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거니 Sep 10. 2016

자동차 소유 목록

새 차가 주는 즐거움은 세 달이다.


운전을 한다는 것은 내겐 즐거운 일이다.


어릴 때 자전거 타는 것을 배우면 한동안 즐겁다. 바람을 가르며 의도한 방향으로 자전거와 내가 한 몸이 되어 내달리는 즐거움이 있다. 운전면허 시험에 합격하고 나면 운전이 무척 하고 싶다. 물론 약간의 두려움이 있다. 사고를 내면 어떻하나 하는 두려움 말이다. 그러나 그러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면 운전이 재미있다. 승용차뿐 아니라 덩치가 큰 버스나 트럭을 운전하는 것도 재미있다. 자신의 기량과 의도대로 그 큰 덩치의 기계가 완전히 자신의 control 안에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즐거울 뿐이다.

중고 현대 마크5이코노미 자동  
중고 대우 로얄 슈퍼살롱 수동
중고 Mazda 626 자동(미국)
신차 현대 뉴소나타 자동(미국)
중고 기아 베스타 수동
중고 현대 엑셀 자동
신차 기아 카니발 자동
신차 Dodge Intrepid 자동(미국)
신차 Dodge Caravan 자동(미국)
중고 현대 마르샤 자동
신차 쌍용 렉스턴 자동
중고 현대 뉴그랜저 자동
중고 쌍용 체어맨 자동
신차 쌍용 코란도스포츠 매니아 수동
신차 BMW X1 자동
중고 폭스바겐 시로코 자동

중고 포르쉐 카이엔 자동

신차 제네시스 GV80 디젤

중고 현대 투싼(2005년형) 자동

중고 아우디 A7 3.0 TDI 2014년형 

신차 현대 스타리아 라운지 9인승 디젤(2024.6.1 현재)
 
1987년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내 소유의 자동차들을 정리해 보았다. 1992년 부터는 항상 두 대 이상의 차를 소유했다. 자의로 선택한 자동차도 있지만 타의에 의해 물려 받거나 인수한 자동차도 있다. 온 가족이 관심을 갖고 함께 선택한 자동차도 있고 나 혼자 선택한 자동차도 있다.


어떤 차나 그 자신의 매력을 갖고 있으며 나름 가장 적합한 용도 또한 갖고 있다. 마치 신발장 안의 많은 신발들이 자신의 용도를 갖고 있듯이...
 
지금은 네 식구가 다섯대의 자동차를 굴리고 있다. 아끼던 것을 과감히 버리지 못하는 내 마음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다. 낚시를 좋아하는 아들이 화물차인 코란도스포츠를, 나보다 훨씬 멀리 출퇴근하고 더 바쁜 아내가 상시사륜의 BMW X1을 항상 타고, 내가 만 14년이 다 되어가는 Intrepid, 돌아가신 장인어른이 타던 체어맨, 그리고 폭스바겐 시로코를 탄다. 딸이 가끔 체어맨을 탄다.

다섯대의 자동차들은 각기 자신의 용도가 있고 내 소유가 되는 과정에는 다 스토리가 있다. 버리지 못하는 나의 우유부단함이 이렇게 많은 차를 소유하게 만들었지만 차를 좋아하는 나는 나름 즐기고 있다. 아침 현관에서 신발장 안의 신발을 고르듯이 오늘은 어느 차를 탈 것인가를 선택한다. 오늘의 일정을 고려하여...

가장 오래된 Dodge Intrepid 는 2002년 12월에 미국에서 새차로 샀다. 많은 지인들이 연비 나쁘고, 고장 많고, 한국에 수입되지도 않는 미국차를 왜 사냐고 말렸다. 미국 시골동네 경찰차로도 사용되는 full size car 인 Intrepid 를 현대 그랜저(미국명 아제라)보다도 싼 값을 주고 산 이유는 한국사람 아무도 타지 않는 차를 타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태평양을 건너온 그 차를 왜 샀냐고 하도 묻길래, Intrepid 의 옆라인이 너무 아름다워서 샀다고 했다. 14년이 다 되어가는 Intrepid 의 옆라인은 지금도 아름답다. 이 차를 팔수는 없다. 왜? 아무도 사지 않을테니까... 결국 폐차할 때까지 탈 수 밖에 없다. 연비가 좋지 않아 14년 동안 10만키로 밖에 타지 않았지만 TCU(Transmission control unit) 가 고장나서 교체했을 뿐 다른 고장은 없었다. 엔진오일필터와 같은 소모품들은 미국 출장 갈 때마다 월마트에서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서 유지하고 있다.  
 
