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정부 계획
“캐나다, 2025년 이민자 수용 20% 축소할 것”
캐나다 정부는 2025년 이민자 수용을 최소 20%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민자 수용 인원을 줄일 거라는 조짐은 있었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드라마틱한 결정이었다.
그런데 잠깐, 이거 이상한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민자를 적극 수용하겠다고 했던 캐나다 아니었던가?
2022년 11월 발표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2025년까지 3년 간 매년 50만 명에 달하는 이민자를 받을 계획이었다. 아직 그 기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민자 수용을 대폭 줄이겠다니 왜?
우선, 지난 40여 년간 캐나다의 인구 증가량을 보자.
위의 표를 보면, 오랜 기간 캐나다의 연평균 인구 증가량은 약 30만 명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팬데믹을 거치며 곤두박질쳤던 인구 증가는 2021년 이후 빠르게 회복됐고, 캐나다의 이민자 적극 수용 정책에 힘입어 계속 늘어나던 인구는, 2024년 한 해에만 무려 120만 명가량 증가했다.
캐나다 정부가 3년간 받겠다고 계획했던 인구가 한 해에 쏟아져 들어온 셈이었다.
정부의 계획에 너무도 큰 허점이 있었다는 게 바로 이 숫자로 증명됐는데 그건 바로 유학생과 워홀러 등 단기 거주자는 정부의 계산에 포함되지 않았었다는 것.
짧게는 1년 미만에서 길게는 몇 년씩 다녀가는 단기 거주자의 수가 팬데믹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캐나다 인구수가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 결과 캐나다 인구는 2021부터 4년 간 300만 명 이상이 증가했고, 그중 무려 97.7%가 이민자 등 외부유입에 의한 증가였다.
캐나다 총리, 트뤼도는 정부의 계획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그 결과 캐나다가 겪고 있는 심각한 문제로 다음과 같이 3가지를 꼽았다.
첫째, 주택난
이미 다른 글에서도 여러 번 언급한 바와 같이, 캐나다는 이미 몇 년째 주택난을 겪고 있는 상황. 이민자와 유학생 등 유입 인구는 폭발적으로 느는데 주택 공급은 한계가 있으니 문제가 커질 수밖에.
집값과 월세가 터무니없이 오른 것은 물론 공실률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둘째, 의료 서비스 부족
이는 예전부터 있었던 캐나다의 문제점으로 의료진 부족, 노년인구 증가 등의 이유가 항상 언급되어 왔었다. 하지만 가뜩이나 부족한 의료진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구가 만나니 캐나다의 의료 서비스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는 실정.
참고로 2019년 캐나다의 의사 수는 91,000명이 조금 넘는 정도였고 4년 후 6,000명이 증가했다고 하지만 같은 기간 인구는 비교도 안되게 늘었으니 이건 더 이상의 비교 자체가 무의미한 수준이다.
셋째, 공공 서비스 부족
인구가 늘면 자연스레 공공 서비스 수요도 많아지는 법.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전기, 가스, 수도 같은 공공재부터, 버스,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그리고 철도나 도로 같은 기반 시설까지 수요가 늘 수밖에 없는데 아직도 아날로그 감성이 판을 치는 캐나다 땅에 그런 인프라가 탄탄히 준비되어 있었을 리가 만무하다.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50% 이상의 캐나다인이 이민자를 적대적으로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당장 인력이 부족하다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니 인력난을 해소해 보고자 일단 사람은 잔뜩 데려왔는데, 정작 그 사람들이 쓸 집, 의료 서비스, 공공재는 준비가 안 되어 있고, 이곳에서 평화롭게 잘 살던 사람들마저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이웃에 치여, 원래 살던 곳을 벗어나 타도시로 이주해 나가는 상황이 된 셈인데...
이 모든 원인을 이민자 개인한테 다 떠넘길 수 없는 일이란 걸 그들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결과만 놓고 보면 그들로 인해 사는 게 더 팍팍해졌으니 캐나다로 터전을 옮겨 온 새 식구를 두 팔 벌려 환영하지 못하는 그 마음도 이해는 간다.
단순히 이민자를 조금 덜 받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기엔 그 문제가 너무 커져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게다가 이민자의 축소는 또 다른 경제적 문제를 가져올 수 있겠으나... 일단은 그저 지켜볼 수밖에.
사진 출처: unspl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