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nta Arenas in Chille Patagonia
드디어 파타고니아에 도착했다.
파타고니아는 남미 대륙의 남위 40도 이남 지역 모두를 아우르는 명칭이다. 워낙 넓은 지역이라 북반구라면 시베리아에 도착했다는 표현과 유사하다.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안데스 산맥이 가르고 있다. 안데스 서쪽은 폭이 좁고 지형이 험해 육로 이동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에 비해 동쪽 아르헨티나 영역은 완만한 초원지대를 갖고 있어 육로 이동이 용이하다. 그러다 보니 파타고니아라고 하면 주로 아르헨티나를 얘기한다. 난 칠레의 최남단(?) 도시 푼타 아레나스에서 파타고니아 방랑을 시작한다.
칠레 산티아고에서 국내선으로 푼타아레나스에 도착했다. 비행시간이 3시간 10분이라고 기장이 말했다. 왼쪽 창가자리에 앉았다. 오후 2시 출발이라 오른쪽 창가는 햇빛 때문에 창문가리개를 열 수 없다. 그리고 왼쪽으로 안데스 산맥이 계속된다. 탁월한 선택이다. 그렇지만 눈 덮인 안데스 봉우리들을 계속 보느라 목이 돌아갈 지경이다. 안데스 산맥에 걸린 구름 사이로 칠레 영토를 따라 남하한다. 아르헨티나 영공을 침범하지 않는다. 아웃도어 파타고니아 상표에 있는 피츠로이의 연봉들이 구름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럴 수가! 뾰족한 암석 봉우리들이 여럿 모여 있다. 피츠로이가 워낙 독특하게 생겼기에 반대편 하늘에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너무 감격하여 '이제 그럼 파타고니아를 다 본 것과 진배없지 않나'하고 잠시 생각했다. 피츠로이 다음은 모레노 빙하와 엘칼라파테가 보여야 하는데 비행기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부친 짐이 없어 탑승객 중에 가장 먼저 공항 도착장 로비로 나왔다. 공식공항택시 사인보드를 들고 있는 여인을 따라 밖으로 나왔다. 빨간 현대 코나 하이브리드 문이 열리고 나를 안내하던 여인이 운전석에 앉는다. 아직 요금을 묻지도 않았기에 출발 전에 꼭 요금을 확인해야 한다. 13,000 칠레 페소다. 미국 달러 14불이 안된다. 부킹닷컴으로 숙소를 예약하면 렌터카나 공항택시 예약을 권하는 창이 항상 뜨는데, 공항택시 49불을 10% 할인해서 44불에 예약하란다. 20여분이면 푼타 아레나스 도심까지 갈 것 같은데, 비싼듯하여 안 하기를 정말 잘했다. 많이 고심하다 선택한 결정이 탁월하면 기분이 좋다. 도파민이 나온다. 내가 산 주식이 매일 오르는 것을 보고 있을 때처럼...
호텔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6시 반인데 주위가 아직 환하다. 하지를 향해가는 높은 위도의 지역이라 일몰이 9시가 넘는다. 칠레는 외국인 입국심사 시에 일종의 입국카드(PDI, Policia De Investigaciones)를 프린트하여 여권에 끼워주는데, 이것을 숙박업소에 여권과 함께 제출하면 숙박비에 붙는 부가세(19%)가 면세다. 그래서 이 종이쪽지를 소중히 갖고 다녀야 한다. 호텔 데스크에 젊다 못해 어린 처녀가 앉아 있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잘된다. 센스도 있고 발음도 내가 알아듣기 쉽다. 이 호텔에 묵는 동안 예쁜 이 처자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도파민이 또 나온다. '몇 살일까?'
정사각형의 오래된 3층 건물을 완전히 리모델링하여 아파트 호텔이란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독특한 호텔(Apart Hotel Endurance)이다. 조식 포함인데, 조식거리(달걀 2개, 식빵 3조각, 햄과 치즈, 팩우유 등)를 매일 냉장고에 넣어준다. 그리고 방마다 간단한 조리시설이 갖춰져 있다. 심지어 계란프라이용 식용유가 작은 용기에 담겨 있다. '괜찮은데. 3박만 예약한 것이 후회되네. 연장할 수 있을까?'
여기 시각이 토요일 저녁 7시다. 한국은 일요일 아침 7시다. 딱 12시간 차이가 난다. 완전 지구 반대편이다. 컴퓨터를 와이파이 연결하고 스카이스캐너를 열었다. 파타고니아 푼타 아레나스에서 한국으로 가는 항공권을 검색했다. 어느 것을 타던 가장 빠른 한국 도착 시간은 화요일 늦은 오후다. '정말 멀리 왔구나.'
이코노미 편도는 250만 원, 비즈니스석 편도는 무려 1000만 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