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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박페페 Nov 10. 2020

시간은 여러 겹으로 흐른다

[까칠한 페페씨의 생활의 발견] - 18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 겹겹의 시간 속에서 무수히 많은 그들이 걸어 갔을 것이다.

그들이 존재했던 이 곳에 나는 지금 존재한다. 겹겹이 쌓인 시간의 퇴적을 세로로 잘라 본다. 이 공간에 얼마나 많은 시간의 층이 있을까. 내가 존재하는 지금 이 시간 또한 어느 층위엔가 놓여 큰 무늬의 한 선이 될 것이다. 여기 이곳에 과거의 현재의 미래의 그들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내가 여기 있는 지금, 수많은 거기에선 수많은 그들의 시간이 펼쳐지고 있다.

간혹 내가 여기를 떠나 그들이 있는 거기에 들어간다. 거기가 이제 나의 여기가 된다. 나는 여기에 존재하는가 거기에 존재하는가. 내가 본래 있던 거기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일까. 그럴 것이다. 거기에 그대로 있는 그들과 함께 있을 것이다. 지금 서로 다른 공간에서는 그들 각자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나의 시간은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 누군가의 시간은 그때 그곳에 존재한다. 나는 지금 여기에만 존재할 수 있을 뿐이다. 나는 얼마나 제한적인 존재인가. 지금 여기에서 점 하나를 겨우 찍고 있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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