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를 가기 위해 애틀랜타에서 2박을 하고 있다. 시차적응 중이다. 시차적응을 하고 천천히 호핑(hoping)하며 파타고니아를 갈 계획이다. 일주일 정도 뒤에 칠레의 푼타아레나스 도착 비행기표까지는 한국에서 출발 전에 예매했다.
애틀랜타에는 Georgia Tech. 이 있다. 그리고 Georgia Tech. 에는 Vigor Yang이란 항공공학계에서는 제법 유명한 교수가 있다. 55년생이니 나보다 세 살 많은데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미국 교수는 정년이 따로 없다. 본인이 자신의 은퇴시기를 정한다. 대만 출생이라 대만을 방문하거나 중국에 일이 있을 때 가끔 한국을 거쳐간다. 한국에는 그가 배출한 박사들이 여럿 있다.
Vigor는 대만에서 대학을 나오고, PSU(Penn. State Univ.)에서 석사를 하고, 천재들만 갈 수 있다는 Caltech. 에서 박사학위를 했다. 그리고 1985년부터 PSU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했다. 2009년에 Georgia Tech. 항공과 학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아마도 89년 아니면 90년 여름이었던 것 같다. 내가 근무하고 있던 국방과학연구소를 그가 방문했을 때였다.
나와 명함을 교환하고 그가 내게 던진 첫 질문을 아직도 기억한다.
"아내가 일하냐?"
"아니, 일 안 하고 집에 있는데."
"아내가 너한테 아주 잘해주겠다."
"???"
그 인연으로 1992년에 PSU에서 Vigor 밑에서 Post Doc. 을 했다. 그리고 2003년에 Vigor의 초청으로 PSU에서 초빙교수를 했다. 과분할 정도로 그는 내게 많은 지원을 하고 온갖 편의를 다 봐줬다.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지난 2월에 그가 아직 현역인 제자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내가 한국에 있어 그와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 많은 얘기를 했다. 은퇴와 죽음뿐 아니라 파타고니아에 대한 얘기도... 그가 제안했다. 파타고니아 가려면 어딘가에서 환승해야 할 텐데, 애틀랜타 거쳐서 가라고. 자기가 공항에 마중 나오겠다고...
내 비행 스케줄은 예전에 이미 보냈고, 출발하기 전에 애틀랜타 묵을 호텔 추천해 달라고 Vigor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Georgia Tech. 근처의 호텔을 추천하며 꽤 긴 메시지가 왔다. 내가 애틀랜타 있는 기간에 자기는 유럽에 일 보러 가야 한다고. 그리고 2월에 내가 파타고니아에서 애틀랜타 들러 한국 갈 때도 대만의 학술원회원 심사일정과 겹쳐서 그때도 자기는 없을 거라고. 정말 정말 미안하다고. 그렇지만 자기가 supervise 하고 있는 Post Doc. 이 나를 공항에서 픽업해서 내가 머무는 동안 호스트할 거라고. 아주 좋은 친구라 잘 돌봐 줄 거라고. 맘에 안 들면 얘기하라고. 2월에 한국으로 리턴할 때는 다른 친구로 바꿔 주겠다고.
28살의 싱싱한(?) 친구가 공항에 마중 나왔다. 저녁을 무엇을 먹겠냐고 묻는다. 비싼 거 먹잔다. Supervisor가 카드 주고 갔으니. 중국 지린성 출신이라길래 중식을 먹자 했더니 베이징덕 어떠냐고 한다. 중국에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베이징대와 칭화대 갈 성적이 조금 모자라 홍콩에서 대학을 나왔단다. 미시간대에서 석사하고 Georgia Tech. 에서 지난 5월에 박사 마쳤단다. 29살에 박사학위 받던 싱싱한 내가 떠오른다. 모든 것에 자신 있던 그때가.
다음날 Georgia Tech. 캠퍼스 투어를 하고, 점심으로 버거킹의 와퍼가 먹고 싶다 했더니 안된단다. 맛있는 거 먹어야 한다고. 이태리 음식 어떠냔다. 결국은 내가 고집 피워 와퍼를 먹었다. 미국에서 먹는 와퍼는 확실히 한국에서의 와퍼와 맛이 다르다. 오후에는 호텔 바로 옆의 Piedmont Park를 혼자 산책하겠다고 했다. 애틀랜타의 스카이라인이 연못에 투영되는 사진으로 유명한 공원이다. 지금 가을 단풍이 절정이다. Atlanta Botanical Garden도 붙어 있다. 뜬금없이 현금이 있냐고 묻는다. 지금은 없지만 호텔방에 있다고 했다. 그러자 곱게 접은 20불짜리 지폐를 건넨다. 왜? 혹시 모르니 강도 만나면 주는 Safety Money란다.
Safety Money를 넣고 가야 할 만큼 꼭 가야 할 공원은 없다. 오후에 애틀랜타에 비가 내린다.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갈까 말까 망설일 필요 없으니. 호텔 방에서 비 오는 공원을 한참을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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