장인어른이 2년도 타지 못하고 돌아가신 바람에 인수한 까만 체어맨은 아내가 5년을 타다가 지금은 놀고 있는데, 가끔 딸이 이용하고 매주 아버지 모시고 점심하기 위해 분당을 갈 때 사용한다. 연로하신 아버님이 올라 앉기에 가장 편한 차이다. 2008년형 이지만 겨우 7만키로를 달렸다. 그러나 아내와 딸이 하도 여러번 앞뒤로 사고를 내서 팔기도 힘들다. 내가 가장 편하게 생각하고 타는 차이다.
 
중고차로 구입한 폭스바겐 시로코는 아들이 무척 갖고 싶어한 자동차였다. 기아 자동차 디자이너로 취직한 아들이 자신의 드림카라며 차에 대해 엄청 칭찬을 했다. 월급을 모아 사겠다고... 폭스바겐의 베스트셀러인 골프의 최상급 트림과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한다. Two door 해치백에 자세가 낮아 아주 잘 달린다. 아들의 꿈을 빨리 실현시켜주고 싶은 자상한 아버지의 마음으로 내가 제안을 했다. 우리 둘이 반반씩 부담해서 구입을 하고, 한달씩 교대로 차를 사용하자고... 인터넷에서 2년이 지나지 않은 시로코를 찾아 둘이 함께 주인을 만나 시승을 하고 구입을 했다. 새로운 자동차가 주는 즐거움은 세 달이라고  한다. 세 달이 지나면 신선한 즐거움은 사라지고 소유의 부담만 남는 일상이라고...

시로코를 공동으로 구입한지 6개월 뒤에 소유권의 반을 가진 아들이 차를 팔고 싶단다. 자신의 낚시 취미와도 맞지 않고 부담만 된다며... 차를 사는 것보다 팔기는 훨씬 더 어렵다.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를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가 발생하여 차를 팔기는 더욱 어렵게 되었다. 헐값에라도 딜러에게 넘기겠다는 아들로부터 헐값에 아들의 지분을 내가 인수했다. 혹시라도 예전의 드림카가 타고싶다면 내게 돈을 내고 타라고 허락했지만, 아들은 한번도 타지 않았다. 아들의 꿈은 개 꿈이었다. 나는 시로코로 고속도로에서 난생 처음 시속 200키로도 밟아 봤다. 폭스바겐이 배기가스 시험을 속이면서 확보한 연비라 그런지 연비도 끔직하게 좋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장거리 운전에 시로코는 아주 최적화된 자동차이다. 아주 잘 달리고 연비도 좋으니까...
 
꿈은 꿀 때가 좋지 꿈이 실현되면 세 달안에 일상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아들에게 가르쳐줬다. 무엇을 소유한다는 것은 결국 경제적인 부담만 남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가르쳐 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순전히 내 생각이었다. 시로코를 내게 처분한 아들은 몇 달 뒤에 레저보트를 사고 말았으니... 이즈음 아들은 중고 레저보트를 매주 손 보느라 경제적으로 스트레스 받고 있다.  

지하주차장의 주차선 안에 차를 주차시키는 기술이 예전 같지 않다. 공간지각력이 나이듦에 따라 감퇴하는 것이다. 결코 떨어질 것 같지 않던 내 운전실력이 감소함을 느낀다. 순발력이 떨어지고 운전하는 시야가 좁아진 것을 자주 느끼고 있다. 그래서 큰 차가 부담스럽다. 좁은 주차공간에 차를 넣고 빼는 것이 하기 싫다.
 
앞으로 과연 몇 대의 어떤 차를 내 자동차 소유목록에 추가할 수 있을까?

개드리미 시로코
매거진의 이전글 캠핑카를 갖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