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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ving Quito in Equador

고독력 Test

by 재거니

에콰도르 키토를 떠나기 위해 공항에 대기중이다.


3박을 키토에 머물렀는데 오늘 처음 파란 하늘을 보았다. 구름 사이긴 하지만. 키토를 내려다 보고 있는 화산(Pichincha Volcano, 4784m)도 모습을 드러냈다. 키토 서쪽으로 10km 밖에는 떨어져 있지 않다. 케이블카를 타고 화산 정상 근처까지는 갔었다. 아무것도 보지는 못했지만. 1999년 분화하여 키토공항이 화산재로 폐쇄되기도 했단다. 지금도 상시적인 증기분출과 약한 지진 활동이 감지된다고 한다. 활화산 자락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일까?


키토공항은 한 터미널에 좌우로 국내선과 국제선을 분리하고 있다. 보안검사와 출국수속에 10분도 필요없다. 이런 공항이 좋다. 이런 여유가 좋다. 부치는 짐이 없으니 체크인 카운터도 방문할 이유가 없다. 짐을 최대로 줄이다보니 양말이 전부 세개뿐인데 새 것이 하나 남았다. 키토에서 3일을 신은 양말을 다시 신기는 싫은데 하나 남은 새 양말을 신기는 마음이 좀 불편하다. 애틀랜타 올 때 받은 파우치 속에 양말이 하나 있던 것이 생각났다. 비행기 안에서 신으라고 주는 양말은 대부분 꾸진데, 꺼내보니 델타항공 로고도 있는 짙은 곤색이다. 빙고!


이제부터 고독력 시험에 들어가는 기분이다. 페루 리마의 공항에서 1시간 40분 내에 칠레 산티아고 가는 비행기로 환승해야 한다. 이 구간 때문에 짐을 최대로 줄인 것이다. 산티아고에서 이틀을 자고 드디어 칠레 파타고니아의 푼타아레나스에 입성한다. 애틀랜타에서의 이틀은 처음 만난 Dr. Ding이 나를 보살펴주었고, 키토에서는 한국 부부가 운영하는 호스텔(Quito Terrace)에서 3박을 했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도움을 청할 사람이 있었다는 얘기다. 이제부터는 아니다. 칠레로 입국하면서는 매일을 혼자 버텨야한다.


여지껏 혼자 여행 아니 방랑하는 기간은 3주를 넘지 않았다. 2주 정도 되면 한국음식이 너무 그리워진다는 것을 알기에 애초에 3주 뒤 왕복 비행기표를 사곤 했다. 3달을 생각하고 비행기표를 사기는 난생 처음이다. 고독력 Test.


과연 3달을 다 채울 수 있을까?


현관문에서 아내가 마지막 배웅하며 한 말이 “3달을 꼭 채우려고 무리하지는 마!”였다. 나도 무리할 마음은 1도 없다.




내후년이 환갑이라는 Quito Terrace의 주인장과 어제 저녁 가볍게 한잔 했다. 이렇게 한잔할 수 있는 손님이 오면 좋다며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닭똥집을 안주 삼아. 1982년 중학교 3학년 때 온 가족이 이민왔다고 했다. 아내 역시 이민온 가족출신이다. 딸이 둘 있는데 키토의 국제학교를 다니다 대학은 모두 한국에서 졸업하고 한국에 산다고 한다. 40년 넘는 이국생활의 어려움과 외로움이 느껴진다.


갈라파고스 군도가 어떻게 에콰도르의 영토가 되었는지에 대해 들었다. 갈라파고스가 지리적으로는 파나마와 더 가깝다고 한다. 남미 대륙이 스페인 식민지 시절 어떤 돈 많은 사람이 갈라파고스에 사탕수수 농장을 만들고 일할 사람을 구하기 위해 에콰도르의 식민지 총독과 계약을 했단다. 에콰도르의 죄수들을 갈라파고스로 보내주면 자기가 먹이면서 농장 일꾼으로 쓰겠다고. 그 계약문서가 갈라파고스가 에콰도르 영토임을 증명했단다. 극심한 노예노동에 시달린 죄수들이 폭동을 일으켜 농장주는 간신히 도망쳐 나왔고, 많은 죄수들은 갈라파고스에 정착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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