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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순이가 한국에서 쇼핑하는 법

by JLee


나는 자칭, 타칭 '찐빵순이'


학창 시절부터 아침식사는 변함없이 빵이었고, 늘 피곤하고 잠이 부족했던 한국 직장인 시절에도, 그 귀한 아침잠을 포기하고라도 빵을 먹겠다고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던 나였다.


빵집에 가서 갓 나온 빵 냄새를 맡을 때

쟁반이랑 집게 하나 들고 좋아하는 빵 골라 담을 때

사 온 빵을 펼쳐두고 어떤 빵부터 먹을지 고민할 때


이처럼 수백번, 수천번을 반복해도 질리지 않는 설렘이 있을까?


그런 나의 오랜 빵사랑 역사 속에서도 참 오래도록 변함없이 내 '최애'의 자리를 놓지 않은 빵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이 '후레쉬번'!



브랜드도 상관없고 내용물이 우유든 치즈든 그것도 상관없다. 나는 그저 이 빵의 냄새와 촉감과 식감에 미친 사람이므로.


그런데 캐나다의 작은 도시로 삶의 터전을 옮긴 후, 이 흔한 후레쉬번을 아예 구할 수가 없게 됐고,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기고 지난 10여 년을 살았다.


한 번은 남편이 직접 홈베이킹으로 해준 적도 있는데, 망, 망, 망도 그런 망이 없었다…

모양도 이상하지만 맛은 더 구린 남편표 치즈빵


그러던 어느 날 떠오른 아이디어!


한국 갔을 때 잔뜩 사다가 냉동실에 넣어 놓으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겠네. 하, 내가 왜 진작에 이 생각을 못했지?


그래서 지난해에는 아예 작정을 하고 한국에 갔다. 캐리어 가득 이 빵을 담아 올 생각으로.


사실 마음 같아서는 캐리어 2개를 다 이 후레쉬번으로 꽉꽉 채워오고 싶었으나, 우리 집 냉동실 사이즈도 고려해야 한다는 남편의 현실적인 문제 제기에, 양보에 양보를 거듭해 딱 50개만 담아왔다.


혹시 세관에서 걸릴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한 달에 10개씩 먹으면 5개월.

그렇게 5개월어치 행복을 싸 오면서 얼마나 든든하고 행복했는지 모른다.


다음에 한국 가면 더 많이 사다가, 우리 집 작은 냉동실을 이 빵으로만 꽉꽉 채워볼까? 아니면 아예 냉동고를 하나 더 사? 그럼 한 200개도 사올 수 있지 않을까?


아 진짜,

상상만 해도 벌써 행복이 넘실넘실 흘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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