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경제 교육
어린 시절 워낙 덜렁이였던 나는, 엄마 심부름을 다녀오며 잔돈을 길바닥에 흘리고 오기 일쑤였다.
그러면 엄마는 왜 잔돈이 부족하냐고 항상 야단을 치셨는데, 나는 그럴 때마다 "다른 친구들은 심부름 값으로 잔돈은 그냥 받기도 한다는데, 엄마는 겨우 몇십 원 갖고 그러냐"며 되려 억울해했다.
그러면 엄마는, 부모 자식 간에도 금전 문제는 확실해야 한다며, 다음 달 용돈에서 그만큼 제하고 주겠다며 냉정하게 말씀하셨다.
아빠 역시 마찬가지셨다. 그래도 엄마보다는 용돈에 후하셔서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5천 원이고, 만 원이고 서슴없이 내주시던 분이셨지만, 내가 '빌려달라'고 한 돈에 대해서는 어김없이 돌려달라고 하셨다.
내가 애교를 부리며,
"아잉, 아빠아~ 무슨 천 원 갖고 그래" 하면,
"천 원이 아니라, 단돈 백 원이라도 빌린 돈은 꼭 갚아야 하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사람 간에 신용을 쌓을 수 없다고 가르치셨다.
그렇게 경제관념을 확실히 교육시켜주신 부모님 덕분에 나는 어릴 때부터 내 이름으로 된 통장에 열심히 저축하는 재미를 알았고, 그렇게 꾸준히 모은 돈으로 유럽, 인도, 베트남 여행은 물론, 대학생이 되어서는 중국어 어학연수도 다녀올 수 있었다.
그러던 부모님이 이제는 자꾸 이것저것 주지 못해 안달이시다.
물론, 같이 옆에서 매일 보지 못하는 사이니 더 애틋해서 그러시겠지만, 어쩌다 한국이라도 들어가면 환전할 돈 넉넉히 챙겨 왔다는데도 굳이 그럴 필요 없다 하시고, 교통비부터 친구들 만나서 커피 한잔 하는 돈까지 내 돈 하나 안 들어가게 하려 애쓰신다.
백화점이고 어디고 데리고 다니시며 옷이며 구두며 사주시고, 필요한 것 있으면 한국 들어온 김에 사 가라며 뭐 더 필요한 건 없는지 계속해서 물으신다.
그래도 한국에서 회사 생활할 때는 매달 30만 원씩 꼬박꼬박 용돈이라고 챙겨드렸었는데, 캐나다에 와서는 학원비 내고 렌트비 내고하느라, 용돈은커녕 부모님한테 손 안 벌린 게 다행이라 느낄 정도였다.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적은 돈이지만 매달 수입이 있어 꽤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데도, 부모님은 늘 돈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살림이 팍팍하지는 않은지 걱정이시다.
그게 부모의 마음인가 보다.
어릴 때는 교육을 위해 철저하게 가르치셨지만, 사실은 주어도 주어도 더 내어주고 싶은 마음.
나는 어쩌면 그 깊은 마음을 평생 헤아리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이 글은 제가 꽤 오래전에 쓴 글입니다. 지금은 한국에 갈 때마다 용돈 넉넉하게 챙겨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