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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Lee Feb 03. 2023

외신에 아시아인 혐오성 기사가 올랐다


Are there 'Too Many Asians'?


지난주, 미국의 경제일간지인 월 스트리트 저널 (Wall Street Journal, WSJ)에 "아시아인이 너무 많은가?"라는 제목으로 기사 하나가 올라왔다.



그리고 이 기사는 트위터, 틱톡을 포함한 여러 매체를 통해 빠르게 퍼지며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이 기사가 이렇게 문젯거리가 된 것은 그 내용 때문은 아니었다. 사실상 기사 본문의 내용은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이나 혐오와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타당성을 떠나 제목 그 자체만으로 문젯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문제 기사가 발행된 2023년 1월 23일은, 음력 설 전후로 캘리포니아주에서 일어난 2건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가 이어지던 때였다.


1월 21일에는 아시아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11명이 사망했고, 이틀 후인 1월 23일 또 다른 총기 난사 사건으로 7명이 사망했다.



이 두 사건 모두 아시아인을 타깃으로 벌어진 일이라,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아시아인은 물론 미국에 거주 중인 많은 아시아계 이민자들에게 공포를 안겨 주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두고 애도와 우려를 표하던 중 바로 '아시아인이 너무 많다'고 하는 제목으로 기사 하나가 뜬 것이다.


"뭘 말하려는 거야? 그래서 아시아인이 더 죽어 나가야 한다고?"


"그래, 백번 양보해서 그런 제목 쓸 수 있다고 하자. 그런데 하필 지금? 총기 난사로 사람이 죽어나간 바로 오늘?"


트위터 등에선 해당 기사의 저자는 물론 WSJ를 상대로 거친 비난이 이어졌고, 기사 제목은 곧 수정되었다.


하지만 이미 전 도시로 배부된 종이신문과 여러 매체를 통해 그 기사가 퍼진 후라 그 제목은 사실상 되돌릴 수 없이 영구박제된 꼴이 되었다.



나도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제목을 잘 뽑는 것'의 중요성을 안다.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으면서 글을 한 명이라도 더 보게끔 하는 궁금함을 끌어내야 하다 보니 조금 더 자극적인, 그리고 어떨 땐 기사 내용과 크게 상관이 없거나, 심지어는 내용과 정반대 되는 문구를 제목에 써서 클릭을 유도하는, 일명 '낚시기사'를 종종 봤다.


그러나 제목의 힘은 크다.


특히 새로운 정보와 컨텐츠가 매일같이 쏟아지는 요즘 기사를 읽지 않고 그 제목만으로 내용을 추측하는 경우도 많기에, 적절하지 않은 제목이 끼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 저자는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제목이 대중에게 줄 수 있는 피해와 상처까지도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아시아인이 너무 많다"는 제목을 뽑은 저자의 목적이 바로 많은 이의 관심을 끌고자 하는 것이었다면 그는 제대로 성공했다.


하지만 이렇게 인종차별, 나아가 특정 인종에 대한 혐오성 메시지가 다분히 드러나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WSJ는 더 많은 관심과 구독자를 얻었을지, 아니면 있던 구독자마저 잃었을지는 모르겠다.




사진 출처: unsplash.com



*이 글은 <헤드라잇>에도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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