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packers & Volunteer
나바리노섬에 도착하고 나니 여기저기 'Dientes'란 단어와 자주 마주한다. Deintes는 스페인어로 이빨이다. 나바리노의 이빨이 무엇인지 금세 알아차렸다. 나바리노의 사진들을 보다 보면 이빨이 연상되는 날카로운 산봉우리들이 일렬로 서 있다. 푸에르토윌리엄스에서도 일부 지역에서는 이 이빨을 닮은 봉우리들이 아주 잘 보인다. 설악산의 '용아장성'이 생각난다. 용의 이빨을 닮았다는. 용의 이빨을 본 사람이 있는지 모르지만...
Dientes de Navarino는 이 일대에서는 아주 유명한 트레킹 코스다. 트레커 복장을 하고 푸에르토윌리엄스에 도착했다면, 디엔테스디나바리노를 트레킹 하려고 온 것이다. 나는 이 코스의 존재를 여기 와서 알았다. 처음에 멋도 모르고 그렇게 유명한 트레킹코스가 있다면, 여기 7박 8일이나 머무르는데 함 가볼까 했다. 어떤 때는 아직 마음은 20대, 30대, 40대다.
푸에르토윌리엄스에서 시작하는 이 트레킹 코스는 총길이 40 내지 50km이고, 보통 3박 내지 4박 일정으로 진행한다. 아무것도 없는 원시 자연의 산을 타는 것이라 모든 것을 등에 지고 시작해야 한다. 해수면에서 시작하지만, 최고 고도가 900미터 정도 된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날씨와 기온이다. 유튜브 AI가 이 트레킹코스를 일주하면서 찍은 동영상을 내게 계속 추천한다. 동영상을 몇 개 보고 나니 어르신인 내가 할 수 있는 트레킹이 아니다.
이생망이다!!!
https://youtu.be/j9vnt4WDdRU?si=KTcPhwiaSrzKeNz8
내가 머물고 있는 숙소의 주인장을 도와주던 Borga가 어제 떠났다. 한 달을 Volunteer로 머물다가 떠난 것이다. 일 년을 생각하고 남미 대륙의 남쪽 끝에서 멕시코까지 비행기를 타지 않고 갈 생각이라고 했다. 여행을 끝내고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1년 머물렀던 캐나다로 다시 가든지, 고국 스페인의 직장을 찾아가든지 할 생각이란다. 일 년 뒤의 상황을 어찌 지금 알겠는가?
그나마 영어가 되는 Borga가 있어 외진 통나무집에서 지낼만했는데, 이제 남은 며칠은 어떻게 버티나 고민하고 있었다. Borga가 떠난 날 젊은 남녀 커플이 숙소에 나타났다. 장작을 나르며 일을 하는 것을 보니 Borga 대신 나타난 것 같다. 그들 역시 Volunteer로 3주 있을 거란다. 남자는 트리스탄이고 여자는 엠빔이라고 했다. 둘 다 프랑스인이고 30살이란다.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에 있다가 보트를 타고 국경을 넘어 왔단다. 보트(12인승)로 두 시간이면 우수아이아에서 푸에르토윌리엄스로 비글해협을 건너는데, 비용은 일인당 150유로였다고 한다. 너무 비쌌다고 투덜댄다.
어떻게 Volunteer 할 수 있는 자리를 찾냐고 했더니 앱이 있단다. 앱에 나온 것 중에서 조건이 맞는 것을 선택해서 지원하면 된단다. 그렇게 숙식을 해결하며 8개월째 여행하고 있다고 했다. 디엔테스디나바리노 트레킹을 아냐고 물었다.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기회를 봐서 할 생각이란다.
하루에 몇 시간 노동력을 제공하고 숙식을 해결한다. 주 5일만 일하니 나머지 이틀은 자유시간이다. 그렇게 유럽의 많은 젊은이들이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도시 한 달 살기'가 한때 유행이었는데 자기 돈 얼마 들이지 않고 유럽의 젊은이들이 실현하고 있다. 앱을 찾아보았다. 혹시나 하면서...ㅎㅎ
'Worldpackers'란 앱이다. 가입을 하고 앱을 둘러보니 노르웨이 트롬쇠의 호스텔에서 하우스키핑을 구하고 있다. 트롬쇠는 2020년 여름에 가려고 비행기표를 일찍 구매했으나, 코로나팬데믹으로 결국 환불받고만 곳이다. 일주일에 5일 15시간 침대정리 등의 하우스키핑과 청소를 하면, 개인실을 제공하고 키친과 세탁기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조건이 나온다. 음식은 제공하지 않는다. 음식도 제공하는 많은 구인정보가 있다. 대부분 아프리카 학교와 숙소들이다. 파타고니아의 구인정보를 찾아보려고 하니, 일 년 멤버십(최소 $59)을 구입해야 구인정보를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페인어는 1도 못하고,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67세의 한국의 노인을 재우고 먹이며 일을 시키겠다는 곳이 있을까 싶다. 더 이상 나가지 않았다.
주제파악을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