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f Identification

by 재거니

방랑 중에 만나는 사람들이 뭐 하냐고 묻는다.

직업을 물으면 공과대학 교수(Engineering Professor)였는데 작년에 은퇴(retire)했다고 한다. 은퇴한 교수, 지금은 무직!!! 아마도 연금생활자.

그런데 숙소에서 이삼일을 나가지 않고 개기는(?) 것을 본 주인은 궁금한지 너 뭐 하냐고 묻는다.

남들처럼 관광 나가지 않고 방에서 뭐 하냐고 묻는 것이다. 방에는 'Don't Disturb!' 팻말을 항상 걸어놓고...

사실 이럴 때 좀 난감하다. 뭐라고 얘기해야 이해할까? 아니 납득(?)이 될까?


내가 방에서 뭐하는지 솔직하게 돌아봤다. TV는 있지만 켜본 적 없다. 들고 다니는 책도 두 권뿐이라 한국어 책은 이미 다 읽었고, 원서인 'In Patagonia'는 읽기 힘들어 아주 가끔 들춰볼 뿐이다. 결국은 주로 맥북에어를 들고 있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거나, 유튜브에서 이것저것 둘러보거나, 아니면 다음 방랑 지를 위한 교통편과 숙박장소를 찾아보고 있다. 유튜브 보는 시간과 브런치에 투여되는 시간이 거의 비등비등하다. 그만큼 글을 쓰고 다듬는데 많은 시간을 투여한다.


Writer, 그럼 내가 작가인가?


아니다. 작가란 글을 쓰는 것으로 호구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호구를 해결할 만큼 사람들이 읽을만하다고 인정하는 글을 쓰지는 못한다. 난 다른 사람에게 내 글이 읽을만하다고 인정받아본 적도 없고, 호구를 해결할 만한 글을 쓸 줄도 모른다. 그렇지만 글 쓰는 시간은 웬만한 작가 못지않다고 생각한다.


여행을 하면서 글을 쓰니 여행작가인가?


작가는 아니라니까. 그러면 여행 블로거? 사실 내가 블로거의 정의를 잘 모른다. 그래서 찾아보았다.

블로거는 블로그(blog)를 운영하며 글·사진·영상을 정기적으로 게시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개인 취미부터 전문 리뷰, 여행기, 정보 공유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독자와 소통하며, 댓글·공유로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수익화(광고·스폰서십)도 가능하나, 대부분 취미나 자기표현 목적이다.(Perplexity)

브런치 글이 블로그 운영과 유사하지만 독자라 할만한 사람도 없으니 댓글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도 없다. 취미나 자기표현 목적에는 동의한다. 작가는 아니고 블로거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블로거다운 블로거도 아니다.


난 내가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고, 방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안다. 특별한 목적도, 가야 할 목적지도, 특별히 하고 싶은 Activity도 없기 대문이다. Traveler가 아니다. 방랑자다. 영어로는 Wanderer. 자주 사용되는 단어는 아니다. 존재 자체가 흔하지 않으니...


나는 호기심이 많다. 주변의 모든 사물과 사회, 심지어 인간관계의 작동원리와 인과기구(mechanism)에 유별난 관심이 많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전혀 악의는 없다. 순전히 호기심이다. 주변 모든 상황을 알고 싶은 순수한 호기심이다. 가끔 왜 알려고 하냐고 되묻는 사람들에 난 당황한다. 특히 알면 다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제 좀 정리가 되는 것 같다.

Very curious writing wanderer,

호기심 많은 글 쓰는 방랑자,

이 정도면 완벽하지 않은가? 나 자신의 존재 확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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