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Lee Dec 15. 2023

누구나 할 수 있는 '쉐이크 깍두기'

쉐낏! 쉐낏! 넘나 간단한 레시피


이 글은 여러분이 흔히 접하시는 그런 레시피 공유글이 아닙니다. '초간단 요리'도 '찐 요알못'을 만나면 와장창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고장에 더 가깝습니다.


출처: unsplash.com


우리 집 알아주는 요리 똥손, 그건 바로 나.


나 스스로를 워낙 잘 아는 터라 조금이라도 어렵다 싶은 요리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걸 우리 엄마라고 모를까?


그런데 몇 년 전 엄마가 티비에서 봤다며 '쉐이크 깍두기' 레시피를 알려 주셨다.


외국에 사는 탓에 깍두기가 너무 귀한 터라 직접 해봤는데 결과물이 생각보다 괜찮아서 몇 번이나 해 먹었던 좋은 기억으로 남은 음식이었다.


하지만 그 뒤로 이곳 마트에도 한국 음식이 많이 들어오며 김치는 물론 깍두기도 어렵지 않게 사 먹을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쉐이크 깍두기'는 내 머릿속에서 잊혀진 지 오래였다.


그랬던 그 깍두기가 왜 갑자기 생각났을까.


오랜만에 레시피를 찾아보니 15분 컷 요리라고 나와 있다. 물론 재료 손질 및 무 절이는 데 드는 시간까지는 포함이 안 된 건데, 사람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나는 그 '15분'에 또 속아 주말 일정에 '깍두기 만들기'를 넣었다.



우선 재료를 사 왔다.


무와 부추는 물론이고, 평소에 요리를 하지 않는 터라 집에 액젓 하나 없어서 그것도 사 옴.



무를 씻고 껍질을 벗겨낸 후 깍둑썰기로 썰었다.


전에는 무를 자를 때도 어깨에 힘 팍 주고 낑낑대며 되게 열심히 썰었던 것 같은데, 이번 무는 마치 사과 자르듯 쓱쓱 썰리네? (싱싱하지 않은 무를 사 왔다는 뜻인 줄도 모르고 이때는 그저 잘 썰린다고 좋아함)


양푼에 담고 소금을 뿌린 후 1시간 정도 기다렸다가 물로 씻어냈다.



락앤락 통에 담고 레시피대로 양념을 넣었다.

(지금 다시 보니 사진으로만 봐도 무가 투명한 게 맛없어 보이는 데 이때는 그저 신나서 이런 게 안 보임)



그리고 신나게 흔들었다. 쉐낏 쉐낏!


(그래서 이름이 '쉐이크' 깍두기)


색깔부터가 허여멀건한 게 맛없어 보임


그리고 한입 먹어봤는데... 진짜 도저히 삼킬 수 없는 맛이어서 그대로 뱉어버림.


와- 진짜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맛.

뭐라 딱 설명할 수 없게 구린 맛.

맵고 짠데 또 너무 싱거운? 말도 안 되는 그런 맛.


남편한테 SOS를 쳤으나 도대체 어디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지 알 수가 없어 닥치는 대로 이것저것 조금씩 더 추가해 넣다 보니, 참고했던 레시피와 점점 멀어지고 맛도 점점 산으로 가다가 결국...


깍두기 사망 선고


출처: unsplash.com


오해하지 마세요. 레시피는 잘못이 없습니다.

성공했던 경험도 있으니 제가 증명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앞으로 깍두기는 사 먹으려고요.




매거진의 이전글 마약이 합법인 나라에 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