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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Lee Apr 06. 2022

엄마가 내게 심부름값을 주지 않은 이유

부모님의 경제 교육


어린 시절 워낙 덜렁이였던 나는, 엄마 심부름을 다녀오며 잔돈을 길바닥에 흘리고 오기 일쑤였다.


그러면 엄마는 왜 잔돈이 부족하냐고 항상 야단을 치셨는데, 나는 그럴 때마다 "다른 친구들은 심부름 값으로 잔돈은 그냥 받기도 한다는데, 엄마는 겨우 몇십 원 갖고 그러냐"며 되려 억울해했다.


그러면 엄마는, 부모 자식 간에도 금전 문제는 확실해야 한다며, 다음 달 용돈에서 그만큼 제하고 주겠다며 냉정하게 말씀하셨다.


아빠 역시 마찬가지셨다. 그래도 엄마보다는 용돈에 후하셔서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5천 원이고, 만 원이고 서슴없이 내주시던 분이셨지만, 내가 '빌려달라'고 한 돈에 대해서는 어김없이 돌려달라고 하셨다.


내가 애교를 부리며,

"아잉, 아빠아~ 무슨 천 원 갖고 그래" 하면,


"천 원이 아니라, 단돈 백 원이라도 빌린 돈은 꼭 갚아야 하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사람 간에 신용을 쌓을 수 없다고 가르치셨다.


그렇게 경제관념을 확실히 교육시켜주신 부모님 덕분에 나는 어릴 때부터  이름으로  통장에 열심히 저축하는 재미를 알았고, 그렇게 꾸준히 모은 돈으로 유럽, 인도, 베트남 여행은 물론, 대학생이 되어서는 중국어 어학연수도 다녀올  있었다.




그러던 부모님이 이제는 자꾸 이것저것 주지 못해 안달이시다.


물론, 같이 옆에서 매일 보지 못하는 사이니 더 애틋해서 그러시겠지만, 어쩌다 한국이라도 들어가면 환전할 돈 넉넉히 챙겨 왔다는데도 굳이 그럴 필요 없다 하시고, 교통비부터 친구들 만나서 커피 한잔 하는 돈까지 내 돈 하나 안 들어가게 하려 애쓰신다.


백화점이고 어디고 데리고 다니시며 옷이며 구두며 사주시고, 필요한 것 있으면 한국 들어온 김에 사 가라며 뭐 더 필요한 건 없는지 계속해서 물으신다.


그래도 한국에서 회사 생활할 때는 매달 30만 원씩 꼬박꼬박 용돈이라고 챙겨드렸었는데, 캐나다에 와서는 학원비 내고 렌트비 내고하느라, 용돈은커녕 부모님한테 손 안 벌린 게 다행이라 느낄 정도였다.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적은 돈이지만 매달 수입이 있어 꽤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데도, 부모님은 늘 돈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살림이 팍팍하지는 않은지 걱정이시다.


출처: pixabay.com


그게 부모의 마음인가 보다.


어릴 때는 교육을 위해 철저하게 가르치셨지만, 사실은 주어도 주어도 더 내어주고 싶은 마음. 


나는 어쩌면 그 깊은 마음을 평생 헤아리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이 글은 제가 꽤 오래전에 쓴 글입니다. 지금은 한국에 갈 때마다 용돈 넉넉하게 챙겨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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