 궁금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