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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거니 Oct 08. 2016

에덴동산

나는 신선이고 싶다...


이브가 준 선악과를 먹은 죄로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날 때, 아담이 받은 형벌은 평생 열심히 일하지 않고는 먹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일하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는 곳이 모두가 꿈꾸는 에덴동산이다. 만약 일하지 않고도 먹고 살수 있다면 실은 에덴동산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한동안 일해서 충분한 돈을 모았다면 이제는 에덴동산에 입주한 것이다. 꿈을 이룬 것이다.

좋은 사회, 바람직한 사회란 그렇게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그렇게 오래 일하지 않아도 인간의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며 먹고 살 수 있는 사회라고 누가 그랬다. 시간당 최저 임금이 만원이 되면 그렇게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 청년들의 취업난은 청년들의 탓이 아니다. 그렇다고 나와 같은 대학교수들이 교육을 잘못한 결과도 아니다. 지금의 취업난은 전세계적인 현상이고 산업혁명과 정보혁명이 가져온 결과이다. 구조적인 문제이다. 어떤 지식, 어떤 정보도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소위 노하우니 경험이니 하는 것들이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 어떤 상품, 어떤 제품도 가장 싸고 좋은 물건을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가격 경쟁력이 세계적으로 있는 물건만 결국 살아남는다. 자동차, 가전제품 같은 공산품의 가격이 계속 내려간다. 제조업에서 이익을 남기기 어렵게 된 것이다. 사람이 하던 많은 일들이 인공지능이나 로봇들로 대체된다.

자본주의는 모든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있다는 개념을 완성한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 즉 자신의 시간을 돈으로 바꾼다. 옛날에 집안의 빈병을 엿이나 강냉이와 바꿔 먹던 시대가 있었다. 내 인생의 반을 노동을 통하여 돈으로 바꾸고, 그 돈으로 내 인생의 나머지 반을 먹고 사는데 쓴다. 그러나 내 인생의 나머지 반은 대부분 잔다. 자는 시간을 뺀 깨어있는 내 인생은 직장생활을 하느라 놀 틈도, 돈 쓸 틈도 없다.

돈이 있다면 내 인생을 다른 곳에 쓰고 싶다. 나의 호구를 위하여 내 인생을 팔지 않고 더 재미있고 보람 있는 일에 내 인생을 쓰고 싶다. 물려받을 만한 것이 없다보니 꿈은 재벌2세인데, 부모가 재벌이 되려고 노력하지 않아 내 꿈의 실현이 어렵다는 우스갯소리도 많은 공감을 얻는다.

이즈음 친구들의 자식 혼사가 계속이다. 친구 딸의 결혼식장에서 오랫만에 만난 대학친구의 말이다. "직업이란 다른 것 아니야. 먹고 살기위한 것이지. 자기발전 같은 고상한 것이 아니야." 자신의 딸한테 이렇게 얘기 했단다. 나도 사실 동감하지만 나 자신의 지난 인생이 안쓰러워 아직 그렇게 직설적으로 표현하지는 않고 있었다. 금수저가 아니라면 먹고 살기 위해서 일하지 않으면 안된다.

같은 일이라도 하고 싶어 하면 취미이고 오락일 수 있지만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라면 노동이다. 같은 일이 누구에겐 오락이고 누구에겐 노동이다. 인간에게 인정욕구와 성취욕구가 있기는 하지만 과연 매일의 노동에서 그러한 욕구를 채우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노동의 강도와 임금이 비례하지 않는다. 강도는 약하고 임금은 많은 노동을 본능적으로 선호한다. 일반적으로 육체적 노동과 정신적 노동을 비교하면, 정신적 노동이 강도는 약하고 임금은 많다. 육체적 노동 시간은 타의에 의해 정해지지만 정신적 노동은 근무시간을 자신이 정할 수도 있다. 많은 부모가 자기 아들과 딸은 육체적 노동이 아닌 정신적 노동을 하기 원한다. 그래서 그렇게 어릴 때부터 공부하라고 다그친다.

놀고 쉬는데에 누구나 천부적인 소질과 능력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그 소질과 능력을 발전시켜야 한다. 놀고 쉬는 것이 직업이 될 수는 없을까? 직업이 되려면 그 행위가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좋아하는 것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 좋아하는 것을 해야 열심히 할 수 있고, 열심히 해야 남보다 잘할 수 있어 성공할 수 있다." 많이 듣던 소리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만들기는 정말 어렵다. 대부분 좋아하는 것을 찾지도 못한다.

좋아하는 것이 아직 없다면 남들보다 잘하는 것을 택하라고 한다. 그러다보면 좋아질 수 있다고... 남들보다 소질이 있어 잘하지만 과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아닌 경우도 많다. "자신이 잘 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 당연한 말 같고 하기 쉬운 말이지만 실제는 정말 어렵다.

재수하던 아들이 열심히 공부하지 않고 방황하는 것 같아 두 손으로 아들을 붙잡고 물었다. "우석아 왜 이러니? 무엇이 되고 싶으냐?" 그 때 아들의 대답은 어이 없게도 대학생이었다. 어느 직장인의 꿈은 불로소득자가 되는 것이란다. 결국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매주 연금복권을 산다고 한다. 노는 것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어느 여행작가의 어릴적부터의 꿈은 신선이 되는 것이란다.

나도 신선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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