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페페씨의 생활의 발견]
'꽃들에게 희망을' 이라는 동화가 있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애벌레가 어느 날 경쟁에서 이탈해 자기만의 꼬치로 들어가 시간을 보낸 후 아름다운 나비가 된다는 얘기다. 중학교 때 처음 읽었던 책은 지금도 내 책꽂이에 꽂혀 있다.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작가에게 묻고 싶은 게 있었다.
세상이 정한 욕망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나만의 꼬치를 거쳐야 진정한 자신을 찾게 된다는 감동적인 이야기, 동감. 그런데 내가 지금 추구하는 욕망이 나의 것이 아닌 세상의 욕망임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 욕망은 어디쯤에서 멈춰야 하는 걸까.
동화 속 주인공은 모두가 기를 쓰고 올라 가려는 그 곳에 뭔가 있다고 확신하고 열심히 올라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아름다운 그녀를 만나게 되면서 관점을 바꾸게 된다. 어느 시점이던 무언가에 대한 믿음을 버리고 새로운 믿음으로 진입한다는 것은 두렵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마음 속에서 마침 강한 울림이 있다면 그대로 따를 수도 있겠지만 우리 삶에서 마주치는 상황은 대부분 긴가민가하다.
결국은 내 마음의 추가 기울어지는 그 시점이 나의 타이밍일 것이다. 그 타이밍이 왔을 때 변화의 길을 갈 것인가는 각자의 용기에 달려 있을 테고. 사람은 저마다의 속도와 템포가 있다. 다르게 태어나고 다르게 살아온 우리이기에 각자의 타이밍 또한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때가 남들보다 한참 늦더라도 또는 한참 빠르더라도 그게 나의 타이밍이니 그걸로 된 것이다. 내 마음 말고 무엇을 믿겠나. 이토록 중한 내 마음이니 늘 따뜻하고 정갈하게 정돈해 놓자. 추가 기울 때 재빨리 알아 챌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