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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키토의 첫인상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감수할 것이냐?

by 재거니

파타고니아 가는 길에 애틀랜타를 거쳐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에 왔다. 애틀랜타에서 밤 비행기를 타지 않기 위해 선택한 중간 기착지다. 칠레의 산티아고나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직항은 9시간 이상 걸리는 야간 비행뿐이다. 델타항공의 28년이 넘은 보잉 767의 비상구석에 앉았다. 767은 광동체로 제법 큰 비행기인데 거의 만석이다. 28년 된 비행기지만 최근에 리모델링을 했는지 내부가 아주 깨끗하다. 심지어 5시간의 내내 기내 와이파이가 무료로 제법 빵빵하다. 5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와이파이와 노트북만 있으면 얼마든지 어디서건 혼자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다.


최근에 원주민들에게 주던 유류보조금을 철폐하여 전국 곳곳에서 총파업과 시위가 발생했다. 대통령이 탄 차량이 시위대에 공격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에콰도르 전역에 특별여행주의보가 내려졌다. 그렇잖아도 남미의 치안이 불안한데 특별한 주의보가 신경 쓰였다. 에콰도르 키토에 숙소(Quito Terrace)도 예약했고, 저녁 7시 키토공항 도착이라 부킹닷컴을 통하여 공항 픽업서비스도 이미 돈을 지불한 상태였다. 다행히 사태가 좀 안정되어 출발하기 이틀 전에 특별여행주의보가 해제되었다.


에콰도르가 인구는 1850만 정도이고 국민소득은 6천 불 정도라 출입국 및 인프라를 많이 걱정했는데, 공항 분위기가 아주 좋다. 청사도 크고 깨끗하고, 여자 입국심사관은 내 일정을 묻더니 환영한다는 인사말까지 건넨다. 세관은 캐리어와 백팩을 엑스레이로 스캔만 하고 바로 패스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장으로 나오는데 겨우 10분이 소요되었다. 물론 부친 짐이 없기에 가능하다. 이번 방랑길 짐을 최소로 줄였다. 정 필요하면 현지에서 사겠다는 마음으로. 8.5킬로의 캐리어와 7.5킬로의 백팩(양압기와 맥북이 4킬로는 될 듯)만으로 한국을 떠났다. 내 전생의 업보가 이렇게 가볍다니...


종이가 아닌 컴퓨터 패드에 내 이름을 쓴 젊은 기사를 따라 노란색의 기아자동차에 올랐다. Soluto란 이름의 자동차인데 찾아보니, 현대 액센트 플랫폼을 이용하여 중남미와 동남아 시장을 겨냥하여 만든 차량이라고 한다. 차량들과 도로의 포장상태가 제법 준수하다. 시속 100킬로 가까운 속도로 공항지역을 벗어났다. 키토의 평균고도는 약 2,850미터이다. 따라서 고갯길이 많고 비행기에서 내리면 고산증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에콰도르는 갈라파고스 군도를 갖고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그러나 한국 여행사의 남미여행패키지에는 에콰도르가 포함되지 않는다.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보통 포함된다. 에콰도르 영토의 반(서부 해안지역)이 여행경보 3단계(출국권고) 지역이고, 나머지 반도 2단계(여행자제) 지역이다. 수도인 키토는 다행히 2단계 지역이다. 험준한 안데스 산맥이 브라질과 국경이다. 화산과 호수의 근사한 경관을 볼 수 있는 트레킹 코스가 무수히 많다.


치안이 불안한 것은 여행객에게 리스크다.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감수할 것이냐는 순전히 개인의 선택이다.

키토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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