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달달함 주의, 오글거림 주의
오후 5시 10분.
하루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입니다, 새벽에 출근했던 남편이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거든요.
저는 지금 몇 년째 재택근무 중이라 거의 하루종일 집에 있는데요, 오후 4시쯤 일이 끝나면 혼자 이것저것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 5시 10분경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하던 일을 잽싸게 내려놓고 후다다닥 현관으로 뛰어갑니다.
그리고는 하루종일 주인을 기다렸던 강아지마냥 폴짝폴짝 뛰면서 남편을 반겨주지요. 돌고래 소리는 덤이고요.
가끔은 문 뒤나 옷장 안에 숨어 있기도 하고, 소파에서 자는 척을 하기도 합니다. 넘나 유치하죠.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는데, 하는 짓은 네 살짜리 조카랑 별로 다를 게 없는 수준이에요. 그래도 즐겁습니다.
비슷한 패턴으로 벌써 10년 넘게 살았는데 얼마 전 장영란님의 유튜브를 보다가 너무 웃었어요. 영란 언니가 같은 얘기를 하더라고요, 무려 <남자를 사로잡는 법>이라는 묵직한 타이틀을 걸고요.ㅋㅋ
저는 뭘 알고 했던 건 아니예요.
그저 하루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주어진 업무를 성실히 마친 후, 하루의 끝자락에 남편과 다시 얼굴 보는 그 시간이 진심으로 좋았어요. 저는 그 반가움을 적극적으로 표현했던 것뿐이고요.
그런데 그 진심에서 우러나와서 했던 행동들이 상대방에게 이렇게 좋은 영향을 준다는 영란 언니 얘기에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요.
남편이 어느 날 그러네요, 자기는 회사를 가는 시간도 즐겁고 집에 오는 시간도 즐겁다고요.
회사 가는 길이 지옥 같고, 집에 가는 건 더 싫은 사람이 수두룩한 이 세상에 이 얼마나 감사한 얘긴지, 남편의 그 말을 여러 번 곱씹으며 참 행복하다 생각했었습니다.
김창옥 교수의 강연 중 이런 말이 나오더라고요.
남자들이 진짜 싫어하는 아내 유형은 "요리를 못하는 사람"도 아니고 "돈을 못 버는 사람"도 아니고 "말을 예쁘게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앞으로도 매일 5시 10분, 기꺼이 '강아지+돌고래'가 되어 그를 반겨주려 합니다.
허니이이이이이~♡ 왔→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