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의 공통취미 중 하나인 '독서'
남편은 2016년 무렵부터, 나는 그보다 늦은 2020년 무렵부터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일로, 지금은 취미를 넘어서 남편과 나 모두에게 중요한 일상이 되었다.
그런데 남편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내 남편이 그렇게 똑똑해 보일 수가 없다.
수준 높은 책을 읽어서 그렇냐고?
아니, 나는 남편이 무슨 책 읽는지도 모르는데? ㅋㅋ
남편, 이거 다 무슨 책이야? ㅎㅎㅎㅎ
중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에게 중국어는 그저 모국어일 뿐인데, 이렇게 한자가 빽빽한 책을 읽고 있는 그를 볼 때마다, 도대체 진짜 이해는 하면서 읽는 건지 가끔 궁금해진다.
내가 한국어로 된 책을 술술 읽듯, 그도 그저 모국어로 쓰인 책을 읽는 것일 뿐일 텐데도, 뭔가 배운 사람 같고 지식이 넘치는 것 같고, 심지어 대단해 보이거나 멋져 보이기까지 하는 건 왜일까?
중간중간 줄도 긋고 여기저기 마크도 해놓은 것 보니 진짜 이해하면서 읽는 것 같기는 한데 말이야...
그가 막 독서를 시작했던 시기엔 한 권 갖고도 몇 달을 보낼 만큼 진도가 안 나간다고 했었다. 꾸준히 읽고는 있는 것 같은데, 1년에 완독한 책이 겨우 3-4권 될까.
그랬던 그는 어느새 본인만의 독서법과 요약노트 정리법까지 만들어, 그간 이 많은 노트를 꽉꽉 채웠다.
이 노트에는 그가 그간 읽은 책뿐 아니라 여러 주제의 강의를 찾아 들으며 요약해 놓은 내용까지 다양하고 방대한 기록이 담겨 있다.
이 노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 많은 내용을 읽고 듣고 정리하면서 보낸 그 수많은 시간들이 얼마나 가치있고 의미있는 시간이었을지, 빼곡하게 적힌 이 노트들을 보며 끊임없는 배움을 실천하고 있는 그가 참 멋지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대학원 졸업에 이어 CPA 시험까지 준비하는 그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남편은 최고의 파트너이자 나만의 치어리더로서 물심양면 뒷바라지 해줬고, 덕분에 나는 조금 더 긴 가방끈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다양한 책과 강의를 통해서 차곡차곡 채워나간 그의 지혜의 깊이가 내가 그간 공부해 얻은 학위와 자격증의 무게감보다 얕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내가 그렇게 시험을 위한 '지식'을 채우고 있을 때,
그는 본인만의 방식으로 '지혜'를 채우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도 한 뼘 더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