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회계사라고 하면 많이들 궁금해하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나는 한국 사람들한테는 "아니요", 캐나다 사람들한테는 "맞다"고 답을 하겠다.
한국의 수학 교육 수준이 높은 건 꽤나 유명하다.
한국의 수학 교육이 '문제풀이'에만 집중이 되어 있고, 정작 이걸 왜 배워야 하며, 그게 내 삶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에 대한 교육은 빠져 있다...는 문제점은 차치하고라도, 한국의 수학 성취 수준이 매우 높은 것은 사실이다.
일명 '수포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일지라도 구구단 정도는 기계처럼 외울 것이며, 웬만한 사칙연산은 가볍게 할 것이다.
그런데 캐나다는 "수학을 잘한다"는 개념이 완전 다르다.
우선 '기계적인' 계산이 안 된다.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현금을 내면 캐셔가 거스름돈을 바로 계산하지 못하는 걸 보는 건 흔한 일이고, 구구단 덕분에 간단한 곱셈식은 툭! 치면 탁! 하고 나오는 한국 사람들과는 달리, 여기 사람들은 간단한 사칙연산을 할 때도 일단 계산기를 꺼내든다.
따라서 '수학을 못한다'고 하는 사람 중에는 (한국 사람 기준에서는) 아주 기본이라 여겨지는 간단한 계산조차 어려워하는 사람도 꽤 있다.
하지만 이는 캐나다의 수학 교육 수준이 떨어진다고 얕잡아 볼 일은 아니고, 다만 이곳의 교육 과정과 사고 체계가 한국의 그것과는 많이 달라서 생기는 차이일 뿐이다.
회계법인 재직 시설, 크리스마트 파티에 갔던 때였다.
와인과 다과 등을 즐기며 간단한 소셜타임을 가진 후 저녁으로 준비된 뷔페를 먹는 시간이었다.
사회자는 각 테이블 중앙에 놓여 있던 하얀 봉투 하나를 가리키며 그 안에 들어있는 수학 문제의 답을 먼저 맞히는 테이블 순으로 저녁을 먹을 수 있다고 했다.
내 맞은편에 앉아있던 동료 하나가 그 봉투를 열고 문제를 확인했다.
몇 초쯤 바라보다가 옆 동료한테 넘겼고, 그 친구도 껄껄 웃다가 또 그 옆으로 넘겼는데, 결국 한 동료의 남편이 답을 맞혔다.
얼마나 복잡한 문제였길래 그 종이가 그렇게 돌고 돌았나 나중에 들여다보니, (지금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런 식의 간단한 문제였다.
(√16 x 3/4) + 2 = ?
헉!
나도 고등학교 수학을 접은 지 오래돼서 이제 간단한 수학공식도 기억이 안 난다. 그래도 루트 벗기는 것 정도는 중학생이면 다 하는 것 아닌가?
게다가 우리는 다 CPA 아니었던가?
나도 암산이 정말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지만, 그때 그 봉투가 내 앞에 놓여 있었다면 우리 테이블이 제일 먼저 식사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결론:
단지 학창 시절 수학 점수가 낮았다는 이유로 회계사의 꿈을 접지는 마세요. 하지만 수에 대한 개념은 이해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숫자와 친해야겠죠.
사진 출처: unspl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