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Lee Mar 14. 2022

캐나다에서 영어 못해서 틀니 할뻔한 썰

치과라고 다 똑같은 치과가 아니다


캐나다에 온 지 1년 반쯤 되었을 땐가, 한쪽 어금니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어느 날은 그냥 좀 불편한 듯했다가, 또 어느 날은 좀 시린 것 같기도 하고, 웬만하면 그냥 버텨보려 했는데, 며칠이 지나도 증상이 가시질 않아 아무래도 치과에 가 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내가 치과 가기를 망설였던 이유는, 물론 치과에 간다는 것 자체가 내키지 않아서였기도 했지만, 캐나다의 치과 진료비가 워낙 비싸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이기도 했다.


캐나다에는 건강보험이 없냐고?
캐나다에도 MSP (Medical Services Plan)라고 불리는 한국의 건강보험과 비슷한 보험이 있다. BC주 기준, 캐나다 시민권자, 영주권자가 아니더라도 6개월 이상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가입해야 한다 (의무사항). 이 보험으로 많은 의료 서비스가 커버되지만, 치과 치료는 포함되지 않는다.


BC주 MSP 보험료
- 2020년 이전: 보험료는 소득에 따라 다르게 책정이 되는데, 인당 최대 금액은 매월 37.5불.
- 2020년 이후: 보험료가 전액 무료로 바뀜.

단, 2020년 기준, International Students는 (유학생, 어학연수생 등) 인당 매월 75불로 보험료가 오히려 인상됨.




마침 내가 살던 집 근처에 치과가 두 군데 있었다.


첫 번째 치과에서 상담 후 견적을 받아보니 검진료가 대략 100불쯤이 나왔다 (물론 문제가 발견되면 추가 금액 발생). 우려했던 것에 비하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금액이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들었던, '여기는 치과가 워낙 비싸니까  군데만 알아보고 덜컥 진료받지 말고, 두어 군데에서 견적을 받아보고 결정하라'는 조언이 생각났다. 그래서 "생각해보고 올게요"라는 답을 남기고 일단 그곳을 나왔다.


다음 날, 두 번째 치과를 방문했다.


'띵동'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첫 번째 치과랑은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대기 손님도 없었고,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조명도 좀 어두운 것 같았다 (사실 아니었을 수도 있는데 내 기억에 그렇게 남았다).


"안녕하세요, 어떻게 도와 드릴까요?"

" 치아 검진  받아보러 왔어요."


"(1 동공 지진) 검진요? 어떤 문제가 있으시죠?"

" 모르겠는데, 아마도 충치가 아닌가 싶어요."


"(2 동공 지진) 충치요?? ... 손님, 여기는 Denture Clinic이에요."

", ! 알아요. 'Dental Clinic'"


"아니요 아니요, Dental (덴탈) Clinic 이 아니고요, Denture (덴쳐) Clinic 이요."

"(그게 그거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음... 그게 어떻게 다르죠?"


이쯤되자 그 직원은 눈치챈 것 같았다. 이 순진한 학생이 여기가 뭐 하는 덴지도 모르고 이렇게 씩씩하게 들어왔다는 걸.


그분은 잠시 생각하더니, 마치 5살 아이에게 말하듯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여기는요, 할머니, 할아버지 틀니 하는 곳이에요.


출처: pixabay.com


나도 그분도 같이 웃었다. 그리고 나는 쏘리와 땡큐를 남발하며 조용히 인사하고 나왔다.


나와서 간판을 다시 보니 분명히 "Denture Clinic"이라고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ㅋㅋ


캐나다의 치과
'치과'라는 이름으로 모든 치과 진료를 다 하는 한국과는 달리, 캐나다는 치과 서비스가 세분화되어 있다. 예를 들면, 위에서 말한 Denture Clinic 외에도 교정을 전문으로 하는 Orthodontics가 따로 있고, (복잡한) 신경치료 등은 일반 치과에서 추천을 받아 Specialist를 따로 방문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 뒤로는 비슷해 보이는 단어라도 스펠링을 꼼꼼히 확인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뭐든 하나라도 배웠음 됐다.




매거진의 이전글 캐나다에 신혼집을 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