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우수아이아 가는 JetSmart 비행기가 만석이다. 우수아이아는 아르헨티나 사람들도 가기 힘든 곳이다. 국내선이지만 무려 3시간 반을 날아간다. 요금도 비싸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우수아이아 편도요금을 한 달 전에 검색했다. 아르헨티나 항공이 50만 원대, JetSmart가 30만 원대, Flybondi는 10만 원대였다. Flybondi의 탑승후기를 찾아보았다. 후기를 보지 않았으면 Flybondi 항공권을 살 뻔했다. 워낙 저렴해서... 공항 전광판의 출발안내를 보니 모든 Flybondi 비행기는 (한 시간 이상) 지연으로 뜬다.
부에노스아이레스를 30분 지연 출발(기장이 승객들 다 탑승한 뒤에 가방 들고 탔다)한 비행기는 우수아이아에 예정시간보다 10분 늦게 도착했다. 탑승교를 걸어가며 우버를 불러 렌터카 사무실로 달렸더니 7시에 도착했다. 사무실 문 닫는 시간인 오후 8시 예약인데, 무려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다. 우수아이아의 기온이 7도다. 안개비 뿌리고 바람도 분다. 부에노스아이레스와의 기온차가 20도다. 체감은 30도. 여름에서 겨울로 순간이동했다.
렌터카 서류를 작성하는 동안 Tolhuin(스페인어는 h가 묵음이라 톨우인 내지 톨윈)의 숙소를 검색했다. 우수아이아는 시즌이라 모든 것이 비싸다. 그리고 사람들로 붐비는 곳에서 방랑하고 싶지 않다. 10년 전부터 해보고 싶던 것이 리오그란데와 우수아이아 구간을 운전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중간인 톨윈에서 2박을 하는 것이 괜찮은 생각이다. 우수아이아도 피하고...
톨윈은 우수아이아에서 100여 km 정도 떨어져 있다. 리오그란데와의 거리도 비슷하다. 톨윈은 인구가 2,000명 정도인데, 마을이 생긴 이유가 우수아이아와 리오그란데의 딱 중간이라 생겼단다. Cami 호수의 동쪽 끝에 위치한다. Cami 호수는 폭은 6km 정도인데, 길이가 무려 100km가 넘는다. 이렇게 긴 호수가 생긴 이유는 지각판이 어긋나는 단층이란다.
주차장과 와이파이가 있고 조식도 준다는 Apart Hotel이 2박에 145불이다. 우수아이아의 하루 가격이다. 톨윈의 Cami 호숫가임을 지도로 확인하고 급하게 예약했다. 10시가 일몰이라 아직은 여유 있다. 어두워지면 숙소 찾기가 어려울 수 있다. 급한 마음에 일단 톨윈(정확한 숙소주소가 아닌)을 찍고 바람 불고 춥고 번잡한 우수아이아를 벗어났다. 점점 고도를 높이더니 산속으로 들어간다. 산들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정상이 뾰족뾰족한 것이 칠레 나바리노 섬의 Dientes de Navarino( https://brunch.co.kr/@jkyoon/925 )를 연상시킨다.
렌터카의 핸들과 하체가 아주 쫀득쫀득하다. 3,500km 밖에 안 뛴 폭스바겐의 Polo다. 이렇게 렌터카로 새 차를 받아본 것이 언제였지? 핸들에 유격이 전혀 없다. 새 차라서 그런지, 독일차라 그런지 아주 맘에 든다. 하체가 단단한 것이 역시 독일차다. 이번 방랑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렌트인데 아주 단단하고 쫀득한 신차라 신난다. 역시 난 운이 좋다!!!
톨윈의 입구에 들어서 정차하고, 구글맵에 정확한 숙소이름을 넣었다. 어라! 우수아이아의 숙소가 나온다. 허걱. 거의 두 시간을 달려왔는데 내가 예약한 숙소가 톨윈이 아니고 우수아이아라고? 분명 지도를 확인했던 것 같은데... 이름만 같은 것이겠지! 설마 하며 숙소 주소를 넣었다. 이번에는 리오그란데의 장소가 나온다. 리오그란데는 지금 달려온 만큼 더 가야 한다. 셀룰라 신호도 좋지 않은데 구글맵 검색하기가 쉽지 않다. 멘붕이다. 많이 어두워졌는데 10여분 간 당황했다. 간신히 톨윈의 상세주소만을 넣으니 근처의 장소가 찍힌다.
할렐루야!!!
숙소는 일종의 타운하우스다. 10개의 집을 일렬로 붙여서 지은 단층아파트다. 바닥 왁스칠의 광택이 생생히 살아 있다. 올봄에 완성하고 이번 시즌에 처음 사용하는 것이다. 침대 매트리스도 단단하다. 거실에 식탁과 부엌이 딸려 있다. 변기와 비데도 새것이다. 문제는 와이파이가 있기는 한데 방에서 속도가 너무 느려 쓸 수가 없다. 주인이 없고 관리회사가 관리인을 두고 운영한다. 숙소 관리를 애가 있는 부부가 한다. 방에 작은 중계기가 있는데 중계기 암호를 모른다. 시즌 한 철 머물며 청소와 온갖 잡일을 다 할 테지만 경험이 없어 와이파이 문제를 해결 못한다. 운이 좋은 줄 알았더니...
밤이 깊었으니 일단 자야겠다. 내일은 와이파이 해결해 주겠지.
차를 빌렸으니 내일은 일찍 리오그란데를 갔다 와야 한다.
우수아이아를 만약 또 간다면 (그럴 가능성 거의 없지만) 크루즈 타고 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