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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Lee Jan 23. 2023

그놈의 '차이니즈 뉴이어'

'루나 뉴이어'가 맞다고오오오!


"Happy Chinese New Year!"


매년 이맘때쯤이면 듣게 되는 인사말로, 캐나다 생활 초반에는 들을 때마다 참 속상해지던 말이었다.


아닌데! '차이니즈 뉴이어' 아닌데! 오늘은 한국에서도 제일 큰 명절 중 하나인 '루나 뉴이어(구정)'인데!


그리고 나는 속으로 그들의 '무지함'을 탓하며 어떻게 이렇게 기.본.적.인 것도 모를까 참 답답해했었다.


"오늘은 Chinese New Year's Day 아니고, Lunar New Year's Day야. (알겠니?)"


하지만 다음 해에도 또 그다음 해에도 같은 인사말이 반복됐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에 대한 속상함은 점점 줄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음력 1월 1일을 세는 것은 '중국의 고유문화'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대신 나는 태도를 바꿔 친절하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럼 열이면 열, "오우, 아임 쏴리, 난 몰라써어"하는 대답이 돌아왔고, 나는 이렇게 또 한 명을 계몽했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까지 들곤 했었다.


하지만...


출처: chinesenewyear.net


올해로 캐나다에 산 지 14년 차, 여기는 여전히 차이니즈 뉴이어 타령이 넘쳐나고, 나는 어느덧 '계몽'작업을 멈췄다. 이건 뭐, 매년 넓디넓은 백사장에 모래 한 주먹씩 뿌리는 격이니 나 혼자 열심히 떠든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고, 만나는 사람은 계속 바뀌니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에도 지친 탓이었다.


방금 우리 집 달력을 보니 역시나 2023년 1월 22일은 'Chinese New Year'라고 표기가 되어 있다. 하아...




그런데 어젯밤 남편이 뉴스 기사를 하나 보여주며 물었다.


너 베트남에서는 올해가
'고양이의 해'라는 거 알았어?

고양이의 해? 토끼 아니고??


그게 뭔 소린고 하니, 중국과 베트남 모두 12간지를 따르지만, 12개의 동물이 모두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아래의 표에서처럼 베트남에서는 소와 토끼 대신 물소와 고양이를 따르고 있었다.


중국과 베트남의 12간지 비교표


이에 비하면 우리는 그나마 나은 거였다. 최소 매년 설을 지낼 때마다 Lunar New Year가 맞는 표현이라고 알려 줄 기회는 있었으니. 그에 비해 베트남 사람들에겐 그 기회가 12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셈이었다.


그리고 나는 안다. 이렇게 뉴스가 나오고 베트남 커뮤니티를 시작으로 여러 사람이 열심히 정보를 퍼뜨려도 이는 결국 금세 잊혀지고 또 사람들은 '토끼의 해'만 기억할 것이라는 것을.


베트남 커뮤니티에서 시작해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는 밈 (by Kris Nguyen)


이렇게 나 역시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 무지했듯이 다른 사람들 역시 그저 몰랐던 것뿐이며, 그 때문에 반갑게 새해인사를 건네오는 그들의 마음까지 깎아내릴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


앞으론 "해피 차이니즈 뉴이어!"라고 인사를 건네는 사람한텐 친절하게 한국의 문화도 알려주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그저 "You too!"라고 기분 좋게 마음만 받아도 될 것 같다.





표지 사진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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