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Lee Feb 20. 2024

발레에 진심이면 일어나는 일

취미발레


취미발레 3년 차.


성인 취미발레를 시작한 지 어느덧 2년 반이 지났다.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는 거창한 꿈 따위가 있었던 건 물론 아니고, 그저 20대부터 징그럽게 나를 괴롭혀 온 거북목과 어깨 통증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는,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출처: unsplash.com


하지만 발레를 단순히 일종의 '운동'이라고 대하기엔 나의 마음이 너무나도 진심이었기에, 일주일에 고작 두 번 가는 수업이지만 매 수업 열정을 다했고, 그 결과 지난 3년 간 여기저기 참 많이도 고장이 났다.


처음엔 발목이 문제였고, 그다음엔 무릎, 한동안은 발톱이 자라지 않다가, 한 번은 골반쪽 신경통으로 엄청나게 고생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연습을 거듭하며 발목과 다리, 코어에 힘이 조금씩 생겼고, 한동안 고장 없이 건강하고 즐겁게 발레를 즐기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매 수업 무릎이 깨지는 일이 있었다. 발레 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에스메랄다>, 바로 그 작품의 엔딩 포즈 때문인데...



↓아래 사진이 그 문제의 엔딩 포즈, 저 아니에요.

서울예고 김시현 © 중앙일보


위 사진에는 '예쁨'과 '여유'가 있다면

내 동작에는 '아픔'과 '숨참'이 있다는,

아주 큰 차이점이 있긴 해도,


바로 이 동작 때문에 내 무릎이 매번 깨지고 있는 것.



엄마 나 무릎에 멍들었쪄.


보랏빛 멍이 든 내 무릎 사진을 본 엄마는 속상해하시며, 그렇게 무릎 부딪히는 동작은 빼고 하면 안 되냐고 하셨다. 선생님한테 잘 말해보라고 ㅋㅋㅋ


하지만 엔딩 포즈도 작품의 한 순서인데 그럴 수는 없는 일. 무릎을 아끼며 최대한 조심조심 연습한다고는 했지만, 작품반 수업을 하는 날엔 어김없이 이렇게 멍이 들었다.


그렇게 내 땀과 도가니를 바치며 연습한 작품을 드디어 마무리하고, 지난주 학원 사람들과 아주 소소하게 미니 발표회를 했다.


출처: unsplash.com


각자 게스트를 한 명씩 초대하고, 그간 같이 연습해 온 발레메이트와 선생님 앞에서 유치원 재롱잔치 수준의 엉망진창 삐그덕 발표회를 시전하던 날.


모든 순서가 끝나자 며칠간 걱정했던 마음이 사르르 풀리며, 작은 장미 한 송이를 들고 축하를 건네는 남편 얼굴을 보는 순간 눈물이 핑-



2024년 2월 초, 그렇게 그 발표회를 끝으로 그간 함께하며 멍들었던 정들었던 <에스메랄다>를 보내줬다.


내 소중한 무릎아, 수고했어.

앞으로도 잘 부탁해.




매거진의 이전글 할머니의 치매 판정, 하지만 슬프지 않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