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초, 영국은 70여 개 기업 직장인 3,300여 명을 대상으로 주4일 근무제 실험을 시작하였다.
향후 6개월간, ‘월급 삭감 없이(100%), 주4일만 근무하면서(80%), 생산성은 이전과 같이(100%) 유지할 수 있는지’를 보는 이른바 ‘100:80:100’ 모델을 바탕으로 한 이 실험을 통해, 주4일제가 생산성과 성평등, 직원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해, 11월 말에 이 정책을 유지할지 말지를 결정한다고 한다.
출처 : The Guardian
OECD 사이트에서, 국가별 연평균 근로시간을 검색해보니 2021년 기준 다음과 같았다.
멕시코: 2,128시간 (OECD 국가 중 최고)
한국: 1,915시간
미국: 1,791시간
캐나다: 1,685시간
독일: 1,349시간 (OECD 국가 중 최저)
역시나 독일, 덴마크, 노르웨이 등의 많은 유럽 국가들이 제일 적은 근로시간을 기록했으며, 한국은 OECD 국가 중 근로시간이 많은 순으로 5위였다.
내가 사는 이곳, 캐나다의 일부 공무원들은 이미 격주로 하루씩 쉬는 시스템을 꽤 오래 유지해 왔다.
다만 영국이 이번에 실시한 실험과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연봉 삭감은 없는 대신 그 하루에 해당하는 만큼의 일을 나머지 9일에 걸쳐 조금씩 더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10일을 7.5시간씩 일하는 대신 9일 동안 8.33시간씩을 일하고 격주로 금요일 혹은 월요일 날 휴가를 갖는 시스템이다.
10일 x 7.5시간 = 75시간
9일 x 8.3시간 = 75시간
현재 캐나다의 한 공기업에 재직 중인 나는, 월-금, 주 37.5시간의 근무 스케줄을 갖고 있는데, 우리 회사에서도 몇 달 전부터 공무원과 비슷한 시스템의 도입을 희망한다는 의견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더욱이 팬데믹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택근무에 익숙해지면서, 일하는 장소/환경뿐 아닌 여러 방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영국같이 연봉 삭감 없이 4일을 일하는 시스템이라면 더욱 좋겠지만, 현재 캐나다의 공무원들처럼 격주로 하루씩 쉬는 시스템이라도 굉장히 감사할 것 같다.
참고로 로컬 사기업에 다니는 남편은 이미 꽤 오래전부터 주4일만 일하고 있다. 원래 주 40시간 근무인데, 월-금 8시간씩 일하는 대신 월-목 10시간씩 일하고 대신 매주 금요일을 쉬는 것이다.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출근하는 건 조금 안쓰럽지만, 대신 매주 3일씩의 긴 주말을 보낼 수 있으니, 이 정도면 주중의 피곤함을 충분히 보상받는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공휴일이라도 겹치면 4일 연속으로 쉬는 날도 종종 있으니, 내 입장에서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얼마 전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시행했다.
매년 하는 조사로 익명으로 여러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있는 기회인데, 맨 마지막에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적으라는 칸에, 나는 "주4일 근무를 희망합니다"라고 적었다.
익명으로 진행되는 리서치라 답변 내용에 대해 서로 직접적인 질문은 웬만하면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인데, 지난주 팀 미팅에서 매니저가 먼저 말을 꺼냈다. 자기도 주4일 근무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적어 냈다며...
일단 영국이 좋은 선례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우리도 최소 몇 년 안에 주4일 근무제가 가능해지지 않을까?
매주 금요일 남편 쉬는 날, 나도 같이 쉬고 싶다.
사진 출처: unspl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