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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Lee May 06. 2024

<나는 솔로>에서 얻은 뜻밖의 위로

feat. 이적 <Rain>


쏟아지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중 내가 유일하게 챙겨보는 <나는 솔로>


"좋은 짝을 찾고 싶어 나왔다"는 출연자들의 진심같은 희망 한 스푼에, 역시나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닐까 싶은 연출 두 스푼이 추가된 듯한 구성으로, 16기 영숙과 상철의 유명세를 타고 입문한 뒤로,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시청해 오던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최근 방영을 시작한 20기에 나온 영철이라는 분의 인터뷰를 보며 유독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1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참 많은 고생을 했다며 눈시울을 붉히는 그의 인터뷰만 봐도 그가 걸어온 길이 마치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아 많은 공감이 됐다.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늘 당연하던 일도 더 이상 당연한 일이 아니게 되는 곳에서 새로 시작하는 삶, 그리고 그러한 선택으로 인해 자연스레 따라오는 수많은 불리함은 너무나 예정된 것이었기에...


이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과 시작점이 다른 건 늘 당연한 일이었으며,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더 험한 길을 더 느린 속력으로 달릴 수밖에 없는 것 역시 이민자로서 늘 감내해야 되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석사를 2개를 따고 블루칼라 생산직을 거쳐 현재는 인텔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는 그의 자기소개에, 그간 쏟아부었을 그의 노력과 끈기가 유독 빛나보여 참 멋지단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어디서 보니 그런 영철님의 이력을 두고도 까는 글이 있더라.


"원래는 생산직이다가 엔지니어 된 지는 이제 고작 10개월 차"라든가,
"졸업했다는 대학원이 겨우 평생교육원 수준의 학교"라든가,
"서른 전에는 딱히 이력이랄 게 없던데 20대 땐 뭐했냐" 라든가.


나는 영철님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 그가 졸업했다는 대학원이 명문대인지 평생교육원 수준인지도 관심 없다,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나도 20대에 캐나다에 와서 처음 몇 년은 언어 문제로 고군분투하던 시절이 있었다.


오피스 잡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고, 그나마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커피숍이나 레스토랑에서 겨우 일자리를 얻어 알바를 하며 지내던 시절, 한국에서 대기업 다니던 내 친구들은 승진 소식을 전해왔었다.


그나마 자리를 잡고 뒤늦게나마 공부 좀 해보겠다고 했을 때는 이미 20대 후반이었고, 나보다 많게는 열 살 가까이 적은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공부하며 30대를 보냈다.


그렇게 이민가방 2개 들고 혼자 밟았던 이 캐나다라는 낯선 곳이 내 '제2의 홈타운'이 되기까지 나에게도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지... 하지만 그런 나 역시 누군가의 시선으로는 "30대 전에는 마땅한 이력도 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을까.



자기소개 끝자락, 준비해 온 장기자랑이라며 노래를 부르는 영철님의 모습에 찐한 감동이 밀려왔다.


감수성 폭발하는 노래가사와 그의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진심 어린 목소리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노래 부르는 내내 눈을 꼭 감고 마치 지나온 삶을 떠올려보는 듯하던 이 장면에 유독 많은 여운이 남았다.



그토록 오랜 시간들이 지나도

나에게 마르지 않는 눈물을 남겼네


- 이적 <Rain>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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