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지역에 따라 날씨가 천차만별인 나라다.
겨울에는 영하 3,40도 이하로 내려가는 곳도 많지만, 내가 사는 이곳 BC주의 빅토리아는 한국에 비해 여름엔 덜 덥고, 겨울엔 덜 추운 날씨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그랬던 이곳에 이례적으로 30cm의 '폭설'이 내렸고 도시는 마비됐다.
새벽에 일어나 바깥 상황을 살핀 남편은 회사에 출근하지 못할 것 같다는 이메일을 한 통 보내고 다시 잠이 들었다. 일어나서 확인해 보니, 회사가 오늘 아예 문을 닫았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답변이 와 있었다.
나는 재택근무라 정상 근무를 했지만, 회사에 출근하지 않은 남편은 오전 내내 밖에 나가 눈을 치웠다.
이 폭설로 인해 대부분의 학교가 문을 닫았고, 버스 운행이 일절 중단됐다. 밴쿠버섬과 밴쿠버를 잇는 페리도 운항이 중지되고, 공항은 모든 비행 스케줄이 캔슬되거나 지연됐다.
천 가구 이상이 정전되었고 그중 일부는 내일 오후까지도 복구가 힘든 상황이라는 뉴스가 나왔다.
10년쯤 전에 이곳에서 어그부츠를 하나 샀다. 그 얘기를 들은 엄마가 "거긴 춥지도 않은데 어그부츠는 왜 샀니?ㅋㅋ" 하며 웃었던 생각이 문득 난다.
겨울에도 춥지 않은 빅토리아는 옛말이 된 걸까? 기후가 변하면서 내 사랑 빅토리아가 점점 더 덥고 점점 더 추운 곳이 되어간다는 사실이 안타깝다.