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Lee Aug 22. 2023

회계사 되려면 수학을 잘해야 하나요?


내가 회계사라고 하면 많이들 궁금해하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나는 한국 사람들한테는 "아니요", 캐나다 사람들한테는 "맞다"고 답을 하겠다.




한국의 수학 교육 수준이 높은 건 꽤나 유명하다.


한국의 수학 교육이 '문제풀이'에만 집중이 되어 있고, 정작 이걸 왜 배워야 하며, 그게 내 삶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에 대한 교육은 빠져 있다...는 문제점은 차치하고라도, 한국의 수학 성취 수준이 매우 높은 것은 사실이다.


일명 '수포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일지라도 구구단 정도는 기계처럼 외울 것이며, 웬만한 사칙연산은 가볍게 할 것이다.


송민호님이 빅웃음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 - 이라고 믿고 있음 ㅎㅎ


그런데 캐나다는 "수학을 잘한다"는 개념이 완전 다르다.


우선 '기계적인' 계산이 안 된다.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현금을 내면 캐셔가 거스름돈을 바로 계산하지 못하는 걸 보는 건 흔한 일이고, 구구단 덕분에 간단한 곱셈식은 툭! 치면 탁! 하고 나오는 한국 사람들과는 달리, 여기 사람들은 간단한 사칙연산을 할 때도 일단 계산기를 꺼내든다.



따라서 '수학을 못한다'고 하는 사람 중에는 (한국 사람 기준에서는) 아주 기본이라 여겨지는 간단한 계산조차 어려워하는 사람도 꽤 있다.


하지만 이는 캐나다의 수학 교육 수준이 떨어진다고 얕잡아 볼 일은 아니고, 다만 이곳의 교육 과정과 사고 체계가 한국의 그것과는 많이 달라서 생기는 차이일 뿐이다.




회계법인 재직 시설, 크리스마트 파티에 갔던 때였다.


와인과 다과 등을 즐기며 간단한 소셜타임을 가진 후 저녁으로 준비된 뷔페를 먹는 시간이었다.


사회자는 각 테이블 중앙에 놓여 있던 하얀 봉투 하나를 가리키며 그 안에 들어있는 수학 문제의 답을 먼저 맞히는 테이블 순으로 저녁을 먹을 수 있다고 했다.


내 맞은편에 앉아있던 동료 하나가 그 봉투를 열고 문제를 확인했다.


몇 초쯤 바라보다가 옆 동료한테 넘겼고, 그 친구도 껄껄 웃다가 또 그 옆으로 넘겼는데, 결국 한 동료의 남편이 답을 맞혔다.


얼마나 복잡한 문제였길래 그 종이가 그렇게 돌고 돌았나 나중에 들여다보니, (지금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런 식의 간단한 문제였다.


(√16 x 3/4) + 2 = ?


헉!


나도 고등학교 수학을 접은 지 오래돼서 이제 간단한 수학공식도 기억이 안 난다. 그래도 루트 벗기는 것 정도는 중학생이면 다 하는 것 아닌가?


게다가 우리는 다 CPA 아니었던가?


나도 암산이 정말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지만, 그때 그 봉투가 내 앞에 놓여 있었다면 우리 테이블이 제일 먼저 식사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결론:

단지 학창 시절 수학 점수가 낮았다는 이유로 회계사의 꿈을 접지는 마세요. 하지만 수에 대한 개념은 이해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숫자와 친해야겠죠.




사진 출처: unsplash.com




매거진의 이전글 외국에서 한국인으로 산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