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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Lee Mar 05. 2022

캐나다에 신혼집을 샀다

따라오는 빚은 덤


우리 신혼집은 어떻게 하지?


다른 커플들은 결혼을 준비하면서 모아 놓은 돈을 오픈하고 같이 계획을 세우고 한다던데, 우리는 뭔가 오픈하고 자시고 할 만한 자산조차 없었다. 내 통장에는 600만 원 정도의 잔고가 있었고, A 역시 천오백만 원 남짓의 현금이 전부였다.


(얼마 전에 친구한테 이 얘기를 했더니, 친구가 "너네 진짜 'true love'였구나!" 한다 ㅎㅎ)



당시 가진 현금과 대출 가능 금액 등을 따져보니 우리가 살 수 있는 집은 25만 불 (한화로 대략 2억 5천) 정도가 상한선이었다. 그래서 한 2억~2억 5천 정도 되는 집을 기준으로 삼고,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부동산 중개인과 연락해서 빅토리아 내 여러 곳을 다니며 몇 군데 집을 둘러봤는데, 예산이 예산인지라 방 2개짜리 집은 대부분 꽤 오래된 낡은 집뿐이었다.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놓고 있었는데도, 막상 낡고 오래된 집을 보니 영 정이 가지 않았다. 작고 아담한 집이어도 뭔가 신혼집스러운 아기자기함을 꿈꿨는데, 보는 집들이 다 조금씩 실망스러웠다.


“우리 둘 밖에 없는데 꼭 방이 두 개일 필요가 있을까? 나는 원베드룸이더라도 깨끗한 곳에서 살고 싶어”



우리가 원베드룸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했을 때, 몇몇 친구들이 나중에 후회할지 모르니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아무리 부부고 신혼이라도 누구나 살다 보면 각자의 공간이 필요한데 방 한 개짜리 집에서 ‘내 공간’ 마련이 가능하겠냐는 거였다.

우리는 예산이 넉넉하지 못해 선택권이 별로 없었지만, 사실 그때는 조금 조심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다행히 우리는 둘 다 '내 공간'에 대한 갈증이 없었다. 아마 둘 중에 하나라도 성향이 달랐다면 늘 모든 걸 함께 하는 생활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을까?



그렇게 찾다 보니 이 집을 만났다.


새로 지어진 콘도였는데, 대부분 분양이 완료되고, 두어 채만 남아있는 곳이었다. 남아있는 유닛 중 한 군데가 쇼룸으로 쓰이고 있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여기다!” 하는 마음이 들었다. (전용면적) 15평쯤 되는 작은 집이었는데, 우리 둘이 살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집이 맘에 들어도 협상에 불리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은 티를 내지 말라는 건 또 어디서 봐 가지고) 중개인 앞에서는 짐짓 태연한 척했지만, 알고 보니 우리 둘 다 그 집이 너무 맘에 들었단 걸 나중에야 알았다.


우리 신혼집 - 이곳에서 추억을 많이 쌓았다


23만 불 정도 하는 집이었는데, 집 값의 5%에 해당하는 천이백만 원 정도의 다운페이를 내고 나니, 덜컥 2억이 넘는 대출이 생겼다.


그런데 그런 큰돈을 대출받으면서도 전혀 겁나거나 하지가 않았다. 맞벌이를 하면서 아껴 쓰면 1년에 5만 불은 저축이 가능할 것 같았고, 그러면 4년만 모으면 다 갚을 수 있는 돈 아닌가! 그리고 그쯤이면 더 큰 집으로 이사 가자고 둘이 신나게 하이파이브하며 다짐까지 했다. (이 집에 7년이나 살게 될 줄 몰랐지... 그때까지 빚도 다 못 갚을 줄은 더 몰랐지...하핫)




변호사를 만나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나왔는데, A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를 꼭 끌어안았다.


"It's done. We did it!"


그간 태연한 척하고 있어서 몰랐는데, 거래 과정에서 행여나 뭔가 잘못되지는 않을까 내심 긴장하고 있었나 보다. 우리 둘 다 20대, 아직 어렸고, 이런 큰돈이 오가는 거래를 진행하면서 사실 얼마나 긴장하고 있었을지... 그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면서 순간 울컥했다.


“덕분에 우리 예쁜 보금자리 마련했네. 고마워.”


출처: pixabay.com


모든 서류업무가 끝나고 대출받아 잔금까지 모두 치른 날 한국에 계시는 아빠로부터 문자가 왔다.


그 '빚'이 너희들의 삶에 '빛'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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