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눈물버튼
저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거의 매일 우는 것 같아요.
저란 사람,
돌멩이만 굴러가도 까르르대던 순수하고 순진한 소녀 시절부터 눈물이 참 많았다지만, 어째 '감수성'이란 게 나이가 들수록 더 풍부해지는 건지 이제는 톡 치면 또르르 눈물이 나는 '쿠크다스' 같은 인간이 되었어요.
모두에게는 각자만의 눈물버튼이 있다고 하는데, 그 눈물버튼의 인간화된 모습이 바로 저 같달까요?
슬프거나 힘들거나 속상해서도 울지만
기쁘거나 고맙거나 넘 웃겨서도 울고요
행복하거나 감동받았을 때도 눈물이 나요.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앞사람이 우니까"
진짜 이것만큼 강력한 눈물버튼이 없다는 건
저의 눈물동지들이라면 다 아실 거라 믿습니다.
제게 유독 눈물버튼이 많다는 걸 처음 깨달은 건 중학생 시절이었어요. 방과 후 활동으로 선생님, 친구들과 <벅스 라이프>란 영화를 보러 갔을 때인데...
'플립'이라는 개미가 여러 시련 끝에 결국 적들을 물리치고 개미왕국의 영웅으로 거듭나는 내용
영화 내내 사고뭉치 취급을 받던 플립이 마침내 개미왕국의 영웅이 되어 모두의 박수를 받는 이 장면에서 저는 진짜 눈물 콧물 쏙 빠지게 울었지 뭐예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영화관에 불이 들어오고 나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어요. 눈물 범벅되어 훌쩍거리는 제 모습을 본 친구들이 입을 막고 웃음을 참는 걸 봤거든요.ㅋㅋㅋ
한 번은 친구가 키우던 강아지가 죽었단 얘기를 듣고 그 친구와 같이 울어주다 옆 반에는 "제가 키우던 강아지가 죽었다"고 소문이 잘못 난 적도 있었고요.
대학생 때 웨딩홀 알바 하던 시절에는 매 주말 남의 결혼식에서 생판 처음 보는 신부랑 같이 울었어요. '이번에는 진짜 울지 말아야지'하고 참고 참다가 기어이 신부 부모님께 인사드리는 시간이면 마스카라 번지기 직전까지 울었어요 ㅋㅋㅋ 그 알바는 매번 감정 소모가 너무 커서 몇 달 하다 그만두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자주 들었던 말 중엔 이런 게 있었네요.
"그게 울 일이냐?"
"네, 울 일입니다."
눈물동지들은 아실 거예요.
눈물이 아무리 많아도 울 일이 없는데 울지는 않고요,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저 남들에 비해 울 일이 유독 많은 것뿐이라는 걸요.
하지만 저는 우는 행위를 부정적인 감정의 결과로만 생각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건강한 감정의 표현법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2015년에 개봉했던 영화 <인사이드 아웃> 기억하시나요?
기쁨이, 소심이, 버럭이, 까칠이, 그리고 슬픔이까지 다섯 가지 캐릭터를 이용해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 애니메이션으로 어른들을 위한 힐링 영화였죠.
영화는 말합니다. '기쁨'만큼 '슬픔' 또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중요한 감정 요소이며, 슬플 땐 충분히 슬퍼해도 괜찮다고요.
여러분도 많이 웃고 가끔 울며 건강하게 감정표현하면서 사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