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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Lee Aug 23. 2022

나이는 30대고, "초딩입맛"입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편식이 심한 편은 아니었다.


엄마가 해 주는 대로 이것저것 골고루 잘 먹던 아이였는데, 성인이 되면서 오히려 안 먹는 게 늘어났다.


이유도 아주 가지각색으로.




EBS에서 2018년에 방영한 HOT초딩 탐구생활 <초이슈>라는 프로그램에서 초딩입맛을 확인하는 “테스트”를 제시했다.



위의 음식 중 자신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의 개수를 세어보자.



나는 조개, 시금치나물, 육포까지 3개.

이를 통해 빼박 초딩입맛임을 다시 한번 증명하였다.



다음은 심심해서 나열해 본 내가 못 먹거나, 안 먹는 음식들



1. 못 먹는 것


흰 우유

초등학교 3학년 때 급식으로 나온 우유가 갑자기 역하게 느껴진 이후 흰 우유와는 완전히 작별함



고수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음식 중 하나. 어떤 음식에든 고수가 들어가면 무조건 스킵



매운 음식

매운 떡볶이, 불닭볶음면, 마라탕 등 못 먹음




2. 안 먹는 것


회, 생선알 등

익힌 생선은 먹지만 회는 안 먹음


어릴 때는 회는 물론이고, 해삼, 멍게 등 가리지 않고 잘 먹었는데, 6학년 때 무언가를 본 후로 안 먹게 되었다. 생선알은 익혔든 안 익혔든 안 먹는다.



간장게장 등

나에게 있어 게장은 밥도둑이 아님



생마늘, 파, 양파, 고추 등

파김치, 파채, 마늘장아찌 등 한 번도 먹어본 적 없음 완전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푹 익힌 것만 먹음


예외: 파는 조리된 것도 싫음. '다 된 밥에 코 빠뜨리기'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걸 내 초딩입맛 버전으로 바꾸면 '다 된 찌개에 파 빠뜨리기'ㅋㅋ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usw49vQ8Hjg

순대, 간, 곱창, 막창, 닭발 등

위 사진에서 내가 먹을 수 있는 건 "쓸데없는 거" 딱 하나네 ㅋㅋ



장어, 추어탕 등

보신에 좋다고 하는 것도 공짜로 줘도 안 먹음



오이

미안하지만 그냥 싫음. 오이지, 오이무침, 오이소박이, 오이냉국… 오이 들어간 모든 음식을 안 먹음



그럼 저는 뭐 먹고 사냐고요?
뭐가 이렇게 까다롭냐고요?
아뇨, 절대 까다롭지 않습니다.



3. 좋아하는 것



- 떡볶이, 만두, 김밥 등 분식

대학 4학년 내내 점심메뉴 김밥, 매일 먹어도 안 질림


- 계란, 햄, 소시지, 스팸 등 애들 반찬

특히 분홍 소시지에 계란 입혀서 구운 거를 좋아함


- 짜장면, 탕수육 등 중국 요리

남편이 짜장 한 솥 끓여 놓으면 며칠이고 처음 먹는 것처럼 맛있게 먹음


- 돈가스, 양념치킨 등 튀긴 요리

일식 돈가스보다 경양식 돈까-스를 더 좋아함


- 라면, 냉면, 칼국수, 스파게티 등 면 요리

입맛이 대체로 저렴한 걸 좋아하는 편;;






정말 입맛이 너무나 초딩스러워서 그동안은 웬만하면 알리지 않고 조용히 살았는데, 캐나다에 오니까 내 편식은 아무것도 아니더라.


여긴 알레르기 종류가 워낙 다양하고, 건강상의 이유로 식단 관리가 필요한 사람, 종교적인 이유 혹은 문화 차이로 특정 기호가 있는 사람 등이 워낙 많아, 각각의 “다름 “취향 무엇보다 존중하는 분위기다 보니,  취향대로,  입맛대로 찾아 먹는  결코 유난스럽지 않은 일이 되었다.


한국에서 회사 다닐 때 혹시 횟집으로 회식이라도 잡히는 날에는, 그냥 조용히 따라가서 최대한 티 안 나게 밑반찬 같은 것 먹으면서 있다가, 매운탕에 밥 한 그릇 먹고 오곤 했는데, 여기선 그럴 필요가 없다.


다 같이 식사를 하러 가는 자리라도, 누구에게나 메뉴 선택권은 물론 안 먹고 싶은 걸 안 먹어도 되는 권리가 주어진다. 그러다 보니 이곳에서만큼은 나도 떳떳하게 나의 초딩입맛을 부끄럼 없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도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저는 떡볶이는 넘 좋아하지만 순대는 안 먹고요, 스테이크보다는 불고기를 좋아하고요, 저한테 ‘밥도둑’은 간장게장이 아니라 스팸에 계란이에요. 찡긋!





음식사진 출처: https://www.10000reci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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