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erto Williams
'Fin del Mundo'는 우리말로 하면 땅끝이다. 마지막이나 끝에 사람들은 의미를 부여한다. 남미 대륙의 땅끝에 사람들의 관심이 많다. 남미대륙에 사는 사람뿐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사람들이 Fin del Mundo에 관심이 많다. 남미 대륙을 돌아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처음 항해에 성공한 마젤란에 대하여 어릴 때 배웠다. 처음 세계 일주 항해를 한 사람이라고 배웠지만, 정작 마젤란은 필리핀 세부 섬에서 원주민과의 전투에서 사망했다.
남미 대륙의 끝 'Fin del Mundo'가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Ushaia)라고 보통 알고 있지만, 우수아이아는 대륙의 끝이 아니다. 티에라델푸에고섬 남쪽 아르헨티나의 인구 5만 정도의 작은 도시다. 남미 대륙과 티에라델푸에고 섬 사이의 해협이 그 유명한 마젤란 해협이다. 우수아이아와 그 앞의 섬 사이가 비글 해협(또는 채널)이다. 10년 전 배낭그룹패키지로 우수아이아에 왔었다. 우수아이아 선착장 부근의 'Fin del Mundo' 표지판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선착장에서 단체로 비글 해협의 유람선 관광을 했다. 그런데 건너편 섬에 마을이 보인다. 저기는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마을이 푸에르토윌리엄스고, 마을을 품고 있는 섬은 나바리노다. 그리고 나바리노섬은 칠레의 영토다. 우수아이아가 섬의 끝이면서 대륙의 끝이라고 유명한 건데, 나바리노 섬의 푸에르토윌리엄스가 더 남쪽에 있는 것 아닌가? 그때부터 푸에르토윌리엄스에 관심을 가졌다. 푸에르토윌리엄스에 칠레 해군기지가 있다. 이 지역이 옛날에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영토분쟁 아니 전쟁을 했던 곳이다. 결국은 안데스 산맥의 대륙분수령으로 영토를 나눴지만, 산맥이 끝나고 난 이 지역은 애매하다. 큰 섬인 티에라 델 푸에고는 반으로 갈랐다. 그리고 티에라델푸에고섬 남쪽의 섬들은 칠레의 영토가 되었다. 원래는 티우엘체족과 야간족 원주민들의 땅이었지만...
푸에르토윌리엄스에 왔다.
칠레의 푼타아레나스에서 페리선을 타고 올 수도 있지만 비행기를 타고 왔다. DAP라는 항공사가 푼타아레나스에서 직항 편을 거의 매일 띄운다. 비행기를 타면 1시간 이내에 도착하는데, 페리선을 타면 30시간 이상 걸린다. 그것도 고속버스 의자 같은 자리에 앉아서 버텨야 한단다. DAP항공은 푼타아레나스를 중심으로 남극기지로 가는 항로도 갖고 있다. 남극 땅(대륙도 아니고 킹조지섬)을 밟아보는 당일투어를 진행하는데 비용이 6,600불이다.
푸에르토윌리엄스는 인구가 2000명 정도라고 한다. 그나마 반은 해군기지의 장병과 가족들이라고 한다. 칠레가 도시의 기준을 변경하여 푸에르토윌리엄스도 이제는 도시라고 한다. 그리고 칠레는 여기가 진정한 'Fin del Mundo'라고 주장한다.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가 아니고...
푸에르토윌리엄스에서 5km 떨어진 바닷가 통나무집을 예약했다. 무려 일주일이나.
공항으로 마중 나온 통나무집의 주인은 Cauque다. 번역기로 간신히 소통했다. 통나무집 세 채를 운영 중이다. 낮에는 태양전지판으로 전기를 해결하고 저녁 8시부터 자정까지는 발전기를 돌린다. 밤에는 충전된 배터리로 한두 시간은 버틴다. 다행인 것은 인터넷 속도가 제법 괜찮다는 것과 셀룰라 신호가 3G지만 그래도 잡힌다는 것이다. 온수는 프로판 가스를 사용하고 난방은 장작난로다. 마을의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았다. 일단 이틀 치 정도의 먹고 마실 것만을 샀다.
주인을 돕고 있는 Borga란 젊은 청년이 있다. 이 친구는 영어 소통이 된다. 27살이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대학을 졸업했단다. 항공공학을 전공하여 에어버스 회사에서 군용 헬리콥터 개발부에서 딱 2년 일했단다. 그리고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1년 있었단다. 6개월을 토론토 호스텔에서 온갖 잡일을 했는데, 그 월급이 스페인에서 인턴 엔지니어로 받은 월급보다 많았다고 한다. 캐나다 비자만료 후 칠레에 와서 지금은 나를 위해 장작을 패고 있다. 일이 년 정도 더 여행 다니다가 석사과정을 밟든지 다시 직장을 찾아볼 생각이란다.
통나무집 침대에서 바다가 보인다. 비글 해협이다. 건너편에는 아르헨티나 티에라델푸에고섬의 산들이 보인다. 반쯤 눈을 뒤집어쓰고 있다. 기온은 0-10도 전후다. 장작난로를 지키느라(불 꺼질까 봐) 꼼짝할 수가 없다. '나는 자연인이다'란 프로가 생각난다. 남극대륙과 가장 가까운 푸에르토윌리엄스에 온 것도 마지막이나 끝에 나도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여기를 왜 왔을까?
일단 생존에 집중하자.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