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초록이다. 숲은 초록이다. 신록은 말 그대로 초록이다.
미풍 속에서 봄이 나날이 스며드는 즈음,
그 때 만나게 되는 길지 않은 시간의 나무와 숲은 그저 초록이라 부르기가 미안하다.
초록과는 다르다. 연하다. 순하다. 듬성듬성하다. 그리고 세세히 다르다.
4월에서 5월로 넘어가는 그 시간,
하나하나의 초록이 소리 친다. 나 여기 있어요. 겨우내 나 여기 있었어요.
각각의 색감이 따로따로, 바람이 불면 스르르 뒤섞이며 수채화 물감을 덧바른 듯 색깔이 오버랩 되기도 한다.
계절이 싱그러워 질 수록 각자의 색깔은 진해지지만 또한 비슷해 진다. 신록이 우거진 계절을 지나 여름이 되면 아주 가까이에서 보지 않는 한 숲은 한 가지의 색깔로 불린다. 녹음. 초록.
여리지만 약하지만 겨울을 뚫고 나와 자신을 외치는 이 계절,
나 여기, 나 여기, 나 여기... 저마다의 초록으로 외쳐대는 봄, 이 계절이 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